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으로 봐야 한다
슬러시의 이면을 취재하면서 많은 앙트러프러너와 스타트업 연구자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슬러시의 정신과 구조에 대해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비록 자신을 홍보하는 일은 어려워한다는 핀란드 사람들이지만, 슬러시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달랐습니다.
그중 저에게 가장 많은 인사이트를 준 사람이 투오마스 폴라리(Tuomas AJ Pollari, 이하 폴라리)입니다. 그는 핀란드 외교관으로 일하던 당시 외국의 정부 관계자들에게 핀란드 스타트업 산업 현황에 대해 여러 번 설명해주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형성 과정에 나름의 관점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슬러시만으로 슬러시를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훨씬 더 큰 그림으로 이 현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나아가 핀란드 사회 정책과 교육, 문화의 저변에 걸쳐 분출된 '혁신에 대한 요구' 또한 함께 봐야 합니다." - 폴라리
핀란드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습니다. 그중 혁신산업투자자금 부서(The Finnish Funding Agency for Innovation, 이하 Tekes)는 2007, 2008년을 기점으로 창업 육성 정책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비해 핀란드의 신생 기업 수가 현저히 적다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감지했습니다. 2천 년대 후반, 아직 노키아(Nokia)*가 건실하게 사업 중이던 시기의 일입니다.
* 1998년부터 13년 동안 휴대전화 시장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시장 대응에 실패하며 2013년 휴대전화 사업부를 매각. 2000년 기준 매출액은 핀란드 국내총생산의 20%, 1998~2007년 수출액 중 약 ⅕ 비중을 차지. - PUB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