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팀원'이 일하는 법

Editor's Comment

'회사가 싫어서 - 2016 코워킹 유럽 컨퍼런스' 리포트의 에필로그를 공개합니다.

「회사가 싫어서」는 '코워킹(Cowrking)'을 화두로 우리가 바라는 일의 미래를 고민하는 리포트입니다.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내용 외에 일하는 청년 세대의 인터뷰를 더해 고민의 깊이를 보탰습니다.

구매 페이지에서 목차 및 내용 일부를 확인 후 바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아쉽게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프로모션 가격'으로 판매 중이며, 2월 28일 오후 6시에 가격이 인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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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의 시작은 2016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직 문화 때문에 이직한 지인을 만났다. 그는 퇴사 과정을 설명하던 중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사가 사직서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말했어. '심리 상담을 받아 봐라.'

그 상사의 의도를 나는 알 수 없다. 걱정과 배려에서 나온 '조언' 일지 모른다. 그러나 조직의 문제가 '개인이 유별난 탓'으로 정리되는 상황은 놀라웠다. 

 

이후 주변을 유심히 둘러봤다. 조직 문화로 고민하는 내 또래 직장인은 한둘이 아니었다. 경력 1, 2년 차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날 때면 직장, 상사 욕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진짜 퇴사 이유를 속 시원하게 밝힐 수 없는 사람도 많았다. 

 

관찰을 이어갔다. 분야와 경력이 다른 여러 사람의 퇴사 스토리를 듣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같은 얘기가 반복됐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흘려보내는 것이 아까웠다. 일과 삶에 대한 그들의 심도 깊은 생각을 기록하고 싶었다.

 

네덜란드 유학을 준비하며 퍼블리(PUBLY)에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간략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기획으로 발전하는 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 저자가 외국에 체류할 예정이며 작업 시간을 확정할 수 없다는 변수보다, 생각의 가치와 가능성을 중요하게 판단한 것 같았다. 

 

퍼블리는 "어려울 것 같아요." 대신 "한번 해 봅시다."라고 말했다. 그런 진취적인 자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력이 됐다. 프로젝트 매니저와 화상 통화로 콘셉트를 확정했고 에디터와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아침저녁을 함께 맞이했다. 

 

에디터 두 명과 한 팀으로 작업하는 동안 든든했다. '팀플레이'는 만족스러웠다.

 

우선 토론 과정이 생산적이었다. 종종 토론은 A와 B로 나뉘어, '누가 이겼냐'를 겨루는 오락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더 논리적인' 승자를 가리는 게임을 거부했다. 다른 의견을 취합하고 조율해서 제3의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밟았다.

 

곽승희 에디터와 함께 '좋은 글을 작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토론했다. 따뜻하지만 날카롭게 질문했고 답했으며, 고민의 시간은 글의 깊이를 더했다.

퍼블리와 함께한 팀플레이
1. 생산적인 토론 방식
2. 의도를 긍정하기

원고를 쓰던 어느 날 새벽, 손현 에디터의 메시지를 받았다. 글을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저자만큼 고생하는 에디터에게 미안했다. 자괴감에 빠지려던 찰나 한 마디가 더 도착했다. 

지예 님이 너무 친절하게,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도 풀어쓰셨어요.

사실 전혀 다른 표현도 가능했다. '실력이 부족해서', '노력하지 않아서' 등등. 하지만 손현 에디터는 이를 '친절함'으로 표현했다. 팀원의 실수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할 때 상대방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그 문장을 쓸 당시 내가 정말 '친절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한마디 덕분에 그 순간부터 정말 친절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상대방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은 당사자가 조언을 잘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프로젝트 종료 후 협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선 팀원보다 리더가 눈에 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리더의 어깨에 모든 짐을 얹고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팀원과 한 팀인 리더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좋은 리더이기 전에
'좋은 팀원'이 되고 싶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렇게 좋은 팀원은 아니었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두 에디터에게 크게 의존했다. 이로 인해 고생했을 모습이 떠오른다. 이번 글을 통해 감사를 전한다.

지금, 여기에서 상상하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책상과 책장, 자연이 보이는 창문, 조용한 개인 공간. 컴퓨터와 인쇄기가 있는 오피스텔 같은 공간이 나의 로망이야. 

주부는 이런 업무 공간을 찾기 어렵지.

 

- 엄마의 리포트 후기 중

앞서 얘기한 것처럼* 코워킹 스페이스의 핵심은 커뮤니티다. 유사한 목적과 가치를 공유하는 여럿이 한 공간에 모이면 비교적 쉽게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개인은 평온함과 소속감을 느낀다.

* 리포트 본문 3장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PUBLY 

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조건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배제된다면? 

2016 코워킹 유럽 컨퍼런스 마지막 날 애프터 파티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피오나 프랭크를 만났다. 피오나는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스터에서 홀튼 밀(Halton Mill)이라는 코하우징(Cohousing)* 공간을 운영한다. 

* 개인의 사적 공간과 공유 공간을 결합한 형태의 주거방식. 개인의 소유권과 사생활을 보장하면서도 공동 육아, 식사 등 공동체가 주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피오나는 홀튼 밀을 더욱 포용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 내 노인들에게 공간을 개방했다. 홀튼 밀을 업무 공간으로 이용하려면 사용비를 내야 하지만, 노인이라면 누구나 무료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개인 용무를 보거나 재능기부 형식으로 목공·그림 교실 등을 연다.  

 

최근에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물 내 엘리베이터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홀튼 밀 커뮤니티 행사 사진 ⓒ홀튼밀

홀튼 밀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쓸모 있는 인간'을 인간의 고정값으로 생각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을 거부한 이야기. 이런 방식은 결코 쉽지 않다. 정치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한 칼럼에서 "자본주의의 멸망보다 세상의 멸망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워진 현실"을 개탄했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느라 바쁜 나머지 미래를 상상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고 분석한 것이다.  

 

캐나다의 한 대학 교수는 홀튼 밀과 같은 대안에 주목했다. 2016년 빅토리아대 지리학과의 시몬 스프링거는 「조져버려, 신자유주의(Fuck Neoliberalism)」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스프링거는 신자유주의에 쏟아지는 학계의 비판이 오히려 이 이념을 영구적으로 고착화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과 '여기'를 강조한다. 이것저것 따지거나 비판만 하지 말고 지금 여기서 수평적인 관계와 조직을 만들어 나가자고 주장한다. 

 


시몬 스프링거의 강연 

 

나는 스프링거가 말하는 수평적인 조직에서 볼법한 다양한 사람들을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며 만날 수 있었다. 협동조합, 공동체 주거, 기본소득, 사회적 기업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들 색다른 콘셉트로 조직을 이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했다. 

 

나 역시 이 대열에 서 있다. 독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프로젝트 수익금 일부를 사단법인 휴먼인러브에 기부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IT 기술을 교육하는 사업, 청소년 소프트웨어 봉사단을 후원할 예정이다.

 

당신의 참여가 없었다면 이 글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에필로그를 마치며 ⓒ오지예

 

[회사가 싫어서 - 2016 코워킹 유럽 컨퍼런스]

일이 아니라 회사가 싫어서 탈출을 꿈꾼다면? 일하는 방식과 장소, 관계의 변화를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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