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턱에게 물은 10가지 질문

Editor's Comment

'모노클, 미디어를 말하다'는 2017년 3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모노클 미디어 서밋(Monocle Media Summit)'과 10주년을 맞은 모노클 이야기를 엮어 만드는 리포트입니다. 런던에서 TV 프로듀서로 일하는 정선영 저자가 서밋에 참가하였고, 리서치와 추가 인터뷰를 통해 리포트를 완성합니다.

이번 글은 정선영 저자가 지난 3월 23일, 모노클 에디터 앤드류 턱(Andrew Tuck)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인터뷰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4월 28일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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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이하 생략): 왜 잡지 에디터가 되었나?

앤드류 턱(이하 생략): 어렸을 때 런던에서 약 50 km 떨어진 근교에 살았다. 14살 무렵에, 그저 잡지 하나 사보겠다고 혼자 그 먼 거리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에 가서 기차역 가판대에서 잡지를 샀다.

나처럼 아주 지루하고 별 볼 일 없는 중소도시 출신에게는 잡지 안에서 펼쳐진 뉴욕, 베를린 등의 아주 일상적인 삶조차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나도 그 삶을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가능케 하는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고도의 자본주의 시대에는, 소비 취향이 아이덴티티의 일부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노클을 읽는 것 역시 아이덴티티의 표현이 아닐까.

흥미로운 포인트이며, 동의한다. 나는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왜냐하면 모노클은 구독자보다는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다른 잡지들과 마찬가지로 모노클 수익의 대부분은 광고에서 온다.

우리는 모노클이 가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독자들이 취하길 원하고, 이에 성공했기에 광고주들이 모노클에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돈으로 훌륭한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것이다.
무엇을 읽는가는
그 사람의 취향을 잘 설명한다
아이패드 등의 모바일 기기로는 무엇을 읽는지 알 수가 없지만 잡지는 다르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도 모노클 독자라는 공통점으로 금세 공감을 나눌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모노클이 다룬 주제들은 어떻게 변해왔나?

큰 변화는 없다. 예전에는 주로 소규모 기업에 대해 글을 썼다면, 현재는 중소 기업(직원이 100명 이하인, 가족이 창업주인 기업)으로 주제를 좀 넓혔다. 대기업 얘기는 절대 안한다. 그 외 도시, 건축, 관광은 우리가 관심 갖는 주제들이다.

지금까지 발행한 102권 중, 가장 판매량이 많았던 것은?

브렉시트가 커버스토리였던 2016년 9월 호. 사람들이 이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확신을 잃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어떤 가이드가 필요한지에 대해 썼다. 정말 단순한 아이템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Monocle 96호(2016년 9월 호) ⓒ손현

2017년 2월의 커버스토리도 그저 올 한 해 무엇을 배워 볼까 하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외국어 습득에 대한 아이템이었는데,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았고 판매량도 아주 많았다.

커버스토리가 독자의 필요 욕구에 딱 부합하면 반응이 좋다. 물론 특이한 스토리도 반응이 좋다. 일본의 도라에몽 캐릭터가 커버였을 때도 반응이 좋았다. 즉, 전혀 예측이 안 된다.

크리에이티브 분야도 알고리듬을 이용한 의사결정들이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처럼. 모노클도 이런 테크놀로지들을 활용하는 데 관심이 있나?

(단호하게) 결코 없다. 그런 테크놀로지들은 스케일이 큰 상업적인 TV 프로젝트 같은 것에는 통할 수 있겠지만, 우리 업계에서는 독자를 가장 잘 아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타겟 독자층은 모노클 에디터들과 같은 성격의 사람이다. 우리 잡지의 콘텐츠는 스탭부터 잘 알고 관심있어 한다. 독자들과 우리가 관심있어 하는 콘텐츠가 거의 동일하다고 본다.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떻게 구하나?

하루를 마친 후 와인 한 잔이면 된다. 하하. 농담이다. 뭔가에 집중하고 싶다면 그 장소를 떠나 완전히 새로운 장소에 가면 영감이 생긴다. 또 머릿속에 들어오는 각종 정보의 양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장소도 좋다. 예를 들면 전화나 인터넷을 쓸 수 없는 비행기 안에서는 평소 안 쓰던 뇌를 쓰는 기분이 들어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많은 나라들이 모노클에 금전적 로비를 한다고 관계자들도 공공연히 말한다. 이런 로비 및 광고로 나가는 기사와 철저히 모노클 에디터들의 관점과 선택으로 나가는 기사는 어느 정도 비율인가?

한 권(300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약 40장이 애드버토리얼*이다. 그중 몇 퍼센트가 특정 정부에서 후원(sponsorship)하는 콘텐츠인지는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다. 발행 호수마다 다르겠지만 정부 애드버토리얼이 하나도 없을 때도 있다.

* 광고(advertisement)와 편집기사(editorial)의 합성어로, 신문이나 잡지에서 기사와 같은 형태로 실리는 광고. - PUBLY

예를 들면 선글라스 브랜드가 모노클에게 광고가 되면서 모노클 독자들이 읽었을 때 흥미가 있는 내용을 애드버토리얼로 만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제안한다. 우리는 애드버토리얼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해당 글에는 선글라스 브랜드 X MONOCLE 표시가 되고 다른 레이아웃, 폰트 등을 사용해서 일반 글과 구분한다.

Monocle 102호(2017년 4월 호)에 실린 애드버토리얼 ⓒ최우창

애드버토리얼이 아닌 일반 피처 기사(예: 시사와 정부가 주제라면 Affairs 섹션)를 상업성 댓가로 돈을 받고 쓴 적은 절대 없으며, 혹시 한국 관련 글이 모노클에 나왔다 해도 모노클이 원해서 쓴 것이지 한국 정부에서 후원을 한 것이 아니다. 애드버토리얼은 모노클뿐 아니라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더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와 같은 다른 저명한 매체에서도 사용하는 수익모델이다.

애드버토리얼이 잡지만이 아니라 각종 저널리즘 비즈니스의 수익모델로 쓰이게 되면서 광고와 저널리즘의 경계가 흐려졌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좋은 지적이다. 우리는 무엇이 후원을 받은 콘텐츠인지 아닌지 경계를 명확하게 한다. 모노클은 좋아하지 않는 브랜드, 국가와 일하지 않는다는 철학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독재국가에서 애드버토리얼을 부탁한다면 대번에 거절한다. 유명한 신문 중에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모노클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을 하나만 꼽자면?

기업 규모를 키우지 않아 시장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점을 꼽겠다. 이 말은 조금이라도 성공에 의문이 있는 프로젝트엔 투자할 수 없으며, 우리 저널리즘을 무료로 배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자신에 대한 신뢰도 성공 요인이다. 시작을 하면 계획대로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간다. 10년이나 지났지만 모노클 초기와 지금을 비교해도 우리가 가진 정신, '모노클스러움'은 이어나가고 있는 게 신뢰에 대한 증표다.

모노클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프로세스를 간단히 설명 하자면?

일주일에 한 번 섹션별 에디터들과 다음 호의 테마를 논의한다. 글로벌 특파원들이 보낸 다양한 스토리 아이디어나 사진을 참고하기도 한다. 해외 취재라도 최대한 얼굴 보고 인터뷰 하고, 모노클 포토그래퍼를 고용해서 찍은 사진만 싣는다. 절대로 뉴스에이전시의 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많은 팀을 세계 곳곳에 보내는 비용과 각종 예약 등을 생각하면 계산이 안 맞지만, 이렇게 해야 독자들이 우리 잡지의 진정한 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질문들

다음은 '모노클, 미디어를 말하다' 리포트에 수록될 질문입니다. 아래 질문을 포함하여 모노클 팀과 진행한 인터뷰는 유료 리포트 독자에게만 공개됩니다.

  • 어렸을 때부터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는가?
  • 가장 처음 썼던 기사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나?
  • 모노클의 세련된, 고급스럽고 화려한 이미지가 진지한 저널리즘을 추구하기에 장벽이라고 생각하는가?
  • '삶의 질(Quality of Life)' 설문조사를 매해 진행한다. 왜 도시가 대상인가?
  • 잡지 매체는 순위를 매겨서 발표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왜 그런가?
  • 판매량이 생각보다 저조했던 호는?
  • 지역별 향후 계획이 있다면?
  • 닛케이가 지분투자를 한 뒤의 변화가 있나?
  •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사가 위치한 영국 내에서 모노클은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하다. 2010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타일러 브륄레는 가디언이 본인을 싫어한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2012년에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모노클의 위협 요소를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 직원을 뽑을 때 중시하는 가치가 있나?
  • 모노클 2017년 2월 호에서 새해 소원 중 외국어 배우기를 다뤘다고 했다. 이제 3월인데, 아직 미련을 못 버린 본인의 올해 소원은 무엇인가?

[모노클, 미디어를 말하다 - Monocle Media Summit]

런던에서 TV 프로듀서로 일하는 정선영 저자가 모노클 미디어 서밋에서 논의된 화두들과 올해 10주년을 맞은 모노클 이야기를 엮어 한 편의 리포트로 정리합니다. 모노클 에디터 앤드류 턱 인터뷰를 비롯하여 모노클 팀 인터뷰, 쿼츠(Quartz)의 제이 라프(Jay Lauf) 공동 사장 인터뷰, 모노클 100호를 전부 구매한 모노클 열성팬 인터뷰 등도 알차게 담습니다.

모노클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모노클 이야기, 그리고 유럽 미디어들이 생각하는 프린트 미디어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모노클, 미디어를 말하다' 리포트를 통해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