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서 저자로

 

중국의 살아있는 스타트업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북경으로 모이는 행사, 바로 테크크런치 베이징입니다. 저는 나흘 동안 30명이 넘는 연사들이 '중국'과 '테크'라는 두 키워드에 대해서 나누는 토론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디테일이 살아있게 말이죠.

요약된 팩트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디테일

이런 목표를 갖게 된 것은 중국 테크, 스타트업에 있어서 우리 모두가 겪는 하나의 난제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정보 접근성입니다.

VR 관련 대담 ©TechNode

중국 스타트업, 테크 시장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가는데, 이 시장에서 돌아가는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듣기가 참 어렵습니다. 한국의 매체가 전달하는 중국 테크 소식은 대다수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등 미국 매체의 중국 관련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한 뒤 재편집한 기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디테일이 빠지고 의견은 축소된 무미건조한 글만 남습니다. 컨퍼런스의 화두가 뭔지 알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열린 열띤 토론의 속은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자고로 테크크런치 베이징과 같은 컨퍼런스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대 뒤에서 나옵니다. 연단에서 오가는 공식적인 이야기보다 직후에 이어지는 기자와의 심층 인터뷰가 진짜 이야기입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테크크런치 차이나(테크노드)의 영문 기자로 활동하던 제게는 모든 연사에 대해 우선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줄곧 퍼블리의 독자였던 저는 그 기회를 살려 저자에 도전했습니다.

 

정보가 아닌 통찰을 원한다

 

그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테크크런치 베이징의 연사를 만나는 이틀 동안 그 노하우를 한껏 발휘했다고 자부합니다. 연사들은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이거나 창업가였습니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통찰(insight)'이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VR스타트업, 유센스(uSens)의 사업 총괄 얀 올라프 가우더스탯(Jan Olaf Gaudestad) ©김민지

이번 프로젝트의 리포트를 쓰겠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이, 또 길게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더 깊은 이야기, 어디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세션이 끝날 때마다 연사를 붙잡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총알처럼 대기실로 직행했습니다.

 

퍼블리의 저자로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단지 연단에서의 내용으로 만족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자전거 공유 플랫폼 모바이크에 숨겨진 철학을 깨닫는 기회를 놓쳤을 것이고, 실리콘밸리에만 있던 얀(유센스)이 중국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몰랐을 것입니다. 또한 중국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는 업계 내부 분위기나 파산설이 돌고 있는 러에코가 얼마나 역량 있는 기업인지 전혀 알아챌 수 없었을 것입니다.

 

행사 동안 10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혹시나 필기를 하는 과정에 디테일을 놓쳤을까 봐 후속 인터뷰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리포트에서 다룬 6개의 주제 중 '중국 투자 트렌드'의 연사인 리카이푸는 너무 일정이 바쁜 편이라 그를 제외한 모든 연사가 흔쾌히 후속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다만, 해외나 북경과 선전, 홍콩에 있는 경우 통화와 이메일로 진행했습니다.

중국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뱅크(BitBank)의 창업자 송 시우화 ©김민지

특히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경우, 복잡한 블록체인 기술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부터 이 주제에 대해 완벽히 이해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연사였던 알렉스 양(Alex Yang)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고, 그는 "블록체인에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가진 기자는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지는 질문들

 

본 리포트는 하나의 분야를 깊게 파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테크'를 여섯 개의 주제로 골고루 설명하여 "나 중국 테크 시장 좀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게끔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이 리포트를 통해 지식의 범위를 늘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 테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 한 발짝 더 나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리포트를 모두 숙지했다는 전제 하에 제가 드리는 질문입니다.

1. 중국의 차기 BAT 미리 만나보기

모바이크: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과연 사물과 사람 사이(Thing2Person), 사람과 사람 사이(Person2Person) 비즈니스를 구분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러에코: 생태계(ecosystem)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2. 중국 벤처투자자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촹신공창: 미국이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혁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혁신을 주도한 비즈니스 모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고비 파트너스: 내가 만약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어느 산업군에 주목하겠는가?


3. 중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IT기술

VR: 2016년은 VR의 원년이지만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하진 못했다. 2017년에 돌파구를 찾을 기업은 어디일까?
블록체인 &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현재의 중개수수료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 가능할까?
* 전자결제 시스템회사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스탠퍼드 대학에서 펼친 스타트업 강의록의 제목. 시장의 경쟁 속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드는 '창조적 독점'을 뜻한다. - PUBLY

 

리포트를 넘어선 오프라인

 

차이나 테크톡 행사에서는 '중국'과 '테크'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리포트에서 던진 주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차이나 테크톡 행사 ©김민지

"모바이크가 공유경제 모델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호텔 비즈니스도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다.", "리카이푸가 중국의 P2P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러에코 외에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그럴듯한 성과를 낸 중국 기업이 있는지 토의해보면 어떨까요?"

차이나 테크톡 행사 ©김민지


각자 리포트에 대한 의견과 질문, 더 생각해볼거리를 공유했고, 덕분에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각각의 질문에서 중국 전문가인 최형욱, 유재석, 이승환님의 설명이 없었다면, 결론이 나지 않았을 겁니다. 함께한 이 세 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