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되다

임신으로 취업 기회를 줄줄이 놓쳤다. 출산 후에도 몇 차례 취업을 시도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데다 엄마라는 필터를 거치면 남는 일자리가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근무지나 근무시간이 우선적 기준이 되었다. 그러고 나면 마지막에 남는 직군은 항상 비정규, 단순노동이었다.

 

아이를 기르며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묻는다면, 아이를 낳기 전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엄마라는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면서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몸과 마음의 근육을 쓰려니 매일 쑤시고 고되었다.

 

거기다 공부하고, 경력을 쌓으며 어렴풋하게 그려왔던 꿈의 궤도에 다시는 오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비정규직, 단순노동이라도 괜찮다. 다만 공부한 분야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속상하다.

 

수시로 밀려오는 이 감정을, 엄마라는 책임감으로 견뎠다. 아이에게 내 감정을 전이하지 않겠다는 책임감. 아이의 시간 만큼은 나의 감정과 별개로 맑게 지켜내고 싶었다. 어쩌면 책임감이기보다는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얘기하자면, '우리 아이는 아들이라서 다행이다'는 생각도 했다. 며느리로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시어머니의 이중성을 떠올리면서 여성의 삶을 물려주는 게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엄마와 여성으로서 느끼는 고립감과 개인으로서 느끼는 좌절감은 아이와 산책하면서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자연에서 조용하고 심심하게, 시간을 채우다보면 마음이 나아졌다. 동네 도서관이나 미술관에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여유가 조금씩 생기기도 했다.

 

아이를 위한 산책이었지만 되려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산책하는 엄마, '워킹(walking)맘'이 된 것은 결국에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일하는 엄마가 되다

그러다 갑자기 '워킹(working)맘'이 되었다. 다행히 전공과 벗어나지 않는 분야의 일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