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같은 옷을 입은 아이를 만난다면?

거리에서 우리 아이와 똑같은 옷을 입은 아이를 만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한 명도 아니고 그것도 여러 명을 말이다. 비싼 옷을 사주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애가 특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정성스럽게 고른 옷일 텐데 한두 번 정도는 웃고 넘어가겠지만, 그 이상을 보게 되면 아마 그 옷에 다시 손이 안 갈 것이다.

엄마상자는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야

핀란드에서 같은 상황을 겪는다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아, 우리 아이와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구나'하는 반응이다.

 

핀란드 정부가 모든 엄마에게 선물하는 '엄마상자(äitiyspakkaus)*' 때문이다. 넉넉하진 않지만 의류를 포함해 아이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 담겨 있다. 유행이나 성능에 따라 해마다 구성품이 달라진다.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는 같은 옷을 받는 것이다. 한국에서 '띠'로 아이의 출생연도를 구분한다면, 여기에선 띠가 아이의 옷인 셈이다.

 

* 2017년 엄마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 ©Kansaneläkelaitos

 

한국에서 만삭이 다 되어갈 때 즈음 여기저기서 '출산 준비물'이라는 엑셀 파일을 보내줬다. 산부인과나 육아용품 매장에서도 출산 준비물이 적힌 전단을 받았다.

 

부모의 소비를 부추기는 육아용품 매장은 그런다고 쳐도 병원에서 그 목록을 받았을 땐 핀란드의 엄마상자가 한없이 부러웠다. 육아 경험이 없는 엄마를 대신해 목록을 정리한 거라는 병원의 선한 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걸까?

 

출산 준비물에 따라붙는 주의사항은 늘 이렇다. "여기 있는 거 다 사라는 건 아니고, 필요한 것만 골라서 사." 그런데 그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턱이 있나. 주변에 조언을 구해도 결론은 항상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다. 블로그에 검색해보면 대부분 광고였다. 아이를 낳기도 전에 '육아 달리기'가 시작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