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굳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

안녕하세요, 저는 퍼블리(PUBLY)에서 <무인양품이 만든 호텔은 무엇이 다를까?>, <서비스 디자이너, MUJI HOTEL을 다시 찾았습니다>를 쓴 서비스 디자이너 이승준입니다. 

 

이번엔 무지 호텔이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란 말 그대로 직장생활 외에 부수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나만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죠.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가능하다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하는 활동입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군 복무를 했고, 전역과 동시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3개의 회사에 다녔어요. 다니는 회사는 바뀌었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는 첫 번째 회사에서부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월급쟁이로 살며 느낀 바는, 회사는 어디나 비슷하다는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 배워서는 안 될 점이 가득한 사람이 섞여 있고요. 리더가 바뀌면 그동안 해온 일들을 멈추고 리더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하죠.

 

회사에서는 일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비유하자면 회사 일은 내가 택한 주제를 내 방식대로 탐구하는 '논문'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숙제'인 거예요. 숙제를 잘해서 칭찬받을 때도 있었지만, 숙제는 결국 숙제일 뿐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요동치는 그래프였어요. 관심 있는 장기 디자인 프로젝트를 마칠 때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만끽했지만, 3일 만에 해치워야 하는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같은 허망한 생각이 들기도 했죠.

 

한국 사회에서 기업은 선택과 집중,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며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한 혜택도 있지만, 조직에서 한 개인으로서 느끼는 단조로움도 존재합니다. 가끔은 스스로가 채도가 빠진 하나의 1X1 픽셀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