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킹스 랜딩(King's Landing)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게다가 그 거리를 직접 걸어볼 수도 있습니다! 두브로브니크라는 환상적인 도시 안에서 블랙워터(Blackwater) 전투를 되살리고, ‘불멸자의 저택(House of the Undying)’을 방문하고, 나아가 다섯 번째 시즌의 마지막 장면을 당신만의 방법으로 멋지게 재현할 수도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관광청(Croatian National Tourist Board)

 

구시가지를 감싸는 석회석 길과 80피트 높이의 성벽, 달마시아 해변의 빛나는 별은 오랫동안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왔다. 이제는 독자들이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킹스 랜딩으로 알아볼지도 모른다.
뉴욕 타임스

지상에서
천국을 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오라

- 조지 버나드 쇼


* 영상: < Game of Thrones: On Location in Croatia > ©HBO

TV 드라마로 대박 난 지중해 도시

2017년 대선 개표 방송에서 SBS가 패러디하여 화제가 된 드라마가 있다. 덕분에 이제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왕좌의 게임>은 미국 방송사 HBO가 조지 마틴(George R. R. Martin)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역사 판타지 드라마이다. 서양 중세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왕국과 대륙을 배경으로 여러 가문이 권력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현재 시즌 6이 끝난 상태이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Enchanting walks on the city walls of Dubrovnik ✨ - Repost @travelingwithtyler -

Dubrovnik Croatia(@dubrovnik.croatia)님의 공유 게시물님,

들어가며

킹스 랜딩(King's Landing)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게다가 그 거리를 직접 걸어볼 수도 있습니다! 두브로브니크라는 환상적인 도시 안에서 블랙워터(Blackwater) 전투를 되살리고, ‘불멸자의 저택(House of the Undying)’을 방문하고, 나아가 다섯 번째 시즌의 마지막 장면을 당신만의 방법으로 멋지게 재현할 수도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관광청(Croatian National Tourist Board)

 

구시가지를 감싸는 석회석 길과 80피트 높이의 성벽, 달마시아 해변의 빛나는 별은 오랫동안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왔다. 이제는 독자들이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킹스 랜딩으로 알아볼지도 모른다.
뉴욕 타임스

지상에서
천국을 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오라

- 조지 버나드 쇼


* 영상: < Game of Thrones: On Location in Croatia > ©HBO

TV 드라마로 대박 난 지중해 도시

2017년 대선 개표 방송에서 SBS가 패러디하여 화제가 된 드라마가 있다. 덕분에 이제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왕좌의 게임>은 미국 방송사 HBO가 조지 마틴(George R. R. Martin)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역사 판타지 드라마이다. 서양 중세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왕국과 대륙을 배경으로 여러 가문이 권력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현재 시즌 6이 끝난 상태이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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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크로아티아의 해안 도시 두브로브니크가 <왕좌의 게임> 촬영 장소로 선정되었다. 그것도 한 장면이나 한 에피소드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 왕국 세븐 킹덤(Seven Kingdoms)의 수도 킹스 랜딩(King's Landing)의 배경으로 나오는 것이다.

 

발음하기도 힘든 도시인 두브로브니크는 여러 시즌에 걸쳐 셀 수 없이 드라마에 등장한 덕에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크로아티아 관광청 사이트에서도 드라마 장면과 배경이 된 장소를 엮어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 촬영지를 엮은 투어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드라마 팬에게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에 있는 예수회 계단(Jesuit Staircase)은 시즌 5에 등장하는 세르세이 라니스터가 굴욕의 행진을 시작한 바엘로르 대신전 앞 계단이다.

 

민족지학 박물관(Ethnographic Museum)은 미묘한 악당 리틀 핑거의 윤락업소이고, 지금은 폐허가 된 벨베데레 호텔 앞마당은 도른의 왕자 오베론 마텔과 악당 마운틴이 운명의 결투를 벌이는 장소다.

 

두브로브니크의 명소 렉터스 궁전(Rector’s Palace)은 바다 건너 상업 도시 콰스의 향신료 왕(Spice King)이 사는 곳이고, 성벽에 올라 아드리아해를 내려다보면 블랙워터 전투가 떠오르는 듯하다.


두브로브니크 시는 <왕좌의 게임> 테마파크 기획까지 거론하고 있고, 시민 중에서도 엑스트라나 스탭으로 참여한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왕좌의 게임>의 도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로 도시를 재건하다

앞서 살펴본 마이애미와 멜버른의 브랜딩이 시민과 이해관계자 위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면, 두브로브니크를 영화와 드라마의 도시로 브랜딩 하려는 노력은 시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왕좌의 게임> 제작진은 지중해 가운데에 있는 섬나라 몰타(Malta)에서 시즌 1을 촬영하다가 시즌 2부터 두브로브니크로 촬영 장소를 옮겼고, 그 후 두브로브니크를 거의 야외 스튜디오처럼 알차게 활용했다. 이에 몰타 국민들이 우려 섞인 추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제작사인 HBO는 별다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사실 HBO를 유인한 것은 두브로브니크의 전임 시장 안드로 블라후시치(Andro Vlahušić)이다. 블라후시치는 시 차원에서 영화 및 TV쇼 제작을 추진했고, 특히 <왕좌의 게임> 제작진을 설득하기 위해 구시가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두브로브니크를 버림받은 도시가 아닌, 살아있는 도시로 만들려면 과거의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로 도시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두브로브니크의 영화 촬영지 투어 ©Shutterstock

블라후시치의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왕좌의 게임>은 시즌 8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지만 카메라는 두브로브니크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다.

 

두브로브니크 시는 디즈니의 루카스필름(Lucasfilm)에도 같은 혜택을 제안했다. 그 결과 2017년 12월 중순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더 라스트 제다이(Star Wars: Episode VIII - The Last Jedi)>도 두브로브니크를 무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중세 석조건물로 가득한 중심가 스트라둔(Stradun)은 우주 카우보이들이 머무는 카지노 행성 칸토 바이트(Canto Bight)로 등장할 예정이다.

 

1999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Star Wars: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은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완성도가 떨어져서 비난받았다. 하지만 영화의 촬영지였던 튀니지는 관광특수를 누렸다. 영화의 흥행을 불문하고 두브로브니크의 인지도 역시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다. 발리우드(Bollywood)의 제왕 샤룩 칸(Shahrukh Khan)이 출연한 인도 영화 <팬(Fan)>을 비롯해 인도 영화계가 두브로브니크를 찾으면서, 시민들은 인도 관광객이 올 것이라고 들떠 있다.

 

제이미 폭스(Jamie Foxx) 주연의 영화 <로빈 후드(Robin Hood)>도 2017년 초에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2018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감독인 오토 바튜스트(Otto Bathurst)는 영국에서 적절한 장소를 찾던 중에 두브로브니크가 자신의 바람을 제한 없이 들어줘 촬영지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작자 베넷 월시(Bennet Walsh)도 크로아티아 문화부가 제공한 인센티브 덕분에 촬영이 가능해졌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두브로브니크는 관광업 측면에서는 '왕좌의 게임에 나온 도시', '스타워즈의 도시'로 이미지를 쌓고, 나아가 영화산업 측면에서는 '역사물이나 판타지 영화, 드라마를 찍기에 준비된 도시'로서 브랜드를 쌓고 있다.

두브로브니크는 왜 영화와 드라마를 택했을까

블라후시치 두브로브니크 전임 시장은 <왕좌의 게임>을 통해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 뉴질랜드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받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The Hobbit)> 시리즈의 촬영 무대가 되면서 관광객의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다.

 

2014년에만 관광업으로 70억 달러(한화 약 7조 8,410억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두었다. 뉴질랜드 관광위원회는 그중 31.55억 달러 정도가 영화 제작으로 인한 수입이라고 계산했다. 뉴질랜드 출신인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은 국가적 영웅 대접을 받았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뉴질랜드 관광위원회와 영화위원회가 협력해서 뉴질랜드를 현실 속 '미들 어스(Middle-Earth)'로 브랜딩 하기도 했다. '100% Pure Middle-Earth, 100% Pure New Zealand’는 뉴질랜드가 깨끗한 자연으로 유명한 점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워너 브라더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영화 시사회와 뉴질랜드 홍보를 엮기도 했고, <반지의 제왕> 출연진이 뉴질랜드를 홍보하는 영상도 확보했다. 관광위원회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첫 편에서 얻은 홍보 효과를 별도의 마케팅으로 얻으려면 4,100만 달러(한화 약 4,600억 원)가 넘게 들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뉴질랜드의 영화 세트장 ©Shutterstock

뉴질랜드의 성공은 자연환경이나 역사 유적 등 가진 것은 많지만 마케팅 재원이나 수단이 없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지 못하는 전 세계 도시 및 국가에 영감을 주었다. 게다가 에펠탑 같이 눈에 띄는 건물이 없어도 지역 자체가 영상의 배경으로 쓰인다면 그 지역 전체가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두브로브니크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했다. 지중해 중에서도 풍광이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마주 보고,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동안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없었다. 돈과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내전 중 공습을 받아 도시의 절반 이상이 파괴된 기억이 생생한 데다, 전후 회복하는 사이 인재가 많이 빠져나가고 산업은 뒤쳐졌다.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도 뾰족한 수가 없던 차에 <왕좌의 게임>이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두브로브니크는 기사들이 검으로 다투고 용이 날아올 법한 판타지 가득한 중세 도시로서 브랜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블라후시치는 2015년 4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두브로브니크의 관광업이 연 10% 수준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왕좌의 게임>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두브로브니크가 등장한 시즌 2를 보고 지갑이 두둑한 미국, 아시아 관광객까지 도시를 찾았다. 드라마로 인한 관광 수입 증대는 크로아티아 경제가 2015년까지 지속된 6년 간의 불경기를 끝내고 꾸준히 성장할 정도로 보탬이 되었다.

 

나아가 두브로브니크의 낮은 인지도가 도리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 입장에서 현실의 도시 자체를 브랜드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면 파리나 로마처럼 너무 유명한 곳은 촬영지로써 어려울 수 있다. 가령 판타지 영화에 에펠탑이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두브로브니크는 테러의 위험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달리 두브로브니크는 테러를 벌이기에는 인지도가 낮을뿐더러 구 동구권 국가의 특성상 종교색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테러를 벌일 명분도 없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시민까지 하나같이 영화산업을 반긴다는 것이 도시를 방문하거나 도시를 운영하는 입장이나 큰 이점이다. 관광업 외에 변변한 산업이 없고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은 연이은 영화와 드라마의 성공 덕분에 자신의 도시가 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세계 영화계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에 들떠 있었다. 시민 입장에서 자신이 조금이나마 참여한 영화를 보고 반해서 찾아온 여행자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화가 도시 브랜드에 미치는 힘

영화가 도시를 정의하는 경우는 전부터 종종 있었다.

 

파리를 떠올려보자.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거리를 누비는 예술가들, <물랑루즈(Moulin Rouges!)>에서 노래하는 연인들, <아멜리에(Amélie)>에서 도시를 누비던 주인공 아멜리까지, 파리를 다룬 영화를 모두 제하고 나면 파리에 대한 로망이 그대로 남아있을까?

희극은 도시를
아름답게 그리고
비극은 도시에
이야기를 심는다

도시의 마케팅 담당자가 비주얼과 스토리텔링으로 하려는 일을 영화가 알아서 다 해준다.

 

또 다른 예로 뉴욕을 보자. 우디 알렌(Woody Allen) 감독의 1970~80년대 코미디 영화들은 뉴욕에 대한 러브레터로 불렸다. 영화 <맨하탄(Manhattan)>에서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배경으로 흑백 화면 속 마천루들이 나타날 때 뉴욕은 세련되고 지적인 문화의 성지처럼 보였다.

 

미국 영화들은 뉴욕을 현대 도시의 전형이자 정점으로 취급했고, 미국 영화가 세계를 휩쓸면서 뉴욕이 도시 중의 도시라는 인식이 더욱 퍼졌다.

 

1933년 <킹콩(King Kong)>부터 1984년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까지 전 지구적 재난이 어떤 장소에 닥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도시가 뉴욕일 정도였다. 2000년대 초기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는 뉴욕을 젊고 섹시한 여성들의 로맨틱한 도시로 그려냈다.

영화 촬영 중인 뉴욕 어퍼 웨스트 사이드(Upper West Side) ©Peter Titmuss / Shutterstock

한편 영화 속 이미지는 도시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의 뉴욕은 모든 이미지에 해당하기도 하고, 동시에 그중 어느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뉴욕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 도시를 찾는 여행자가 많다.

 

이런 트렌드 때문에 영화나 TV에 등장한 장소를 찾아가는 영상 관광(Screen Tourism), 또는 '세트 찾기(set-jetting)'가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에만 4,500만 명의 여행자가 그 국가에서 촬영된 영화나 TV쇼 때문에 여행지를 정했다고 대답했다.

 

영상 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유로스크린(EuroScreen)은 드라마의 효과도 영화 못지않다는 점을 밝혀 냈다. 영화 감상이 주로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라면, 드라마 시청은 좀 더 개인적인 오락이다. 전자는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반면, 후자는 장기간에 걸쳐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한다. 영화든 드라마든 그 배경이 되는 장소에 찾아가는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다.

본래 여행지의 이미지는 목적지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관객은 영화를 보며 가장 아름다운 각도에서 여행지의 풍경을 접한다. 그 풍경은 줄거리, 캐릭터, 사건, 테마와 엮이면서 장소에 대한 감정을 형성한다.

 

영화에서 본 공간에 찾아감으로써 여행자는 자신이 본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 속에 들어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일상 속의 탈출이라는 면에서 여행과 통하는 바가 있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나아가 요즘은 오로지 영상 속 장소를 직접 보고 싶다는 동기만으로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기도 하고, 소셜 미디어 덕분에 이러한 장소를 발견하기도 쉬워졌다. 인지도가 낮은 지역이 영화 덕에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말한 뉴질랜드의 경우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도시 앨버커키(Albuquerque)는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의 배경이 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에미상(Emmy Award)을 10개나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라마로, 평범한 화학교사가 마약왕이 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이다.

 

도시 이미지로 삼기엔 꺼림칙한 구석이 있을 법도 한데, 앨버커키 관광청은 드라마로부터 영감을 받은 푸른색 '락 캔디(Rock Candy)'를 홍보하고 있다. 이는 드라마가 앨버커키를 활용한 이유와 앨버커키가 홍보하려는 점이 겹치기 때문이다. 주연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톤(Bryan Cranston)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앨버커키 자체가 드라마 중 하나의 캐릭터"라고 말했다.

(앨버커키는) 건실하고 굳건한 풍경이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 힘든 장소죠. 사람들은 LA도 보고 뉴욕도 봤지만, 앨버커키나 뉴멕시코를 제대로 본 적은 없거든요.

아마도 앨버커키 관광청이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도시 차원에서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영상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영상 촬영에 협조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이제는 <왕좌의 게임>이나 <스타워즈>처럼 매력적인 이미지와 파급력이 보장된 작품을 두고 도시끼리 경쟁도 치열해졌다.

영화로 도시를 브랜딩 하는 경우의 위험

<왕좌의 게임>은 2018년이면 끝난다. 다음 시즌은 두브로브니크를 떠나 스페인에서 촬영할 예정이고, 마지막이 될 시즌 8의 촬영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 후 두브로브니크는 어떻게 될까? <스타워즈>가 중세도시라는 두브로브니크의 이미지에 <왕좌의 게임>처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저마다 역사 유적을 지닌 유럽의 다른 소도시가 파격적 제안으로 다른 영화 프로덕션을 끌어들일지 알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의 성공이 크게 지속될 경우에도 한계는 있다. 두브로브니크의 인기는 구시가지에 한정되어 있다. 이 역사 지구 내에서는 새로운 건물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 성벽 내 새로운 건축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을뿐더러, 구시가지의 모습을 바꾼다면 유네스코에서 반발할 수도 있다.

 

중세도시라는 이미지를 유지한 채로 현대적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는다면 도시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로맨틱한 역사 유적을 내세워 도시를 브랜딩 하는 경우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유적지를 담을 뿐, 현재 도시의 모습에 주목하지 않는다. 관객도 영상에서 본 그대로의 모습을 원한다. 시민들이 구도심을 바꾸고 현대화시키고 싶어도 정작 관광객이 반대할 우려가 있다.

 

또 하나의 위험은 도시의 이미지를 담은 영상의 내용과 성과에 따라 도시 마케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태국의 치앙마이는 예술, 카페, 젊은 창업가들이 붐비는 유서 깊은 대학 도시로 세련된 이미지를 쌓고 있었다. 그 와중에 치앙마이를 배경으로 한 중국 코미디 영화 <로스트 인 타일랜드(Lost In Thailand)>가 중국에서 사상 최대의 흥행을 거두었다. 영화로만 치앙마이를 접한 중국 관광객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들었다. 일부 몰상식한 관광객 때문에 치앙마이는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도시 당국이 영화 제작과 홍보 단계부터 참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면 도시의 어느 장소가 팬의 애정 공세를 받을지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관광 특수를 누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상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한 편의 영화 때문에 관광 정책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급습을 당한 격이었다.

치앙마이 ©Shutterstock

역으로 도시 차원에서 제작진을 물심양면 지원하고도 실제 효과는 별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heart)>는 대부분 아일랜드에서 촬영했지만, 정작 관광객은 주인공의 나라인 스코틀랜드를 찾았다.

 

도시의 실체가 아닌 이미지를 팔 경우, 관광객을 만족시키는 것도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첫사랑의 이미지처럼 환상 속 장소를 직접 보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영화나 드라마의 인기가 시든 후에도 관광업을 이어가려면 도시의 내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도시에 대한 정보나 깊은 관심 없이 영화나 드라마 속 이미지만 보고 방문한 손님이더라도, 도시 입장에서는 관광업의 고객이다. 시민이 관광객을 보는 관점도 '어느 장소, 어느 건물의 손님'이 아닌, '내가 사는 도시에 찾아온 손님'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가 영상 속 장소의 이미지를 팔아도, 그 주체는 장소가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베니스 vs. 두브로브니크

관광객에 대해 우호적인 두브로브니크와는 달리 대조적인 시선을 보내는 도시가 있다.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베니스이다.

 

베니스는 <문레이커(Moonraker)>부터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까지 '007 시리즈'에 빈번하게 등장했다. <툼 레이더(Tomb Raider)>,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등 모험 영화의 단골 배경으로 쓰였다. 덕분에 유명세라면 어느 도시에도 지지 않지만, 베니스는 그 인기에 치를 떨고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베니스 구시가지의 인구는 2014년 기준으로 5만 5천 명 정도이다. 반면 매일 6만 명 이상의 여행자가 베니스를 방문한다. 지난 15년 동안 크루즈선 투어는 439% 늘었다. 베니스는 유럽 내 크루즈선의 수도로 불릴 정도이다. 임대료가 치솟는 마당에 집주인이 집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사용하면서 정작 현지인의 거주 공간이 줄어들었고, 30년 동안 인구의 절반이 줄었다.

 

문제는 베니스의 경제가 전적으로 관광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베니스 시민이 그토록 증오하는 크루즈선의 승객은 연간 1억 5,000만 유로 이상을 베니스에서 지출한다. 크루즈 관광 업계도 3,000명 가까운 베니스 시민을 고용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및 지속가능 관광 프로그램(World Heritage and Sustainable Tourism Programme)의 수장인 피터 데브린(Peter Debrine)도 2012년 독일 매체 DW(도이체 벨레)와의 인터뷰에서 "관광업은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방문객 숫자를 늘리면서 부정적 효과를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 요지다. 베니스 시민과 크루즈선 운영자가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방향은 선뜻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시민과 여행자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관광객과 시민의 관점 차이 때문이다. 영상을 보고 도시를 찾는 관광객은 대체로 현실 속 도시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애초에 도시에 애착이 없으니 관광객 때문에 도시가 상한다고 아우성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베니스 경제가 전적으로 관광업에 의존한다는 점이 문제다. ©Georgethefourth / Shutterstock

두브로브니크는 9세기부터 해상무역을 기반으로 베니스의 라이벌로 성장했다. 13세기 베니스의 지배를 받기도 했지만, 14세기에 헝가리 왕국의 속국을 거쳐 오토만 제국에 속하면서 사실상 자유로운 도시국가가 되었다. 베니스를 라이벌로 두고 무역으로 쌓은 부와 영리한 외교술로 세력을 키우며 15~16세기에는 전성기를 누렸다.

 

그 후 19세기에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하면서 도시 국가로서의 수명을 다했다. 하지만 두브로브니크는 제2차 세계 대전 후 1970년대에 구시가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관광지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1991년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일어났다. 무려 일곱 달 동안 포위당하면서 포탄 공격을 받은 두브로브니크는 도시 건물의 3분의 2 가량이 손상되었다. 도시 전체의 복원을 마치고 2000년대 초에 관광지로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 남은 인구는 4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두브로브니크는 베니스와 다르게 접근했다. 이미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거치면서 관광객이 완전히 끊긴 경험을 했기 때문에 두브로브니크의 시민들은 관광수입의 중대함과 관광객의 소중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다른 서유럽 국가와 비교해 크로아티아 차원에서도 관광 수입은 중요하다. 현재 크로아티아 내 관광업의 비중은 GDP 대비 18%나 되는데 이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관광업이 발달한 다른 서유럽 국가보다 높은 수치이다.

 

베니스는 관광객이라면 치를 떨지만, 두브로브니크는 발리우드 영화 덕에 인도 관광객이 몰려올 거라며 신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두 도시는 영화나 드라마를 대하는 과정도 달랐다. 두브로브니크에게 영화나 드라마는 관광수입을 위한 마케팅 도구 이상을 의미했다. 시장부터 나서서 영화사와 드라마 제작사를 끌어들인 것은 관광업계에서 이름도 빛도 없던 뉴질랜드가 갑자기 판타지랜드가 된 것처럼, 영화 산업을 두브로브니크를 새롭게 브랜딩 할 기회로 보았기 때문이다.

두브로브니크 전경 ©Shutterstock

두브로브니크는 유네스코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바닷가만 있어도 관광객은 꾸준히 오겠지만, 노쇠한 유적지에만 의존하면 베니스처럼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왕좌의 게임>을 촬영한 이래, 많은 시민이 엑스트라뿐 아니라 의상 제작, 세트 담당, 로케이션 선정 등 제작에 연관된 여러 분야에 참여했다. 드라마 시즌을 거듭하고 다른 영화의 제작도 이어지면서 4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전체 시민 모두에게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노하우가 쌓인 것이다.

 

도시 전체가 영화 산업과 교류하고 제작에 참여하면서, 영화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일'이 되었다. HBO가 여행 성수기에도 두브로브니크에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 내 고용 창출 효과가 다른 부정적 효과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베니스가 영화 속 이미지를 수동적으로 취한 반면, 두브로브니크는 그 이미지를 영화사와 함께 능동적으로 만들었다. 이 점이 도시 이미지를 대하는 두 도시의 결정적 차이다.

인터뷰: 로버트 시미치(왕좌의 게임 두브로브니크 투어 대표)

두브로브니크에 있는 여행사나 가이드 치고 '왕좌의 게임' 투어를 제공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그중에서도 로버트 시미치(Robert Simić)가 이끄는 '왕좌의 게임 두브로브니크 투어'는 2013년부터 꾸준히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시미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에서 이탈리아어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투어 가이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왕좌의 게임>을 수십 번 보고, 두브로브니크에서 촬영된 장소는 모두 알고 있다는 시미치는 실제 드라마에도 두 차례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극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도 (당연히) 자기 자신이라고 답했다.

관광객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로버트 시미치(사진 오른쪽) ©Robert Simić

Editor's Comment

본 인터뷰는 저자가 화상 통화 또는 서면 인터뷰로 진행한 후, 한글로 번역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이유진(이하 생략): 두브로브니크 사람은 관광객이나 영화 촬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시미치(이하 생략): 관광객에 대한 생각을 영화와 직접 연관 짓지는 않는다. 영화 붐이 일기 전부터 관광업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래도 사람들이 두브로브니크를 다시 찾기 시작된 것은 좋은 일이다. 수입이 들어오니 도시 곳곳을 수리할 수 있고, 일자리도 생겼다.

 

1990년대 초에 전쟁을 거치고 1990년대 말까지는 도시가 텅 빈 느낌이었다. 전쟁이 끝나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느껴야 다시 찾아올 테고, 그나마 오고 싶어도 공항이나 호텔도 없는 상태였다.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지만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도시의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매년 관광객이 늘어나던 차에 <왕좌의 게임>이 터졌다. 드라마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숫자로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영화 촬영에 대해 우호적이다. <왕좌의 게임>은 TV 역사상 제작비 규모가 가장 큰 드라마인데다 광고도 많이 했다. 그 덕분에 다른 촬영이 계속 이어져서 새로운 일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스타워즈>도 찍고 규모가 작은 미국 TV쇼, 발리우드 영화도 2개나 찍었다. 2013년에는 한국의 리얼리티쇼도 찍었는데 그다음 해 한국인 방문객이 5배나 늘었다. TV의 영향력이 이렇게 대단하다.

 

그나마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는 <로빈 후드> 촬영팀이 스트라둔(Stradun) 거리 전체에 세트를 만들었을 때이다. 시민들은 스트라둔 거리에 자부심이 많다. 거리 모양을 전부 바꿀 거면 왜 하필 그 거리를 쓰냐는 불만이 있었다.

 

그래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촬영을 하느라 근처 가게나 식당을 닫게 되면, 영화사에서 하루 예상 수입에 팁까지 전부 보상해준다. 또는 촬영팀 식사를 현지 식당에서 주문하기도 한다.

 

게다가 영화사가 현지에서 창출하는 고용 규모가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엑스트라는 대부분 현지에서 구한다. 의상 제작자도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나 현지 극장에 있는 의상 제작자를 고용한다. 헤어, 메이크업도 마찬가지이다. 촬영 장소를 찾을 로케이션 매니저부터 카메라맨, 목수에 엑스트라 캐스팅을 관리할 회계사까지 다양한 사람을 고용한다.

 

인구가 3만 5천 명인 도시에서 수백 명을 고용하니,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 중 영화 촬영에 참여한 사람이 한두 명은 있다.

 

도시 전체가 영화에 참여하는 셈이다.


그렇다. 게다가 현지인을 오랜 기간 고용하니 다들 영화 촬영에 대한 경험이 쌓였다. 이는 다른 영화 촬영팀에게도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작고 아름다운 도시에 이미 영화 촬영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갖춘 인력이 수백 명이나 있으니까.

 

두브로브니크에 제작사도 두 군데나 생겼다. 누군가 두브로브니크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하면 현지 제작사가 중간에서 조율을 하고 준비한다.


두브로브니크의 영화 산업 자체가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까?

 

주요 산업이자 유일한 산업은 여전히 관광업이다. 시민은 대부분은 관광업에 종사하고, 관광객이 없으면 경제적으로 끝이다.

 

영화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 6년 동안 두브로브니크의 영화 산업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다. <스타워즈> 팀이 다시 올 지도 알 수 없고, 산업으로서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외곽에 촬영 스튜디오를 만든다느니 말은 많지만 정치인들이 부추길 뿐 아직 제대로 시작하는 이는 없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계에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 달에서 석 달 정도 일하고 나면 크로아티아인의 1년 평균 연봉을 벌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가 영화 촬영지로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도시 자체가 독특하다. 세계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중세 도시이다. 어딜 가나 풍경이 아름답고 건물도 멋있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기 좋다. 여기에 시민의 협조가 더해져서 영화 촬영 명소가 되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지중해에서 경쟁할 만한 도시가 별로 없다. 프랑스는 파리 테러로 관광객이 3분의 1이 줄었다. 터키 역시 최근 몇 번의 폭탄 테러로 관광객을 거의 다 잃었다. 이집트 등 아프리카 북부나 그리스도 문제가 많다. 남은 것은 스페인, 이탈리아 정도인데 크로아티아가 서유럽보다는 물가도 저렴하고 관광객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뭔가 새로운 일이 계속 일어나고 영화도 찍으니 말이다.

'왕좌의 게임' 투어를 진행 중인 로버트 시미치 ©Robert Simić

'왕좌의 게임' 투어는 어떻게 준비하나?

 

투어는 2013년부터 시작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장소를 위주로 거의 자동적으로 코스를 짜고 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투어 프로그램도 그에 맞춰 변한다.

 

관광객 중에는 드라마의 팬이라서 이미 촬영 장소를 아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촬영 장소는 찾기 힘들다. 드라마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습이 변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5시간 넘게 7~8군데를 들르는 코스였다. 시즌이 쌓이면서 코스가 너무 길어져서 지금은 사람들이 지치지 않게 중간에 쉬어가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도구의 복제품으로 사진을 찍거나 이론을 이야기하면서 쉬어간다.

 

이론?

 

다들 <왕좌의 게임>의 결론에 대한 내 의견을 궁금해한다. 난 이 드라마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있다. 투어 안내 책자를 준비하느라 한 장면을 수십 번씩 보고 엑스트라도 했다. 주위에 <왕좌의 게임> 촬영에 참여한 사람이 있으면 커피든 맥주든 사주고 정보를 얻는다. 드라마에 대해 많이 아는 관광객에게 배우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관광을 하다가 도시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고 싶어 한다.   

 

다른 투어 프로그램과 '왕좌의 게임' 투어는 무엇이 다른가?

 

나로서는 '왕좌의 게임' 투어를 준비하는 것이 더 편하다. 가이드하기도 쉽다. 사람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켜봐 온 드라마 속 장소를 방문하느라 행복해하고, 열의가 있어서 어떤 설명이든 듣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르네상스 미술이나 중세 역사 설명을 들을 때도 그 정도 열의를 갖추지는 않는다.

 

워낙 투어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단순히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같은 시간 동안의 다른 투어와 비교하면 '왕좌의 게임' 투어가 30~40%가량 더 비싸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이다.

 

'스타워즈' 투어도 만들 생각인가?


아마도 만들 것 같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 자체가 좋든 나쁘든,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거다. 자금이 풍부한 루카스필름이 대대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것이고, <스타워즈>는 그 자체로 영화 이상의 브랜드이자 컬트 문화이니까.

게다가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 중에서 <스타워즈>를 촬영한 곳은 두브로브니크뿐이다. <왕좌의 게임> 촬영지는 몰타나 스페인에서도 볼 수 있지만, 도시에서 <스타워즈> 촬영지를 보려면 두브로브니크에 올 수밖에 없다. 개봉하고 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Robert Simić

베니스와 같은 혼란을 막으려면, 두브로브니크 시에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크루즈선의 교통정리가 우선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기간이 줄어들 것이다.

 

4~5년 전에는 관광객이 몰려 꼼짝할 수 없는 정체기간이 1년에 25일 정도였다. 지금은 15일로 줄었다. 그때는 모든 크루즈선이 언제든 정박할 수 있어서 하루에 16,000명이 내린 적도 있다.

 

크루즈선의 스케줄이 꼬이면, 어느 날은 1,000명이 내리고 다른 날은 10,000명이 몰려든다. 관광객 2~3,000명이 더해지는 정도야 큰일이 아니지만, 10,000명이 한꺼번에 구시가지의 좁은 길을 누비면 도시가 마비된다.

 

결국 타이밍과 계획의 문제이다. 도시 차원에서 여러 크루즈 선박 회사와 협상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베니스처럼 전체 크루즈선의 숫자도 줄여야겠지. 그래도 상황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다들 베니스를 보고 겁먹는 것일 뿐이다. 

 

도로의 교통 체증도 개선해야 한다. 지중해 도시라서 언덕과 바다 사이에 끼어서 도로가 좁을 수밖에 없는데, 관광객이 갑자기 늘어나면 교통이 아예 멈춰버릴 수 있다. 현지인을 위해서도 대중교통수단을 좀 더 보강할 필요가 있다. 구시가지 밖에도 이벤트나 페스티벌 등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분산시킬 만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다고 관광객 수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이미 숙소의 한계 때문에 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만일 모든 숙소의 방이 다 찬다고 해도 도시가 감당할 정도의 숫자이다. 관광객 모두가 동시에 같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니까.*

* 한편, 두브로브니크 시는 2017년 4월부터 구시가지 동시 입장객 수를 8,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참고 기사 

 

 

문제는 크루즈선에서 내려 대여섯 시간밖에 구경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 수천 명이 여전히 모두 구시가지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두브로브니크 바깥 사람들은 두브로브니크가 베니스처럼 될 수 있다고 괜한 걱정을 한다. 정작 구시가지를 매일 오가는 우리의 의견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


두브로브니크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 도시에 매일 살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