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 어떡하지 너?

Editor's Comment

강동석 삼성전자 전 UX센터장의 프롤로그를 소개합니다. 본 글은 '방황하는 UX 디자인' 리포트의 첫 꼭지입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7월 18일(화)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2012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선행 UX 디자인을 담당하는 UX 센터의 센터장이 되었습니다. 당시 삼성 UX 센터에서는 '삼성 UX 멤버십'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UX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육성하고 있었고, 센터장으로서 교육담당자 및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삼성 UX멤버십 개관식 ⓒ삼성전자

당시만 해도 UX 분야의 급부상한 인기에 비해 학교에선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져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고, UX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물음표 가득 담긴 얼굴들을 마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UX 멤버십에 있는 거의 모든 학생들과 2년간 소규모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가졌었고 이 과정에서 UX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뭘 공부해야 할 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 지 막막했다는 이야기, 회사에서는 실제 어떤 UX 디자인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등의 구체적인 고민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 느끼고 고민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UX 디자인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제 경험과 지식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UX 디자인을 바라보고
이 복잡한 상황을
정리 할 수 있는 글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UX 디자인 분야는 단기간에 발전해왔기 때문에 시중에 양질의 서적도 아직 많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과서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특히 회사에서의 실질적인 고민들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경우는 더더욱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학문적인 부분에 기반하기보다는 상식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고자 합니다.

UX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것을 전공해야 하나요?

회사에서 UX 디자인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디자인, 전산, HCI, 심리학 등 수많은 다양한 전공 분야의 인력들이 모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UX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특화된 교육과 경험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워낙 다양한 출신 탓에, UX 디자이너로 입사한 신입사원이라면 자칫 상사들과의 소통이 어렵고 적절한 방향성을 지도 받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자칫하면 편향된 생각에 기인한 “개똥철학”이 만들어 지기도 합니다.

 

저는 산업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산업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회사에 와서 무슨 일을 맡겨도 잘 하는데 정작 없어도 표가 나지 않는다."는 우스갯 소리를 하는데, UX 분야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이와 비슷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공학, UX 디자인과 같이 다학제적인 사고를 요하는 분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하고, "이 부분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기업에서의 UX 디자인 업무는 역동적이지만 동시에 모호하기도 쉽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거나 명확한 주인을 정하기 애매한 일들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UX가 중요하니 사용자의 니즈를 분석해서 우리의 사업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UX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요청입니다. 이것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라는 건지, 아니면 신기능에 대한 기획인지도 파악이 어려운 요구사항이 다반사이고, 거기에 "뭐 새로운 거 없어?"라는 기대 섞인 물음은 기본입니다.

 

때로는 정작 기술은 개발했는데 용도가 마땅치 않아 이 기술을 어디다 사용하면 될 지 답을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기술이 처음에 개발된 목적이 따로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기 보다는 사용자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UX 디자인에서 관여해야 한다는 식의 경향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저 그런 결과물이 나오게 되면 오히려 "UX 디자인이 잘 하는 게 뭐야?"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UX 디자이너로서의 역할과 회사 내 입지가 점점 더 줄어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UX 디자이너가 회사에서 겪는 가장 큰 혼란은 "진정한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제품/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UX 디자인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로
그 회사에서 UX 디자인의 위상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UX디자이너가 제일 잘 하는 것을 말하려면 당연히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등 같은 디자인 부서들과 회사 내에서 일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품기획, 시장분석, 마케팅 부서 등에서 수행하는 일과 뚜렷하게 차별화된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이걸 찾지 못하면 제품/서비스가 모두 결정된 후 IA(Information Architecture)*, GUI(Graphic User Interface) 등을 단시간에 만들어야 하는 역할에 주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정보 구조. 웹사이트에 포함할 정보에 대한 계획과 구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이 글을 통해 UX 디자이너로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그 정체성과 방향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UX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도, 이 분야를 잘 모르더라도 제 글을 통해서 큰 그림이 이해되고 향후 같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방황하는 UX 디자인]

 

삼성전자 UX 센터장으로서 글로벌 선행 UX 디자인 조직을 총괄했던 강동석 저자가 UX 디자이너, UX 디자인 업무 관련자들이 한 번쯤은 마주치고 고민했던 질문들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내용들을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