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식을 담다

핀란드인은 높은 세금을 내서라도 평등한 사회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런 가치관은 가진 것과 상관없이 소박하게 사는 그들의 생활방식과도 맥을 같이한다.

 

내가 방문했던 집은 대부분 작고 단순했다. 그리고 오래되었다. 그러니 집의 크기로 부를 가늠하는 일은 어렵다. 직업과 소득에 상관없이 대부분 고만고만한 집에 살았다. 학교 상담 선생님의 집이나 교수의 집이나, 대기업 직장인 부부의 집이나, 동거 중인 학생의 집이나 크기가 비슷했다.

 

집의 크기를 결정하는 건 부(富)가 아니라 구성원의 생활 방식이다. 돈이 많다고 생활의 규모가 커지는 건 아니니까. 삶의 1인분은 크기가 비슷하다.

 

핀란드에서 집의 크기는 부의 척도가 아니다. 그리고 부의 수준으로 삶의 수준이 달라지지 않도록 사회가 보호한다. 가령 임대주택의 경우 어떤 가정이 임대주택인지 모르도록 한다. 단지 안에 무작위로 임대주택을 배정하기 때문에 옆집에 사는 사람이 임대주택으로 입주한 가족일 수 있다.

 

같은 아파트라도 일부러 구조나 크기를 다르게 지어 '임대주택 동'을 기어이 만드는 한국과 비교된다.

 

"우리 집은 30평이야." "우리 집은 40평이거든." 어렸을 때 집 크기를 두고 친구와 말다툼을 벌인 기억이 있다. 어른이 부를 과시하는 방식을 은연중에 배워 도무지 아이답지 않은 기준으로 경쟁해야 했던 우리. 지금은 아예 집 크기에 따라 친구를 사귄다고 들었다. 어려서부터 이런 문화에 길들여지면 평등이란 개념이 자리 잡을 수 없다.

공식이 없는 집,
우리집의 공식을 만들다
우리 집도 작고 단순했다. 방 두 개에 작은 주방과 화장실이 있는 학생 기숙사였다. 부엌에는 전기레인지와 오븐, 냉장고를 빌트인(built-in)으로 제공했다.

 

1952년 핀란드올림픽이 열렸을 때, 이 기숙사를 국가대표 수영 선수에게 숙소로 내준 역사가 있으니 못해도 60년은 족히 넘은 건물이다. 삐걱대는 싱크대 문과 때가 지지 않는 화장실 타일, 여기저기 뜯긴 장판이 그 세월을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