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핀란드처럼'의 시작

이 리포트를 쓰게 된 계기는 사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데 있다. 일을 찾지 못하고 아이를 낳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막막했을 때, '글을 쓰는 일'이 선택지에 남아 있었다. 자신 있는 주제는 두 가지였다. 핀란드와 육아. 둘을 합쳐 '여기서도, 핀란드처럼'을 기획했다.

 

아이가 잠을 자는 동안 틈틈이 글을 썼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로 일상에 원동력이 생겼다. 그리고 핀란드에서 좋았던 시간을 되새김하면서 일상을 환기했다.

 

'여기서도, 핀란드처럼'은 나 자신에게 외치는 소리다. 핀란드에서 배운 일상의 비결을 육아에 대입하니 육아가 단순해지고 편해졌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분명해지고, 핀란드인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가는지 비로소 알았다.  

 

핀란드인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 엄마가 되어 핀란드 일상을 돌이켜보니, 아이도 '작은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었다. 그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이루는 사회는 과연 부러울 만도 하다. 특히 우리 아이가 살아갈 사회의 모습으로 너무나도 바람직해 보였다.

 

엄마인 나는 핀란드에서 배운 비결로 한 아이를 키우고 싶다. 또 더 많은 부모가, 사람이 다 같이 아이를 그렇게 키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 바람이 이 리포트를 완성하기까지 굳건한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계기에서부터 시작한 글이니 우려하는 지점도 있다. 먼저 내가 경험한 핀란드는 핀란드의 전부가 아니다. 반대로 내가 경험한 핀란드가 핀란드의 것만은 아니다. 핀란드인에게 배운 어떤 것은 다른 문화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핀란드가 유일한 답이라고 받아들여질까 걱정이다. 핀란드인이 살아가는 방식은 완전하지 않다. 단순한 삶 이면에 절제라는 고통이 있다. 핀란드엔 우울한 사람이 많다는 건 알려진 사실. 아이를 우울한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