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과 핀테크
반갑습니다. 좋은 밤입니다. (웃음)
저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라는 주제를 들고 왔는데요. 핀테크(Fin-Tech)라는 분야가 국내의 큰 아젠다가 된 지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크라우드 펀딩도 탄력을 크게 받게 됐어요. 여러 가지 배경도 있고 도움 받은 것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아젠다를 여러 사람들이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핀테크가 실체가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실체가 있는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별로 없고, 모두가 핀테크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짝짓기도 열심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고. 저희도 열심히 짝짓기를 하는 중입니다.
핀테크의 다양한 영역
《포브스(Forbes)》에서 뽑았던 15개의 핀테크 스타트업 중에 '웰스프론트'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시스템 트레이닝이라든가, PB들이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운영해 주는 것은 이미 많이 진행되어 왔던 방식입니다. 그런데 웰스프론트가 조금 더 개인의 투자 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시스템 트레이딩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소액 자산가들도 자산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가 대단히 좋아하는 '커런시 클라우드'는 환전 서비스입니다. '외국환 거래법'이라는 게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한테는 되게 딱딱한 법이에요. 항상 구비 서류를 잘 갖춰야 하는데, 커런시 클라우드는 '너랑 나랑 우리끼리 바꿔 쓰자', 이런 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서 온라인에서 클릭 하나로 쉽게 환전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사자-팔자를 안 하니까 그 수수료가 고객한테 돌아가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사실 결제 분야가 많이 주목 받았던 것은 커머스 시장 자체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핀테크 영역에는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초기에 핀테크라는 아젠다를 국내에서 형성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우리가 바라보는 핀테크의 미래는 이래' 하는 컨센서스(Consensus, 총의)가 있었어요. 그건 뭐냐면, 프론트라는 측면이었습니다.
금융업과 핀테크
고객을 만나서 고객으로부터
돈을 벌고 효용가치를 돌려주는 형태를
비금융회사들이 하겠다는 영역이 '핀테크'입니다.
저는 산업은행에 다니고 있었어요. 국책은행이어서 창업자 대출이 거의 제로인 공간입니다. 제가 나가겠다고 했을 때 미친놈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죠. 저는 산업은행에서 기업 금융 일을 했었고, 그 전에는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를 했습니다. 은행에서 과장이 될 때까지 일을 하다가 창업했는데. 그 때까지 제가 잊지 않으려고 했던 건 절대로 국책금융기관에 물들지 않곘다는 '나는 야인이야' 하는 인식이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 일을 하다가 크라우드 펀딩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핀테크에서 말하는 영역은 대부분 프론트에서 이루어집니다. 사실 통신회사도 IT 예산을 상당히 많이 쓰지만 금융회사도 IT 예산을 정말 많이 써요. '차세대'라는 단어를 쓰는 회사들은 금융회사랑 통신회사 같은 곳들이고, 어마어마한 전산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 때 고객들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최첨단 기법들이 사용되죠. 전자서명을 어떻게 하느니, 전자문서 보관을 어떻게 하느니, 이런 것들이 대단히 많이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핀테크라는 단어를 가지고 금융기관의 임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이야기할 때,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이런 반응들이 느껴졌어요. 이미 IT 예산을 그렇게 많이 쓰고 있는데 무슨 얼어죽을 소리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미들 오피스나 백 오피스, 그러니까 금융을 지원하는 쪽에서 하는 일들은 대부분 금융을 지원하는 IT 솔루션으로서의 금융 서비스였습니다. 금융사만 하던, 고객을 만나서 고객으로부터 돈을 벌거나 고객에게 효용가치를 돌려주는 형태를 비금융회사들이 하겠다는 발칙한 영역이 핀테크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종류
크라우드 펀딩은 돈을 받아 가는 사람 입장에서의 단어에요. 대중으로부터 펀딩을 받는 거니까요. 그런데 펀딩을 해서 내가 잘되고 나면 사람들한테 뭔가 나눠줘야 합니다. 돈 받았으면 나눠줘야 할 거 아닙니까? 돈을 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투자를 하는 거죠. 투자를 할 때 내가 뭘 받느냐에 따라서 크라우드 펀딩의 유형을 나눠 이야기하게 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돈을 주는데 그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어서 굳이 뭘 돌려받지 않아도 되는 걸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합니다.
내가 돈을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월리금을 주겠다는 걸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P2P 랜딩'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대출형 크랑우드 펀딩입니다.
내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걸 만드는 데 한 3억 정도가 들었어요. 이걸 양산하면 좋겠는데 이 제품을 들고 가서 대출해 주세요 하면, 네. 곤란해지죠. 그래서 사람들한테 양산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 받고 양산해서 돌려주는 걸 '보상품 제공형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합니다.
투자를 받고 잘되면 에커티를 나눠주든 채권을 나눠주든 수익을 배분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수익 배분형 크라우드 펀딩'이입니다.
이런 역사를 가지고 크라우드 펀딩이 발전해 왔습니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의 시장은?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법안 만드느라고 진짜 힘들었어요. 제가 만든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이 그렇게 이슈가 많은 나라인지 예전에는 몰랐어요. 두 달에 한 번씩 절대로 국회가 열리지 않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게 2년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어진 법안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비클을 통해서 비상장 기업이 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을 허락해 주는 것이에요.
우리나라의 주요 금융 채널은 간접 금융 채널입니다. 정부, 은행, 제2금융권, 창업투자사까지가 간접 금융 채널입니다. 간접 금융의 특징은 내가 그들의 틀에 정확히 맞춰야만 결과가 돌아온다는 겁니다. 재무제표일 수도 있고 담보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사업을 그들이 이해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용할 수 없어요. 여기 만약 창업투자사에게 거절 받은 분들이 있다면 너무 혁신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직접 금융은 채권과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건 나와 다른 개인이 거래하는 유통 시장이고, 내가 낸 돈이 기업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행 시장이라고 합니다. 직접 금융 채널은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 공개)를 하거나,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대기업은 간접 금융과 직접 금융의 비율이 1:1이지만
중소기업은 그 비율이 99:1에 이릅니다.
재미있는 건 대기업들은 정확하게 간접 금융과 직접 금융의 비율이 1:1입니다. 대안이 없는 삶을 사는 것만큼 위험하고 보장 안 되는 삶이 없잖아요. 혹시 직접 금융 채널에서 자금이 조달이 잘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은행하고도 거래를 하는 겁니다. 웬만하면 직접 금융 채널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해요. 왜냐면 그쪽이 더 싸거든요. 그런데 소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은 간접 금융과 직접 금융의 이용 비율이 99:1입니다. 결국 간접 금융 채널에서 검증을 받지 못하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생태계에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열린 거예요.
새로운 영역이 열렸는데, 그냥 열린 건 아니고. 1개의 회사가 1년에 7억원까지밖에 못 모으게 해 놨어요. 그러면서 한 사람당 1개 기업에 200만원까지밖에 투자를 못하게 했고요. 전문 투자자를 통해 그걸 비껴 갈 수 있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어찌 되었든 그냥 열린 건 아니에요.
미국은 2012년에 이걸 결행했고. 비슷한 시기에 영국과 호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진행했고 우리나라가 10번째 안쪽으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한창 진행 중인데, 대부분 선진국입니다. 선진국들이 크라우드 펀딩 법안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은 대기업 중심의 구조에서 고용 창출이 안 되고 있는데 "어라 이거 봐라 자기들끼리 투자를 하고 있네? 이거 허락해 주면 굳이 정부 돈 안 들여도 할 수 있겠네?" 해서 법안을 만들어 주게 된 거예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눈을 껌뻑거리면서 보고 있습니다. 저기 사기꾼들 들어오지 않을까? 저기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쟤는 양아치가 아닐까? 투자자들이 퇴직 자금 몰빵해서 인생 망치는 거 아닌가?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고민들을 정말 많이 해요.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이 비클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그런 게 남아 있는 상황이고요. 크라우드 펀딩의 매력적인 부분은 자금 조달이 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많은 바이럴 마케팅이 이루어지면서 점프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 이름은 와디즈이고요. (웃음) 제 이름은 신혜성입니다. 꼭 기억해 주시고요. 이따가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된 자료들은 되게 많아요.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에 들어가서 보셔도 있고. 저희가 쓴 책을 보셔도 되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A
※ Q&A는 OEC 장영화 대표가 방청객들의 질문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Q. 처음 와디즈가 등장했을 되게 신기했어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 연구소로 시작했잖아요. 어떻게 보면 나름의 전략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초기에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A.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웃음) 저희의 되게 중요한 전략이었고요. 마켓 사이즈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제도권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계획이 처음부터 있었고,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좋은 방법은 룰 안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되 제도권으로 들어갔을 때 어떤 게 긍정적인가 사람들에게 지식으로 전달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많은 활동을 했고, 책도 낸 걸 해외나 정부 당국에서 좋게 봐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Q. 회사 그만두셨을 때 집안 어른들이 다 싸매고 말리셨을 것 같은데. 사회에서 안정된 직장이라고 불리는 직업 아닌가요?
A. 저는 일단 가정이 있었고. 사업 하면서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제 아내가 저보다 더 많이 벌고 있었지만 첫째를 임신하면서 회사를 그만뒀어요. 저한테 입덧이 심하길래 어떻게 할까 물어보길래 그만두라고 했더니 그만두더라고요. (웃음)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만 큰 유수 인재였어요. 그런데 전혀 아쉬워하지 않더라고요. 지금까지 전업 주부입니다.
창업자들 중에 외벌이 창업자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저희는 3명이 시작했는데 셋 다 가정이 있어서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었고. 저는 창업할 때 되게 명확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굳이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창업할 때 제 아내가 뜯어 말리지 않았어요. 대신 2년 동안 그냥 제 말을 안 들어 줬어요. 창업한다고 했을 때 "창업하려고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라"고 하더라고요. 이것저것 이야기했을 때 아직 멀었다고 이야기하더니 지금 하는 모델을 이야기했을 때,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닌 것 같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이제는 핀테크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쓰이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는 부분이 있는데요. 팝펀딩, 렌딩클럽, 빌리와 와디즈를 비교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저희만 판교에 있습니다. (웃음) 아까 네 가지 유형 잠깐 보여 드렸잖아요? 방금 말씀하신 업체들은 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불리는 P2P 쪽에 있습니다. 아직 P2P는 제도권으로는 못 들어온 상황입니다. 저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할 때 명분이 없는 비즈니스는 잘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특히나 금융업은 규제 비즈니스라는 한계를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가 크라우드 펀딩 법을 만들어 준 배경에는 고용 창출이라는 분명한 명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냥 개인과 개인의 대출이라고 하면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보상품 제공형으로 시작해서 수익 배분형으로 가고 있는 서비스예요.
Q. '이것이라는 확신'은 어떻게 받게 되었나요?
A. '이것이라는 확신'은 제가 아니라 아내로부터 느낄 수 있었어요. 조직생활을 하면 그 조직이 주는 것들이 있잖아요? 꼭 얻고 싶은 것들. 제가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사표를 냈어요. 아내도 제 진정성과 조직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인정해 준 것 같았어요.
Q. 힐링이 필요한 적이 있었는지?
A. 항상 진짜 많이 필요하죠. 저희는 지금 직원이 25명인데 직원들 생각할 때마다 좋은 점도 많지만 리더라는 자리가 무척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이 있지요. 또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더 큰 상대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쩔 수 밖에 없는 과정이라 잘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때 오는 스트레스는 꼭 풀고 가야 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