도쿄의 내추럴 와인

Editor's Comment

카페, 레스토랑 등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 외식업의 성장으로, 국내에서도 다이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메뉴부터 공간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이닝 비즈니스의 다양한 요소에 있어, 도쿄는 많은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오감으로 기억되는 다이닝 공간을 추구하는 레스토랑 DOTZ의 최빈 아트 디렉터와 현상욱 헤드 쉐프가 도쿄 다이닝 현장을 맛있는 글로 풀어냅니다. 그중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본 리포트에서는 도쿄 구석구석 다양한 식당, 카페의 요리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쉐프를 비롯한 스탭들과의 인터뷰와 아시아 다이닝 신에서 활약하는 젊은 쉐프, 소믈리에 등 전문가의 코멘트도 기대해주세요. 

'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 리포트는 10월 17일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최근 해외에서 내추럴 와인(natural wine)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기농, 자연재배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일반 와인과 비교해 최소량의 이산화황이 들어간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내추럴 와인은 나고야와 홋카이도 지방에서 장인 정신에 가까운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되며, '유기농 포도밭, 손 수확, 자연 효모, 화학 성분 미첨가, 이산화황 미첨가 혹은 극소량' 등이 특징이다.

 

또한 내추럴 와인은 도쿄 츠키지 시장부터 그로서리, 브런치 카페, 미슐랭 투 스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L'Effervescence(레페르베상스)의 와인 리스트에서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일본에서는 자연적으로 생산된 와인을 즐기는 시장이 이미 생활양식의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지역과 포도 품종, 빈티지를 외우는 등 와인의 장벽은 높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내추럴 와인을 마셔보고 경험한 후로는 '와인은 어렵다'가 아닌 '무한한 매력을 지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 리포트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레스토랑에서 그곳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말해주는 요소 중 내추럴 와인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 리포트의 여정은 맛있는 내추럴 와인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한 셈이다. 본 리포트에서는 이승훈 소믈리에의 내추럴 와인에 대한 코멘트가 더해질 예정이다.

organ(오르간)

오르간은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마음속의 맛집이다. 관광객에게는 레스토랑 리뷰나 정보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2011년 문을 연 이곳은 콘노 마코토(KONNO MAKOTO) 오너 쉐프를 주축으로 프렌치 베이스의 '시즈널 쿠킹(seaonal cooking)'을 선보이는 곳이다.

©최빈

문을 열고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테이블마다 딜과 레몬 글라스 등 프레쉬 허브가 놓여 있고, LP로 재즈를 트는 오너 쉐프를 볼 수 있다. 테이블 위의 허브향을 즐기는 것도 잠시, 음식을 주문하면 주방에 있는 막내 스탭들까지 모두 나와서 손님에게 인사를 한다. 오늘 내가 먹을 음식을 어떤 이가 만드는지 직접 보고 가깝게 인사 나눌 수 있다. 테이블에 어떤 음식이 나올지 기대가 수직 상승하는 기분 좋은 순간이기도 하다.

©최빈

음식을 맛보면 지역 주민부터 도쿄의 파인 다이닝에 종사하는 사람까지 두루 사랑받는, 내공이 넘치는 프렌치 레스토랑임을 더욱 느낄 수 있다. 특히 오르간의 가든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조리한 제철 야채와 허브가 진향 향을 자랑한다. 오르간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성을 다해 가꾸는 정원을 상상하게 할 정도로 신선함과 부지런함이 가득 담겨 있다.

©최빈

테린과 알자스 지역 화이트 와인, 풍미가 진한 고등어 디쉬와 라이트한 브루고뉴 레드와인 페어링 등 예측을 넘어선 제철 재료로 이루어진 그 날의 메뉴 구성과 폭넓은 내추럴 와인 페어링은 오르간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최빈

관광객이 흔하지 않은 이 레스토랑에서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저녁 시간 동안 오르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곳을 어떻게 알고 예약을 하고 또 다른 곳은 어딜 가는지 등을 물었다. 오늘은 처음 먹는 식사니 다음에 꼭 다시 오르간다운 식사를 하러 들러달라는 다정한 말과 함께.
 

단순히 어렵게 예약을 해서 맛있는 식사를 한 것에 그치는 손님이라기보다 하나의 커뮤니티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만족감과 더불어 다음 계절에 다시 들르고 싶은 호기심과 기대가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기계적으로 외운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닌 마음을 다한 환대(hospitality)를 경험한다는 게 이런 것일까?

• 키워드: 프렌치 비스트로
• 분위기: Cozy, Casual, Local
• 참고: 카운터 자리도 있어 싱글 다이닝을 즐기기에 편안한 분위기이며, 예약은 필수. 영어 가능. 길고 긴 와인 리스트를 보여주기보다 주문한 음식에 맞춰 스탭이 내추럴 와인 페어링을 제안한다.
• 예산: ¥6,000 ~
• 영업 시간: (Dinner only) 17:00-24:00, 화요일-일요일
• 주소: Sea Berth Nishiogi 1F, Nishiogiminami 2-19-12, Suginami, Tokyo
• 추천: 도쿄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동네 맛집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 지역(local) 재료와 제철 재료에 관심 있는 사람, 일본 와인을 포함한 내추럴 와인 페어링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PATH(패스)

패스는 하이엔드 프렌치 가스트로미(Gastronomie)* 퀴진 '미셸 트롸그로(Michel Troisgros)'**에서 경력을 쌓은 하라 타이치(Hara Taichi) 쉐프, 페이스트리 쉐프 고토 유이치(Goto Yuichi)가 이끌고 있다. 도쿄 중심에 위치한 요요기 공원 근처에 자리하고 있고 요요기하치만 역과 가깝다.
* 먹는 것에 관한 막대한 지식, 기술의 집적에 머무르지 않고, 미적 가치의 추구와 지적인 가치관과 세련됨을 추구한 유별난 프랑스적인 식(食)문화

**프랑스 Ouches에 있는 1968년 문을 연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하얏트 리젠시 도쿄에 분점이 하나 있다.

©최빈

이른 아침에 문을 열어 아침 식사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비스트로 카페이다. 저녁에는 계절 재료로 만든 테이스팅 코스, 팬 프라이드 아스파라거스와 홍합 소스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이끌어내 조화로운 맛을 담아낸 다양한 단품요리 그리고 내추럴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비스트로 내추럴 와인 바로 변신한다.

©최빈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는 짭조름한 프로슈토와 크리미한 버팔로 치즈가 올라간 더치 팬케익과 홈메이드 햄, 카망베르 치즈 샌드위치이다. 오픈 키친을 바라보며 카운터에 앉아 즐길 수 있다. 혼자 혹은 여럿이어도 편안한 곳으로 요요기하치만 지역의 조용하지만 자유로운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최빈

패스와 같은 동네에 위치한 노르웨이 카페 푸글렌(Fuglen)의 커피와 리틀 냅(Little Nap)의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다. 교토 지방 브루어리에서 만든 맥주 '이치고 이치에(ICHIGO ICHIE)'와 사케 그리고 진토닉, 내추럴 시드르(Cidre, 사과로 발효시켜 만든 스파클링 알콜 음료), 홈메이드 레모네이드, 홈메이드 주스 등 드링크 메뉴도 선택의 즐거움을 더한다.

©최빈

• 키워드: 비스트로 카페
• 분위기: Cozy, Casual, Local
• 참고: 저녁시간에만 예약을 받으며, 크로와상, 마들렌, 카눌레 등 바쁜 아침에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메뉴도 준비 되어 있다.
• 예산: 브런치 ¥2,000 ~ / 디너 ¥6,000 ~
• 영업 시간: 8:00-14:00, 18:00-24:00 화요일-일요일(월요일 휴무), 영어 가능
• 주소 : 1−44−2 A-FLAT, Tomigaya, Shibuya-ku, Tokyo
• 추천: 빵과 커피, 디저트와 드링크 메뉴, 와인 리스트 등 어느 것 하나 뒤지는 게 없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보다 한곳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캐주얼 다이닝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추천한다.

Le Cabaret(르 카바렛)

르 카바렛의 첫인상은 어느 동네나 있을 법한 평범한 비스트로처럼 보이는 외관이다. 어둑어둑한 실내에 들어서면, 츠보타 야스히로(Tsubota Yasuhiro) 소믈리에가 말을 건다.

몇 명이니? 잔으로 마실 거니, 병으로 마실 거니? 뭐 먹을 거니? 마시기만 할 거니? 드라이하고 프루티 한 거 좋아하니?

이런 질문을 예상했다면 뻔한 선입견이 있는 한국인일까? 복잡한 설명 없이 내어주는 와인만큼이나 내추럴 와인에 대한 생각도 예상보다 단순했다. 성실함과 심플함 그리고 자연과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는, 와인 메이커의 철학에 따라 포도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자연과 시간에 맡겨 맛을 내는 내추럴 와인과 닮았다.

©최빈

그래서인지 내추럴 와인을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선입견이 없는 젊은 일본인 사이에서 내추럴 와인 시장이 꾸준한 관심을 받으며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한다.

©최빈

10년 전 도쿄에선 처음으로 롯폰기에 내추럴 와인 바를 오픈한 소믈리에 츠보타 야스히로에게서 도쿄 내추럴 와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긍지가 느껴졌다. 가게의 내부 곳곳과 와인 병에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의 싸인으로 가득한 르 카바렛을 둘러보면, 도쿄의 내추럴 와인 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빈

메뉴 판 대신 보드에 적은 그날의 메뉴가 있다. 프렌치 영향을 받은 리에트와 프레쉬 오이스터 등 음식을 선택하면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

르 카바렛을 다시 방문하면 전에 마신 와인을 또 마시기보다 갈 때마다 다른 와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스타 쉐프가 옆에 앉는 것은 예상치 않은 선물일지도.

• 키워드: 프렌치 비스트로
• 분위기: Cozy, Casual
• 예산: ¥3,000 ~
• 주소: Motoyoyogi Leaf #1F 8-8 Motoyoyogicho Shibuya-ku, Tokyo
• 영업 시간: 18:00-24:00 화요일-일요일, 영어 가능
• 추천: 레스토랑 별점에 개의치 않는 사람, 소믈리에의 추천대로 내추럴 와인을 즐기고 싶은 사람, 스타 쉐프의 아지트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eatrip(잇트립)

오모테산토와 하라주쿠가 만나는 도쿄 한가운데 카오스에서 잇트립의 작은 간판을 발견한 순간부터 여행(trip)이 시작된다. 땀과 시간을 들여 내 손으로 직접 농사짓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계절의 이야기의 담아낸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 영화를 디렉팅한 곳이기도 한 잇트립은 단순히 레스토랑이 아니다.

&#169;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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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트립은 일본 전역에 걸친 유기농 농장 농부와 직거래, 사워 도우를 만드는 베이커, 내추럴 와인 메이커 등 잇트립을 구성하는 서플라이어와 쉐프의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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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농장 직송(Farm- fresh) 계절 야채와 피스타치오 디핑 소스 등을 함께 소담히 담아낸 'eatrip board'가 시그니쳐 디쉬 중 하나이다.

&#169;최빈

• 키워드: 유기농, 그리너리(Greenery)
• 분위기: Casual
• 참고: 영어 가능, 예약 필수
• 예산 : ¥3,000~ 5,000
• 주소: 6 Chome-31-10 Jingumae, Shibuya, Tokyo 
• 영업 시간: 월요일 휴무, 화-금 18:00 -24:00, 토 11:30-15:00, 18:00-24:00, 일 11:30-17:00
• 추천 : 유기농, 자연재배 재료에 관심이 높은 사람, 그날의 메뉴로 '잇트립' 만의 해석이 담긴 계절을 맛보고 싶은 사람, 만화 혹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또 본 사람

Yakumo Saryo(야쿠모 사료)

'여덟 개의 구름'이란 뜻을 가진 동네에 위치한 프라이빗 다이닝 클럽, 야쿠모 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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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 simplicity를 이끄는 오가타 신이치로(Ogata Shinichiro)의 절대적 미감으로 무장한 곳으로 자연적인 것과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게 모두 합쳐져, 그가 해석한 '일본스러운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169;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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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점심은 예약한 사람만이, 저녁은 야쿠모 사료가 초대한 사람만이 식사가 가능하다.

• 키워드: 모던 재패니즈
• 참고: 영어 가능, 12세 이하 출입 제한, e-mail 예약 필수
• 예산: 아침 ¥3,500~, 점심 ¥8,000~ 12,000
• 주소: 3-4-7 Yakumo, Meguro-ku, Tokyo
• 영업 시간: 화요일-토요일, 아침 9:00-10:30, 점심 12:00-15:30
• 추천: 일본 전통 문화 중 하나인 '茶寮(saryo)' 찻집 문화와 오가타 신이치로의 미감으로 해석한 가이세키 요리를 경험하고 싶은 식도락가, 오마카세에 익숙해 식사만을 위해 온전히 반나절을 보낼 수 있는 사람

Cignale ENOTECA(시그널 이노테카)

The Monocle Restaurant Awards 2016, 2017 WINNER에 빛나는 레스토랑. 한적한 메구로 지역 주택가에 자리 잡은 시그널 이노테카는 이태리에서 경력을 쌓은 토시지 토모리(Toshiji Tomori) 쉐프가 엄선한 퀄리티 높은 일본 제철 재료들로 창작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인다.

&#169;최빈

1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카운터석 위엔 오늘의 오마카세로 요리될 재료들이 정물화처럼 펼쳐져 있다. 촛대에 꽂힌 초에 불을 키는 순간부터, 랍스터를 닮은 이세에비로 만든 부야베스, 크림 없는 크리미한 트러플 프레쉬 파스타 등으로 이어지는 자유롭고 섬세한 밸런스를 느낄 수 있는 토시지 모토리 쉐프의 매직이 시작된다.

&#169;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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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일본 재료, 창작 이탈리안
• 드레스 코드: 스마트 캐주얼
• 참고: 2인부터 예약 가능, Dinner only, 신용카드 가능, 오픈 키친을 보며 식사를 즐기는 카운터 석이라 향수를 뿌리고 오는 것을 정중히 거절한다. 영어 가능
• 예산 : ¥12,000 ~
• 주소: 1 Chome-5-11 Komaba, Meguro-ku, Tokyo
• 영업 시간: 일요일 휴무, 월-토 18:00-24:00
• 추천: 잡지 <모노클>을 즐겨보는 사람, 일본 재료로 만든 창작 이탈리안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내추럴 와인 페어링에 푹 빠진 사람

[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

 

반짝 빛났다 사라지는 '트렌디'한 식당이 아니라, 돌아서면 다음 계절에 또 가고 싶은 도쿄의 식당과 카페를 찾아갑니다. 맛집이라고 목소리 높이는 마케팅이 아니라, 하루하루 꾸준히 만들고 다듬어 나가는 음식과 공간으로 '팔리는 테이스트(taste)'의 정수를 추구하는 도쿄 다이닝 신을 탐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