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유예하는 핀란드 대학생

자연과 가까운 삶은 쉼표가 수시로 찍힌다. 산책이 잦아지고, 걷다가 멈추고, 짬을 내어 쉬러 나가는, 일상의 여백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학교 앞 잔디밭이나 캠퍼스에 있는 바닷가 바위 위에 앉아 공부했다. 하루종일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해도 하굣길에 숲과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학교에 가는 학생들. 한가해 보이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다. 강의를 듣고 시험 공부를 하는 학생의 삶은 한국과도 같은데 핀란드에서는 좀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물론, 느슨한 학교 분위기도 한몫 한다. ⓒ류진

대학 졸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핀란드 석사 학제는 2년이다. 하지만 2년 안에 졸업하는 학생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대부분 3~4년에 걸쳐 석사를 마친다. 학교에서 정해놓은 석사 과정의 최대 기간은 4년이다.

 

학사도 마찬가지다. 3년 과정이지만 대부분 그 이상이 걸린다. 학사 3~5년에, 석사 3~4년. 핀란드 학생은 6~9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게 보통이다. 유니버시티 월드 뉴스(University World News)에 따르면 핀란드에서는 졸업하는 대학생의 중위 나이가 28세다.

 

핀란드에서는 보통 대학을 나왔다, 하면 석사까지 마쳤다는 뜻이다. 보통 기업에서 석사까지 요구한다. 그러니까 정식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평균 나이가 28세인 것. OECD 국가 평균 졸업 나이가 24세 언저리이니 이에 비하면 한참 늦은 나이다.

 

어떻게든 졸업하려고 한 학기에 네다섯 개의 수업을 꾸역꾸역 시간표에 채워 넣었던 나로서는, 강의 한두 개를 들으며 여유를 부리는 핀란드인 친구가 '학생 시늉'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핀란드 대학생이 졸업을 늦게 하는 이유가 뭘까.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이득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다. 학비도 무료지, 이래저래 감면을 받아 생활비도 적게 들지, 정부로부터 매달 학생수당을 받으니 졸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런 게 '복지가 과잉이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말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