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시간 관리에 계속 실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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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Lucy
콘텐츠 기획/제작, 구글 스프레드시트 강사 >프로필 더보기
오전 7시 30분 출근 → 밤 11시 퇴근 → 기숙사로 돌아와서 잠깐 인터넷 서핑하다가 새벽 2, 3시쯤 취침
제가 2011년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하루 일과입니다. 그 당시 쏟아지는 업무를 감당하느라 시간 개념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거죠. 엔지니어였던 저는 근무시간이든 아니든 언제나 비상 콜에 대비해야 됐기 때문에 계획된 삶을 산다는 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3년을 무계획으로 살다 보니, 계획하지 않는 삶이 곧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흘러가는 대로의 삶은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또, 내 인생을 내가 계획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점점 무기력해졌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유명하다는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큰 맘먹고 사봤지만, 한 달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서랍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죠. 업무 일정만이라도 잘 관리해 보려고 플래너를 산 건데, 어설프게 띄엄띄엄 기록해두다 보니 어디에 뭘 기록했는지도 기억하기 어려웠거든요. 나름 5년 차 직장인이었는데도 시간관리를 잘하는 방법은 도통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저는 왜 그렇게 시간 관리를 잘하고 싶었던 걸까요? 물론 시간 관리를 잘하면 일의 효율이 높아지고 개인 시간을 확보해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그 당시의 저는 그저 막연하게 '시간 관리를 잘하면 좋다'라고 생각만 했지, 시간 관리를 잘해서 '어떻게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진 않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시간 관리에 계속 실패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시간 관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지는 대로 바쁘게 살았던 탓에 여유 시간을 확보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죠. 그래서 정작 여유 시간이 생기면 TV를 보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밖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예요.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그에 맞는 목표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무척 중요합니다.
- 일에 치여서 산다면? 어떤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면 좋을지
- 삶이 무료하다면? 어떤 취미 활동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 성취감이나 경제 활동을 원한다면? 어떤 생산적인 일을 시도해 볼지
결국 우리는 자신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쓰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인생이 즐겁고 행복할 테니까요. 시간의 본질이란 바로 '내 에너지를 가치 있는 일에 쓰는 것'에 있습니다.
둘째, 제 삶이 통제 불가능한 일에 압도돼 '시간에 쫓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성공전략 전문가인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저서 <백만불짜리 습관>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합니다. 반대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만큼 불행해지는 거죠. 이를 심리학에서는 '통제소재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당시에 저는 밤낮으로 오는 회사 전화에 시달리느라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조차 제대로 된 일정을 계획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늘 쫓기는 기분을 느꼈죠. 그 때문에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그동안 제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삶을 이제는 스스로 통제해 보고 싶었거든요.
시간에 대한 기본 개념 잡기
'가치'라는 측면에서 시간은 종종 돈과 비교되곤 합니다. 그럼 둘의 차이점을 살펴볼까요?
- 돈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버는 양에 차이가 있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매일 공평하게 주어진다.
- 돈은 안 쓰고 유지할 수 있지만, 시간은 가만히 있어도 흘러간다.
- 돈은 한꺼번에 많이 소비할 수 있지만, 시간은 하루 24시간만 쓸 수 있다.
- 돈은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있고 쓰고 나면 다시 벌 수 있지만, 시간은 지나가고 나면 되돌아오지 않는다.
또, 돈은 능력에 따라 많이 벌거나 불릴 수도 있고, 가계부를 쓰면서 전략적으로 지출 양을 조절할 수도 있는 반면, 시간은 그런 식으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이의 어느 한 지점, '현재'라는 순간에 서 있기 때문이죠.
돈을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수입'과 '지출'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이때, 시간은 수입과 지출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 주어지는 24시간(수입)은 그날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니까요(지출).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죠. 저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제 가능한 시간'과 '통제 불가능한 시간'으로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회사에서 온전히 일해야 하는 근무 시간(8시간)은 물리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시간에 해당합니다. 만약 8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가정하면 8시간이 남겠죠. 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여기서 관건은 통제 불가능한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통제 가능한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시각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간 관리법을 단계별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시간 관리 시스템에 필요한 세 가지 전략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계획 없는 실행이 모든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했는데요. 피터 드러커가 말한 시간 관리법은 총 3단계로,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시간을 기록한다.
- 2단계: 시간을 관리한다.
- 3단계: 시간을 하나의 묶음으로 모은다.
제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나를 위한 덩어리 시간 확보하기'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터 드리커가 말한 1단계, 즉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급선무였죠.
본격적으로 시간을 기록하기 앞서, 저는 다음의 세 가지 전략을 적용한 시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전략] SMART 목표 방식을 30분 단위로 활용해야 한다
찰스 두히그의 저서 <1등의 습관>에는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다음 다섯 가지 기준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라고 강조합니다.
- Specific: 구체적일 것
- Measurable: 측정 가능할 것
- Attainable: 성취 가능할 것
- Realistic: 현실적일 것
- Timeline: 시간 계획표가 있을 것
이 방식을 첫 글자만 따서 'SMART 목표 설정'이라고 부르는데요. 저는 이 방식을 시간 관리에 적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때, 첫 번째 조건인 '구체성'을 적용하려면 최소 시간 단위를 정해야 합니다. 저는 최소 시간 단위를 30분으로 정했는데요. 제 스케줄을 살펴보니, 의외로 30분 이하의 자잘한 업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5분, 10분 단위로 쪼개어 버리면 본래의 목적을 잃고 '기록을 위한 기록'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절충안으로 30분 단위를 선택했습니다.
이렇듯 SMART 목표 설정법을 30분 단위로 쪼개서 관리하면 어떤 일에 얼마큼의 시간을 썼는지 측정하기 편리합니다. 또, 매일 기록하기에도 부담이 없죠. 목적지에 가려면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듯 저도 이 방법으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전략] 시간 관리 시스템이 편리해야 한다
데이터를 입력하고 리뷰하는 방식이 어려우면 작심삼일로 끝나버리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다이어리나 플래너, 바인더, 메모장 등 종이에 손으로 직접 기록을 했는데요.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은 그 한계점이 너무나 명확했습니다.
- 첫째, 기록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 둘째, 한눈에 보기 어렵고 수치 분석이 불가능하다.
- 셋째, 휴대하기에 무겁고 불편하며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그래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죠.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시간 관리 앱과 생산성 툴 중에서 과연 어떤 걸 선택해야 가장 효과적일까?'라는 문제 남았기 때문이죠.
고민 끝에 제가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첫째, 시간 전체를 기록하고 분석하기에 편리합니다. 그래서 시각화나 수치 분석도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죠.
- 둘째, 클라우드 기반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접근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파일을 공유해서 동시에 함께 작업할 수 있습니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환경에서 데이터를 입력, 수정, 분석, 보관이 편리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요.
[세 번째 전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시각화가 가능해야 한다
인간은 외부로부터 받는 정보의 약 70%를 시각으로 인지한다고 합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나 <생각의 비밀>에서도 시각화의 힘을 이용해 탁월한 성과를 낸 예시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렇듯 시각화를 통해 실행력을 높이는 전략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각화'라는 효과적인 도구를 통해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습니다. 시간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행력을 높여서 자신이 원하는 삶에 보다 가까워지는 데 있으니까요.
작심삼일에서 벗어나는 시간 관리 시스템 4단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한 시간 관리 시스템을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월마다 1일부터 말일까지의 하루 일과를 30분 단위로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때, 나중에 분석할 일을 대비해 주관식으로 기록하지 않고, 라이프 사이클을 반영한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시간대에 했던 일의 카테고리를 선택해 줍니다. 그럼 이미 서식에 반영해뒀기 때문에 컬러가 자동으로 바뀌죠. 또, 카테고리마다 색깔이 다르게 지정돼 있어서 어느 시간대에 뭘 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단계별로 세부사항을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1단계: 라이프 사이클을 반영한 자신만의 카테고리 정하기
시간 관리에서의 카테고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커리어, 자기계발, 가족, 인간관계, 취미 등을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사람마다 라이프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카테고리를 고민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방법 1] 루틴한 일정 정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