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경제의 작은 역사

얼마전까지 미세먼지 때문에 숨쉬기가 쉽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물러가서 다행이지만 미세먼지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기사를 보니 미세먼지의 30-40%는 중국에서 온 것이란다(거꾸로 말하면 놀랍게도 60-70%는 국내산 먼지다). 그럼 미세먼지를 만들어 바다 건너 한국에 보내는 중국에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해야 할까?

이 책 『환경과 경제의 작은 역사』를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환경오염을 전지구적 위기이자 사회적 위기로 정의한다. 이제 우리는 환경오염의 원인을 한 국가에게 뒤집어 씌우기 힘들다. 중국의 값싼 공산품을 소비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1세계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값싼 석탄으로 정화장치 없이 전기를 생산해야 그곳에서 만드는 물건의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중국기업이 특별히 못돼서 오염물질을 한국으로 마구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시장요구에 충실히 반응할 뿐이다. 그래서 이것은 사회적 위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쯤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역사에 답이 있다. 환경오염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부 낭만적 환경주의자들은 산업화 이전의 단순한 생활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산업화 전의 고대 국가들도 환경오염을 견디지 못하고 멸망한 사례가 발견된다. 수메르 문명이 그렇고 마야 문명도 그랬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은 기술발전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IT, 바이오 등 모든 분야에서의 기술변화는 놀랍기만 하니 희망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19세기 사람인 에디슨 이후 획기적 기술적 변화가 없는 것을 보니 환경에너지 분야는 예외인 듯하다.

 

저자는 환경오염이 역사의 가속화 과정 속에서 규모를 더해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기술의 경우 산업혁명 이후 노동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가속화하는 방향으로만 개발이 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염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을 유도하는 경제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지속 가능한 그리고 개인의 삶이 질적으로 윤택해질 수 있는 기술개발은 꿈에 불과한 것일까?

 

결국 해답은 우리에게 있다. 어떤 기술이 개발되는지 그리고 어떤 경제성장이 만들어지는지는 인간의 손에 달려있다. 환경윤리와 환경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 이것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기술개발과 경제시스템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희망도 보인다. 책이 쓰인 90년대 초, 1세계 국가들은 3세계 국가의 인구증가를 환경오염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미세먼지로 중국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 꺼림칙한 무엇을 느끼듯이, 1세계 국가들도 더 이상 3세계에 환경오염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환경오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사회 전체가 진보한 결과다. 그렇지만 그 속도는 여전히 답답할 정도로 느리기만 하다.

 

최근 빌 게이츠가 인터뷰를 통해 왜 환경 관련 혁신이 느리게 일어나는지 의견을 밝힌 것이 있다.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