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나선 4명의 소방수

Editor's Comment

금융위기가 일어난 지 10년. 위기는 극복됐을까요. 경제가 어렵다는데, 또다시 위기에 빠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지난 위기를 따져 보고 닥쳐올지도 모를 위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숫자 너머의 진짜 이야기 - 글로벌 금융위기를 회고하다' 두 번째 미리보기에서 김동길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의 해결사로 나선 네 명의 주인공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보여 줍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2월 27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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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라는 초대형 화재. 누가 이 불을 끌 수 있을까? 화재 진화에 앞장선 네 명의 소방수를 소개한다.

벤 버냉키(Ben S. Bernanke)

1953년생. 1979년에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스탠퍼드 대학을 거쳐 2002년까지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1930년대 대공황이 주요 연구 주제다. 연준을 비롯한 정책가들이 지나친 긴축정책을 편 결과, 금융 위기가 경제 위기로 악화되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02년부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 참여했고, 2005년 대통령 경제 자문 위원회(CEA)* 의장을 거쳐, 2006년 앨런 그린스펀에 이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에 취임했다. 현재 대표적인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e)의 상임 특훈 연구 위원(Distinguished Fellow in Residence)로 일하고 있다. 2015년에 회고록 <행동하는 용기(The Courage to Act)>를 발간했다.

* Council of Economic Advisers.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자문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티모시 가이트너(Timothy F. Geithner)

1961년생.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이었던 부친을 따라 인도, 태국 등에서 자랐다. 1985년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8년부터 미국 재무부에서 일하며 국제 부문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버블 붕괴와 1995년 멕시코,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등을 겪으며, 금융 위기시 구제금융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치로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강력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2003년 42세의에 뉴욕 연방준비은행 행장이 되었고, 2009년 48세에 오바마 정부의 초대 재무부 장관에 임명되어 버냉키와 함께 글로벌 금융 위기 해결을 위해 투톱으로 뛰었다. 현재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의 대표다. 2014년에 회고록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냈다.

실라 베어(Sheila C. Bair)

1954년생. 1978년에 캔자스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고, 1981년 로버트 돌(Robert Joseph Dole) 공화당 상원의원 보좌관, 1995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부사장, 2001년 미국 재무부 금융기관 담당 차관보를 거쳐, 2006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이하 연방예보)* 의장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워싱턴 칼리지의 총장을 지냈다.

 

공화당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연방예보 의장을 맡아,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의장직을 계속 수행했다.  2012년에 회고록 <정면돌파(Bull By the Horns)>를 냈다.

* 대공황 시기에 은행 수천 곳이 문을 닫아 수많은 예금자들이 이탈하자, 금융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1933년에 만든 기관이다. 예금 보호를 통해 대량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를 막는 게 주된 기능 (출처:<정면 돌파>, p.35)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A. Warren)

1949년생. 1976년에 럿거스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8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 등을 거쳐, 1995년부터 하버드 대학 로스쿨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연구 주제는 파산법이다. 질병이나 실직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사정으로 대출을 갚기 어려워진 사람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파산 기준을 강화하려는 은행권의 파산법 개정 시도를 막아 내고자 했던 것을 계기로 그는 정계에 진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 감독을 위한 의회 조사 위원회(COP) 위원장을 맡았으며, 이후 금융 개혁의 일환으로 신설된 소비자 금융 보호국(CFPB)* 창설에 기여하였다.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해 매사추세츠 주 상원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재선에 성공하여 현직에 있으며, 차기 대선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2014년에 자서전 <싸울 기회(The Fighting Chance)>를 출간했다.

*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소비자 기만 금융 상품을 감독하는 정부 기구

불부터 끄자 vs. 불낸 사람부터 혼내자

버냉키, 가이트너, 베어는 금융 감독, 통화정책과 재정 정책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워런은 정책에 대한 견제, 그리고 입법활동으로 위기 해결을 도모했다. 이들 모두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강했지만, 금융 위기에 대한 입장에서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다.

 

일단 불부터 끄자

침대에서 담배 피우는 이웃이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 집에서 불이 났습니다. (중략) 일단 불을 끄고, 그다음에 담배 피운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입니다.
 

- 벤 버냉키, <행동하는 용기> p.312~313

버냉키는 리먼 브라더스의 붕괴가 단지 리먼만의 붕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리먼과 거래하던 수많은 금융기관에도 불이 옮겨붙어 금융시장 전체가 불타 버릴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까지 대화재에 휩싸일 수 있으므로, 이를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일단 불부터 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재앙 속에서 해야 할 진정한 도덕적 과업은 재앙을 끝내는 일이다. 정책 목표는 일부 방화범들이 정의의 채찍을 피해 가더라도,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 내는 것이어야 한다.
 

- 티모시 가이트너, <스트레스 테스트> p.20

가이트너는 버냉키와 마찬가지로 재무 건전성과 관계없이 모든 금융기관의 존립이 위협받는 시스템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으면 미국 경제가 대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므로, 정부는 구제금융 등을 통해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도미노 블록을 막아 내는 손처럼 정부가 금융기관의 연쇄 파산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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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낸 사람부터 혼내자

우리가 그토록 구하려고 애썼던 시스템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연줄이 든든한 대형 금융회사는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받고 소형 금융회사와 일반 주택 소유자들은 혼자 힘으로 이겨 내야 했던 시스템 아니었던가? (중략) 내가 보기에 이런 시스템은 구제할 필요가 없다.

 

- 실라 베어, <정면돌파> p.619

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은 현금으로 가득 찬 트럭들을 여러 은행에 보냈지만 그 은행들은 사실상 그 대가로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채권자들이 손해를 보지도 않았고, 해고되는 CEO도 없었으며, 위험한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없었다.

 

- 엘리자베스 워런, <싸울 기회> p.190

베어와 워런은 버냉키, 가이트너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그들은 구제금융은 대형 금융기관만을 위한 불공평한 조치이며, 이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MBS) 매입 등 위험한 시도를 하는 데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도 않은 채 사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또한 이들은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파산할 경우 납세자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불을 낸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며, 단지 대형 금융기관들이 파산했을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특혜를 받는 시스템은 붕괴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누가 영웅이 될 것인가

이처럼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 찬반 여부를 놓고 격돌하는 두 입장, 즉 불부터 끄자와  불낸 사람부터 혼내자는 현실주의와 도덕주의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혼란을 막고 미국 경제를 일단 위기에서 구해 내는 것과 금융 위기를 야기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의 대립*인 셈이다.

* 베어의 회고록을 감수한 곽범국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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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와 도덕주의의 대립
이는 사나우면서도,
결코 타협될 수 없는 대립이었다

둘 다 일리는 있다.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고, 부도덕한 일을 하던 대형 금융기관을 단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구제금융을 투입하여 살려 주는 것은 정당한가? 중소형 금융기관과 국민은 외면하면서?

 

하지만 대형 금융기관을 파산하게 내버려 뒀다가는 금융위기가 경제 위기로 악화되어 극심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게 뻔한데, 이를 인과응보라며 팔짱 끼고 서 있는 것 또한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위기가 더 악화되면 중소기업과 국민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도덕주의와 현실주의 중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영웅은 누구였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과정을 짚어가며 양쪽 입장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여다 보도록 하자. (결코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위 대립이 금융위기라는 큰 산불 앞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무슨 수로 불을 껐는지, 그리고 불을 끈 후 10년 뒤인 지금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리포트에서 상세히 공개합니다.)

 

[숫자 너머의 진짜 이야기 -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회고하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2008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2008년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입니다. 개인과 사회 모두 크게 영향을 받았던 이 위기와 우리 삶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요? 위기를 겪었고, 위기를 다루며, 위기를 공부하는 김동길 저자는 숫자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당시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기록하고자 수많은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우리가 지나간 위기를 발판 삼아 앞으로의 위기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