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사회를 직접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TV와 책, 각종 강연과 칼럼에서 북유럽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나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과 세대 간 갈등에 답답함을 느끼는 한국 젊은이 중 북유럽 국가에서의 삶을 선망하는 이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2016년 여름 알토대학교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북유럽에 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흥분과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물론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막막함도 있었습니다. 막연히 귀국 후 좋은 직장을 찾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불안을 걷어내기 위해 핀란드 사회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것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했습니다. 유럽 최대 스타트업 축제, ‘SLUSH 2016(이하 슬러시)’ 자원봉사자 활동은 그 관찰의 일환이었습니다. 

슬러시 내부 전경. 세션이 진행되는 무대와 미팅 공간, 업체 부스들이 탁 트인 공간에 함께 위치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열린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강연을 듣는데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Slush

「SLUSH, 핀란드라는 빙산의 일각」 리포트 원고를 작성하며 핀란드 교육계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젊은 세대는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 또한 슬러시에 투영된 핀란드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 10여 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슬러시의 장점은 물론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의 뿌리, 알토이에스부터 핀란드 교육과 복지 제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인터뷰이는 한국인들에게 반복적으로 들었던 질문을 전했습니다.

 

"주로 스타트업 사우나의 예산이 어디서 오는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시더군요. 만약 예산이 잘못 쓰이면, 혹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는 한국인이 많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확인하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다들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신뢰가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좀 희한하긴 합니다. 어떻게 우린 서로를 이렇게 잘 믿는 걸까요?"
- 캐스퍼 수오마라이넨(Kasper Suomalainen) 전 알토이에스 대표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