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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만의 취향을 가지다

류진 류진 외 1명
나만의 취향을 가지다
음악을 빌려드립니다

핀란드 학생 신분이 혜택이 많다고 해도 수입이 없는 유학생 형편이 넉넉할 리 없다. 학생식당 말고는 외식하는 일이 없고,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동선과 시간을 계산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배고픔을 참기 힘들어서 남편에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말자고 날을 세운 적도 있다. 이뿐인가. 환승 시간 때문에 뛰어가다 코피를 흘린 적도 있다.

 

그렇게 궁색하게 사는 데도 어디론가 풍요로운 구석이 있었다.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선 학생 신분으로 쉽게 즐기지 못했을 음악과 공연을 가까이에 두고 살 수 있었다.

 

헬싱키 오페라 하우스에는 무료 공연 프로그램이 있다. 핀란드에 산 지 1년이 지났을 즈음, 헬싱키 안내 책자를 읽다 알게 되었다. 마침 그 주 토요일에 공연이 있었다. 무려 핀란드 국립 교향악단 소속 피아니스트와의 협주 공연이었다.

 

공연장 앞 로비에 앉아 연주를 감상했다. 오페라 하우스가 바다와 면하고 있어 로비에 앉아 있으면 바다가 훤히 보였다. 겨울이었는데, 허옇게 언 바다를 보며 듣는 음악은 공연장 안에서 듣는 것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연주가에게는 무례한 일이지만 자꾸 창밖을 보게 되었다. 선율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창밖 풍경과 창가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던 이들의 옆모습은 사진처럼 남아 있다.

ⓒ류진무료 공연이 아니더라도 학생은 저렴하게 오페라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공연 직전 남는 티켓을 학생에게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시험이 끝난 날 <마술 피리>를 본적이 있다. 아주 수준급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오페라를 볼 기회는 없었다.

도서관에서 음악을 빌리다음악을 빌려주는 도서관도 있다. 헬싱키 중앙역 옆에 있는 도서관 10은 음악도서관이다. 책도 빌려주지만 장서량은 그리 많지 않다. 음악도서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선반 대부분 음반이 꽂혀 있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대가 바뀐 요즘, 그렇게 많은 음반이 꽂혀 있는 곳도 드물다. 안쪽에는 CD뿐 아니라 악보, 레코드판까지 있다.

 

음악도서관이란 이름은 생소하지만 역할은 도서관과 같다. 음반을 대여해주고 곳곳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음악은 클래식, 록, 재즈, 팝 등 장르별로 분류했다. 보통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원하는 앨범을 찾을 수 있다.

 

보통 도서관과 다른 점은 소란스럽다는 것. 도서관 입구부터 떠들썩하다. 도서관 직원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테이블에 모여 회의를 하거나 곳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자연스럽다. 도서관 전체가 생동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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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

현재까지 127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H************

    잘 읽었습니다! 편안하고 넓게!! ^^

    복지는 국민의식과 함께 자라는 것이고! 교육도 그렇군요!!

    모두 다 함께 동의해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이 얼른 되길 기원합니다!

  • 백**

    핀란드에서 짧게나마 엄마로 지내본 경험이 있어서,
    이 글이 얼마나 핀란드의 진짜 모습을 담담히 써내려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장된 이야기도 없었고 그러나 애정이 느껴져서 읽으며 제가 다 행복했어요. 내가 보는 핀란드가 핀란드의 전부이지도 않고 진이씨가 느낀 핀란드가 핀란드의 전부이지도 않고,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지. 를 알 수 있는 시간을 핀란드에서 얻게 되었고 그 걸 잊지 않고 "여기서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흔들릴때 힘들때 꺼내서 다시 읽고 싶은 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