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낭비의 시대

미국 워싱턴 디씨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The Campus Kitchens Project는 식품 산업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여 굶주리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사람 6명 중 1명은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지만, 매해 생산된 음식의 40%(약 5천 백만 톤)는 버려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멀쩡한 음식을 버리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월 '덴마크에서 버려지는 음식을 모아서 파는 상점이 생겼다'는 기사에서, 2015년 음식 낭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Just Eat It: A Food Waste Story]가 나온 만큼 더 이상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 됐다. 

 

 

이번 Food Loves Tech 전시회(이하 전시회) 세션 중 'In the City' 라는 주제로 우리가 낭비하는 음식의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서 이야기한 시간이 있었다. 이에 대해 독자들과 간략히 나눠 보고자 한다. 세션 참가자는 두 명, 각각 아래 회사의 대표였다. 

  • 음식에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가는 푸드 커뮤니티, The Food Stand
  • 근교의 농장과 식당을 직접 연결해 주는 회사, Local Bushel

멀쩡한 음식은 왜 버려지고, 이러한 낭비를 막는데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할까?

The Food Stand: 굽은 오이도 살 수 있어야 한다

푸드 커뮤니티 The Food Stand는 맛과 영양은 전혀 손색없음에도 단지 미학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폐기처리 되는 농산물을 전시회 부스에 진열했다.

 

이들은 무지막지하게 큰 고구마, 울퉁불퉁한 토마토, 다리가 두 개 달린 당근, 구부러지다 못해 동그란 오이 등을 고고학 유물 전시처럼 유리 상자 안에 담아놨다.

Food Loves Tech의 The Food Stand 부스 ⓒ정수진 

The Food Stand는 이런 음식이 버려지는 현상을 교육을 통해서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으며, 'No Food Waste' 캠페인을 진행한다. 흠잡을데 없는 모양의 야채만 슈퍼마켓에 진열된 이유는, 결국은 소비자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 동그랗게 구부러진 오이도 모양에 개의치 않고 사간다면, 엄청난 양의 음식이 버려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이번 여름 집에서 오이를 키우고 있는데, 지금까지 수확한 7개의 오이 중에 일자로 쭉 뻗은 오이는 단 두 개 뿐이었다.

 

The Food Stand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위의 내용이 담긴 소비자 교육용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이란 기술로 웹과 모바일앱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생활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으나, 인터넷이 없다고 상상하면 그 효율성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Local Bushel: 신선하고 맛있다면 밉상 당근도 누군가는 원한다

농부들과 수없이 많이 접촉하는 Local Bushel의 대표가 전한 이야기 하나.

 

"농부들은 해마다 몇 퍼센트의 수확물이 원치 않는 물량이 될지를 미리 정하고, 거기에는 농약도 덜치고 정성도 덜 들이지만, 여전히 팔고싶어 합니다."

 

Local Bushel은 농약이 덜 묻은 보다 바람직한 먹거리임에 틀림이 없는 농산물이, 밉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현실을 중요한 문제로 여겼다. 이들은 기술을 이용하여 농가와 쉐프들을 바로 연결시켜 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쉐프들은 야채나 과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모양에 전혀 관심갖지 않으며, 원가에 민감한 '식재료 끝까지 활용하기'의 대가들이기 때문이다. 

 

쉐프가 당근을 갈아서 스프로 만들어 내놓으면 그 재료에 다리가 달렸었는지 팔이 달렸었는지 손님은 알 길이 없다. 이 대가들이 관심있는 대상은 오로지 신선도와 맛이다. 재료가 못생겼다고 버리는 일은 없다. 

 

이야기 둘.

 

"우리는 유통기한 때문에 음식이 낭비되는 문제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면 농산물의 유통기간을 현격히 단축시켜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식당이 Local Bushel을 통해 재료를 주문하면, 농부는 그 즉시 주문 받은 만큼 수확하고, 그 수확된 농축산물은 48시간 내에 맨하탄의 식당에 배달된다.

 

이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몇 군데 도매상과 집하장을 거쳐 신선하게 보이기 위한 이런 저런 조치를 당한, 수확한지 최소 열흘이 넘어 배달되는 농산물이 Local Bushel 것과 확연히 맛과 신선도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Local Bushel의 시스템 ⓒLocal Bushel

참고로, 많은 음식이 '유효기간' 이라는 신뢰할 수 없는 기준 때문에, 또한 긴 물류시간 때문에 버려진다고 한다. 먼저, 유통기한의 무효함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Just Eat It] 영화에서도 다루어지며 Wall Street Journal에서도 이 영화에 나온 이야기를 '유통기한의 진실(The Truth Behind the Sell-by Date)'이란 기사로 정리하여 보도한 적도 있다.  

 

이곳 미국 동부에서 우리가 수퍼마켓에서 사는 음식의 대부분은 평균 9~10일도 전에 수확된 것이다. 현지에서 바로 수확한 작물들에 비해 소비자가 이런 음식을 사기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짧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못 팔고 버리는 음식이 더 많은 것도 당연할 것이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선택'된 야채들

예를 들어 닭고기의 경우, 냉장 유통이 가능한 시간은 3주 정도라고 한다. 슈퍼에 유통기간이 3일 남은 닭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닭들은 이미 18일 전에 도축됐다는 이야기다.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고, 우리가 장바구니에 담아 음식으로 살려 먹을 수 있는 기한도 기막히게 짧아진다. 

 

농부들이 집적 수확한 생산물을 가져와서 소비자에게 파는 Farmer's Market에서 야채를 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차이를 확연히 알 것이다. Farmer's Market 야채와 과일은 냉장고 안에서 적어도 2주는 더 생생하게 버텨준다.

 

유기농 유통을 내세워 프리미엄 마켓을 지향하며 성장하고 있는 Whole Foods 외에 어디서 유기농을 살 수 있는지도 몰랐을때, Farmer's Market에서 만난 농부들이 보인, Whole Foods란 이름에 대한 비웃음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딱 먹을 만큼 신선하게 배달합니다

식재료의 낭비를 줄인다는 맥락에서, 요즘 미국에서 너도나도 앞다투어 시작하고 있는 'Meal Delivery Kit' 비즈니스를 설명드리려 한다. 이 사업은 요리를 전혀 못하는 사람도 집에서 건강한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체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농부들과 직접 거래 지향
  • 주로 유기농이거나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 구매
  • 재료 손질 후 한 끼에 필요한 양만큼 포장
  • 따라하기 쉬운 레시피와 함께 정기적으로 배달

Blue Apron과 Home Chef, Green Chef와 Hello Fresh, 이밖에 The Purple Carrot, Plated, Sun Basket 등은 벌써 많은 사람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Meal Delivery Kit 업체명이다. Martha Stewart 같은 유명인들도 이 사업(Marley Spoon)에 이름을 내걸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우편함에 쿠폰이 날아오고, 이들 중에 한 업체만 구글창에 치면, 타업체 웹사이트가 줄줄이 나올만큼 이미 경쟁도 매우 치열해 보인다. 

Blue Apron 사이트의 상품 소개 ⓒBlue Apron

 

이 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일 년에 1조 달러 정도를 음식에 쓰고 그중 4억불 정도를 저녁식사에 쓰지만, 집에서 먹는 음식이 집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는 6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1985년 71%에 비하면 현저히 감소한 수치이다. 기사는 감소 이유를 시장조사기관 NPD Group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아래처럼 설명했다.

 

"사람들이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 요리를 하고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만약에 누가 장을 봐주고, 식료품을 씻고 썰어서, 문 앞까지 가져다 준다면, 집에서 음식을 해먹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궁금해서 Blue Apron의 웹사이트를 둘러보았는데, 구인 페이지 Careers at Blue Apron에는 이 회사가 구글인가 애플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채용 포스팅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 사업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인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시스템과 기술 투자가 요구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소비자로서도 벌써 느끼는 이 치열한 경쟁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과연 언제쯤이면 이익을 낼 수 있을지, Forbes 기사에서 언급된 30억불 가까이 되는 밸류에이션의 어느 정도가 거품일지, 이들이 과연 슈퍼마켓을 망하게 할 것인지 등, 이 사업의 등장은 많은 쟁점을 시사한다. 

 

세월이 가면 좀더 명확해질 그러한 쟁점들을 잠시 접고 이 사업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이들은 지금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공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편리함과 건강함
그리고 낭비 대신 절제와 절약

시간을 절약해 주는 편리함에 더하여, 수퍼마켓과 비교해서 신선한 재료를 식당에서 사먹는 것보다 건강한 조리법으로, 낭비 없이 더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점 말이다.

 

* 기사에 나온 5백만인 분은 1인분 $10을 가정할때 이미 6억불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수치라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016 Food Loves Tech in NY]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하며 실행 중인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