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edu 둘째 날

하루에 100개 가까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현장에서 정신없이 장소를 오가며 세션을 참석하고, 저녁에는 오프닝 파티, 숙소에 돌아와서는 사진과 노트까지 챙기다 보니 평소 잠들기 힘들어하던 문제가 말끔히 사라졌다.

 

첫날을 제외하고는 아침 9시 반의 기조 연설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이미 피로가 상당한데도 긴장감 때문인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고, 시간에 맞춰 단디 챙겨서 숙소를 나서게 된다.
 

현장에 도착하니 수많은 프로페셔널들이 벌써 커피를 마시며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SXSWedu를 찾는 사람은
무척 다양하다.

주로 편안한 옷차림에 교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지만 교육용 서비스를 마케팅하러 온 기업인들도 있고, 학교 운영이나 교육 정책 설계에 관여하는 컨설팅 회사에서도 오고,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교육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커뮤니티 조성이 목표라서 그런지 보통의 교육 콘퍼런스에 비하면 구성이 다양한 것 같다.

각자 관심분야로 흩어지기 전에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을 관찰하면 모두 각양각색이다. 동료로 보이는 젊은 남녀는 눈을 모니터에 고정한 채 내용에 관한 코멘트를 주고받으면서 실시간으로 트위터를 올리고 인터넷으로 내용을 확인한다. 어떤 중년 여성들은 노트에 단정한 손글씨로 빼곡히 적어내려 가며 찬찬히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어떤 패셔너블한 남자는 기대에 충족하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가죽 가방을 딸깍 채워서 중간에 나가기도 한다.

 

물과 커피, 점심거리까지 가방에 장전하고 전투적인 둘째 날 일정을 시작했다.

[기조연설] 학교에서의 메이커 교육의 역할

- 아야 베데이어, 리틀빗츠 CEO

The Role of Maker Ed in Schools by Ayah Bdeir, Founder and CEO of littleBits

 

아야 베데이어는 기술, 미디어, 과학, 예술, 디자인 등 영역을 아우르며 혁신의 요람 역할을 해 온 MIT 미디어랩 출신으로 전자완구 개발업체인 리틀빗츠(littleBits)를 만들었다.

'전자완구'라고 하면 배터리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자동차 정도가 생각나는데, 리틀빗츠의 제품들은 '창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석으로 이어붙일 수 있는 모듈과 케이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다.

대담 형태의 기조연설에서 창작을 통해 공학적 디자인 마인드를 함양하는 '메이커 교육(maker education)'이 어떻게 미래 세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 목적과 방향을 논했다.
 

 

[패널토론] 교육을 다시 생각하다: 나이 중심 패러다임의 종말

Reimagine Education: Abandoning age-based learning

 

산업혁명 시대에 정착된 나이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은 디지털로 연결된 현대와 미래 세대에게도 유효할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문제해결능력, 기업가정신 교육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커리큘럼의 설계와 실행을 돕는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논의한다.

 

학습자 중심의 개인화된 역량기반학습(competency-based learning)을 축으로 지식(knowledge) 뿐만 아니라 기술(skills)과 성향(disposition)의 개발을 강조해야 한다는 메시지.

[일반세션] 창립자들과 함께 하는 '카훗!'의 기술과 과학

The art & science of Kahoot! With the founders

 

카훗!(Kahoot!)은 퀴즈 및 게임 기반의 학습 플랫폼 소프트웨어이다. 쇼앤텔(Show & Tell) 형식의 이 세션에서는 카훗!의 창립자들과 함께 매월 2천 5백만 명이 사용하는 카훗!의 콘텐츠와 그 효과성을 알아보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하듯 세션 참석자들 전체가 게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게임이 갖는 단순 유희성을 뛰어넘어 커뮤니케이션, 참여, 협업을 통해 어떠한 교육 효과가 파생되는지 생생한 사례를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하고 에너제틱한 스타트업다운 세션이었다.

 

[중점화두] 기술 디스럽션의 가능성과 위기

The promise and peril of technology disruption

 

기술이 교육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라고도 불리는 오늘날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도와야 할까?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직종에 종사할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들에게 필요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현대의 어른들에게 주어진 참으로 막막한 임무다.

 

전 구글 임원이자 현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가 Edu-tainment, Edu-data, Edu-vision 등 세 꼭지로 나눠서 미래 교육의 지평을 그려봤다.

[업계화두] 통합이냐 분열이냐 - 교육기술의 미래

Future of EdTech: Consolidation or Fragmentation

 

이 세션은 교육 기술(educational technology) 개발 업체들이 학교에 접근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논하는 업계 화두(Industry Talk) 세션이었다. 게임 기반의 학습 콘텐츠부터 교사-학생-가정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학습 관리 도구까지 다양한 교육 기술이 점점 제도 교육에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특성상 그 효과가 바로 검증되기 어렵고, 시행착오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초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교육 기술의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고, 우리가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할 화두는 무엇일까.

[특별세션] 핀란드 교육의 기적은 복제될 수 있는가?

Can the Finnish Education Miracle Be Replicated?

 

당신이 어느 나라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미국? 독일? 싱가포르? '교육'으로 잘 알려진 나라로 핀란드를 꼽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알고 보면 OECD의 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세계 학생 평가 프로그램)에서 여러 해 1위를 차지한 교육 선진국이다.

 

핀란드 사람들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연구하기 시작했다는데… 핀란드 교육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핀란드 교육의 기적은 복제될 수 있을까? 핀란드는 현재 향후 100년의 교육을 대비하는 100개의 교육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험하는 hundrED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년지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비하는 선진국의 철학에 감탄했다.

[중점화두] 증강현실: '마인크래프트' 세대를 사로잡다

Augmented Reality: Engaging Minecraft generation

 

미국에서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엄청나게 인기다. 덴마크 태생의 이 게임은 블록을 쌓거나 깨서 뭐든 만들 수 있는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린아이들도 몇 시간이고 빠져들어할 수 있는 증강현실*이라도 교육 내용과 잘 융합하는 것이 필수 과제다.

 

대커리(DAQRI)라는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교육용 증강현실 제품들을 통해 어떻게 기존의 교육 내용에 더욱 높은 참여도와 몰입도를 더하고 교육 효과를 높일지 사례를 직접 듣고 또 경험할 수 있었다. 20대에서 60대를 넘나드는 청중의 얼굴에 놀라운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즐거운 세션.

*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 (출처: 위키피디아)

 

[중점화두] 숙련도 기반 학습은 어떻게 교육의 판도를 바꿀 것인가

How mastery-based learning changes the game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만으로는 기계와 경쟁할 수 없는 미래의 단편을 마주했다.

 

그래서 전통적인 지식 기반 학습(knowledge-based learning)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실질적인 능력에 초점을 맞춘 역량 기반 학습(competency-based learning) 또는 숙련도 기반 학습(mastery-based learning).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닌
'정말로' 아느냐의 문제로
교육에 접근한다.

Mastery Collaborative라는 조직을 통해서 뉴욕 시내 38개 중고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역량 기반 학습 프로그램을 알아본다.

 

뉴욕시 교육부는 교육 모델의 재설계(redesign)를 주제로 한 저녁의 특별행사까지 마련했다. 세션에 비하면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빈약했지만 9월에 새롭게 개설되는 차터스쿨(한국의 자립형 사립고와 유사한 일종의 대안학교. 이 글을 참고)의 디렉터를 비롯해 다양한 교육계 인사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 이벤트였다.
 

 

[교육의 미래, 미래의 교육 - 2016 SXSWedu]
2016 SXSWedu에서 보고 느낀 더 많은 내용들이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