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도착하다

핀란드에도 사람이 산다. ⓒ류진

당연한 얘기지만 핀란드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이 산다.

 

핀란드에 도착하기 전까지 핀란드는 엄마의 상상 속에만 있다는 '엄친아'와 같은 느낌이었다. 온갖 통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핀란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별세계와도 같아 그 존재가 도무지 실감 나지 않았다.

 

뉴스나 책에서 만나는 핀란드는 좀처럼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행책, 에세이, 각종 전문서적… 핀란드가 나오는 글을 닥치는 대로 읽어봤지만 핀란드는 '사람'보다는 복지, 자연, 교육, 디자인 같은 관념이 먼저이자 전부였다.

 

혹은 당시에 그런 것만 보고, 듣고 싶어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곧 닿을 땅, 핀란드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역시 사람보다는 복지와 교육뿐이었다.

핀란드 어때요?

핀란드에 사는 외국인끼리 하는 농담이 있다. 프랑스인과 독일인, 그리고 핀란드인 앞에 낙타가 한 마리가 지나갔다. 프랑스인은 낙타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낙타를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을까?' 독일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낙타의 몸은 어떤 원리로 움직일까?' 마지막 핀란드인은 낙타에게 이렇게 묻는다.

넌 우리가 어떠니?

핀란드에 도착해 한 가지 놀란 것은 정말 모두 이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간단한 신상을 묻고 핀란드가 어떠냐는 질문을 했다.

 

왜 그게 그렇게 궁금한지, 나도 묻고 싶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물어도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대화 주제를 찾는 데 능숙하지 못해서 그런가도 싶다. 어색하면 날씨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일종의 공식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핀란드인이 단답형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걸 생각하면 영 터무니없는 짐작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