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가장 핫한 박람회

 

미국 라스베가스에서는 매해 1월, 이 시대 가장 핫한 박람회가 열린다. 바로 세계 최대 가전/전자제품 전시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다. 1967년 6월, 뉴욕시에서 처음 시작한 CES는 내년에 창설 50주년을 맞이하여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며 3,8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한다.

CES와 함께 한 소비자 가전 50년 ©CES

나는 특히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브랜드 간의 경쟁 또한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할 것이다.

 

매해 CES의 핵심 화두는 기조 연설자(Keynote Speaker)가 설정한다.

 

이번 CES 2017의 기조연설에는 닛산(Nissan)과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NVIDIA)가 참여한다. 르노-닛산 그룹의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회장은 자율주행 및 미래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고 신형 전기차 Leaf를 공개하며,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모습의 미래를 제시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Hsun Huang) CEO도 인공 지능을 비롯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발표할 예정이다. 컴퓨터 게임 그래픽 엔진으로 시작한 엔비디아는 현재 자율주행차에 핵심적인 그래픽 처리 및 인공지능에 대해 업계 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유독 CES에서는 조용하던 일본계 자동차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참여 규모를 확대하였고, 혼다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전기구동 컨셉카를 전시한다. 현대차폭스바겐은 직접 자율주행차를 체험할 수 있는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가까이 다가온 자율주행 시대에 관한 자사의 비전을 참관객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CES 2016에는 기아차가 자율주행 전기차 쏘울을 전시하고 글로벌 기자단을 대상으로 시승회를 가졌고, 2017년에는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자율주행차로 개조하여 라스베가스 도심 내 도로를 주행하며 실생활에 적용된 자율주행차의 모습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 외 모빌아이, 델파이 등 다양한 부품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하고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감정 엔진을 탑재한 혼다의 컨셉카 NeuV ©Honda

자동차 업체들이 소개하는 기술과 비전

 

메르세데스 벤츠는 'CASE'로 명명한 미래 전략과 컨셉카 'EQ' 및 'Vision Van'을 공개한다. CASE 전략은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차량 공유(Car Sharing), 전기화(Electrification)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컨셉카 EQ와 Vision Van은 CES에서 최초로 공개할 계획이다. 그 외 인공지능과 운전자 건강관리 시스템을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BMW는 홀로그램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홀로액티브 터치 시스템'을 최초로 공개했다. 홀로액티브 터치는 CES 2016에 공개한 에어 터치, 2015년에 공개한 몸짓(gesture) 컨트롤 기술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름과 달리 홀로그램 그래픽을 만져서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는 대신 헤드업(head-up) 디스플레이와 터치 스크린으로 구성된다. 스티어링 휠 우측에 설치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홀로그램으로 운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운전자가 취하는 몸짓을 하단의 컨트롤 패드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BMW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기술 등의 향후 모습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탑승자가 경험할 미래의 차량 운전 문화를 한 발 앞서 제시한다.

BMW의 홀로액티브 터치(HoloActive Touch) 시스템 ©BMW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비티 및 인터페이스 간에 큰 관계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자율주행차가 시장에서 판매된다면 상품 매력도 측면에서 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만일 자율주행차 운전자가 차량 내 조작계를 일일이 손으로 눌러가며 조절한다면 얼마나 아이러니할까?

 

스마트홈과 관련된 업계의 경쟁

 

포드는 이번 CES에서 스마트카와 스마트홈 간의 융합을 다룬 'Ford Smart Mobility'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구체적 이야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포드는 2015년 CES에서 Ford Smart Mobility를 언급하고, 2016년 CES에서 아마존과의 협력을 홍보했다. BMW를 비롯한 많은 자동차 브랜드 역시 아마존과 협력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포드가 가장 선두에 있는 모양새다.

 

정작 아마존의 음성인식 가상 비서 서비스 알렉사(Alexa)를 업계에 최초로 적용한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2016년 9월 전 세계 최초로 알렉사를 자사 차량에 양산 적용했다. 물론 알렉사가 가진 다양한 기능에 비교하여 자동차 자체에 관련된 명령은 원격 시동, 문 열기, 온도 조절, 유류량 확인 등과 같은 1차적 기능이기에 각 업체들의 경쟁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홈과 연관된 1,000개 넘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알렉사가 자동차와 스마트홈의 미래를 이끌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현대차를 비롯하여 포드 및 다양한 자동차 업체가 소개할 스마트홈 연계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과 다른 산업 간의 융합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세계적 부품 업체인 콘티넨탈 AG는 지문 등 생체인식 기술과 같은 바이오 기술과 자동차 산업 간의 융합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하며 얻은 전자 기술과 자동차 간의 융합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인텔은 BMW와 제작 중인 자율주행차를 공개할 것이라 발표했다.
*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자기기. 전기장치 부품의 약어. - PUBLY

 

전통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의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이나 성능, 가격, 품질 등과 같은 요소에 집중했다. 이는 소비자 가전제품 제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CES에 자동차 업체가 전면적으로 등장하고, 각 산업 간의 경계가 흐려지듯이 모든 것들이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생생한 모습을 CES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CES 2017 -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차'를 중심에 둔 거대한 산업들의 교차점을 자동차 전문가와 로봇 공학도라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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