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재팬하우스를 가다

SXSW에서 동양인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 수가 많지 않아요. 그렇지만 돌아다니다 동양인을 본다면 십중팔구는 일본인입니다.

SXSW의 홍보 대행사에서도 일본에서 많이들 오니 참고하라며 재팬하우스를 알려줬죠.

 

재팬하우스는 3월 14일과 15일 이틀 열렸는데요. 술집 건물 1층과 2층에 작은 부스를 설치하고 공연과 프로젝트 발표 시간표를 짰습니다. 하나같이 당장 팔 물건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돈을 쓰러왔지, 벌러 온 것처럼은 안 보였습니다.

2016 SXSW 재팬하우스 ⓒ정보라

이게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고?

맞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오사카 대학교의 연구 과제와 NTT(Nippon Telegraph and Telephone)가 외부와 하는 협업 프로젝트 8개가 있었습니다.

 

오사카 대학교 이시구로 교수는 자기와 꼭 닮은 로봇(Geminoid)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마주 앉은 사람과 대화할 줄 아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앉아 있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대부분은 로봇인 걸 몰랐고, 옆에 걸린 설명을 보거나 사람들의 쑥덕거림을 듣고 눈치챘습니다.

누가 로봇인지 아시겠어요? ⓒ정보라

저도 이 로봇이랑 마주 앉았는데요. 'Aha, I see'를 상당히 자주 말하더라고요. 제 곁에 있던 백인 남성은 '일본 스타일의 말버릇이 묻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로봇 페퍼 실물을 봤을 때와 이시구로 교수를 닮은 로봇을 봤을 때는 느낌이 참 달랐습니다.

 

무서웠어요. 손을 만졌는데 차가워서 섬뜩한 느낌이랄까요. 어깨에 손을 얹었을 때는 인형처럼 접합 부위가 느껴졌습니다만, 그냥 손을 댔을 땐... 로봇 느낌이 강하진 않았습니다. 살짝 대면 몰라요. 더듬거려야 압니다.

 

얼마나 사람 같았는지, 영상으로 보시죠.

 

양배추 인형이 말을 하네?

1층엔 로봇이 더 있었습니다. 양배추 인형처럼 생긴 로봇 셋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말도 하는데요. 이마에 카메라가 달려서 사람을 봅니다. 움직이는 건 머리뿐이었는데요. 두 프로젝트 모두 연구 팀이 직접 나왔으며, 로봇이 작동하는 동안 노트북 모니터를 지켜보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엔지니어가 직접 설명하는 모습도요.

 

이시구로 교수의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반응을 계속하여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저도 찍혔을 거여요. "아~ 이상해'라고 연달아 말하는 모습을요.

양배추 인형 같은 로봇 셋 ⓒ정보라

NTT Labs X 윤찌

2층엔 협업 프로젝트 위주로 꾸린 듯했습니다. NTT라는 곳이 눈에 띄어 엔지니어에게 어떤 프로젝트인지 물었어요.

 

NTT는 가수 윤찌(Yun*chi)의 소속사인 아소비시스템과 콜라보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관객의 심장박동과 윤찌의 심장박동을 실시간으로 수집합니다. 그 데이터로 무대에 각자의 심장박동을 그림으로 나타내어 쏩니다. 관객이 공연에 더 몰입하고 호응하게 될 거라는데 윤찌는 말을 귀엽게 하더군요.

NTT와 가수 윤찌의 협업 프로젝트 ⓒ정보라

NTT미디어랩의 히로아키 이토 연구원과 이번 SXSW 방문에 대해 잠깐 얘기할 수 있었는데요. 아오이프로덕트라는 회사가 오사카 대학에 SXSW 방문을 제안했고, 마침 오사카 대학은 산학협동연구를 하던 NTT미디어랩에 제안했습니다. 히로아키 이토 연구원은 재팬하우스와 부스 인력을 모두 더 하면 약 50,60명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굳이 건물 빌리고, 항공에, 숙박에... SXSW엔 뭐하러 왔을까요.

그들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싶다"고 했습니다.

SXSW에 오면서 부스 차리느라 든 비용과 항공비와 숙박비를 보전할 효과를 얻어도 모자를 판에 '반응 살피러 왔다'니 도통 이해가 안 됐습니다.

 

특히 재팬하우스는 공짜 공연에 먹고 마실 것까지 나오니 NTT와 오사카 대학의 프로젝트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들어옵니다. 이 사람들이 전시된 프로젝트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재팬하우스에 방문한 사람들은 그저 초밥과 공짜 술에만 관심 있어 보였거든요.

 

이렇게 말하니 히로아키 이토 연구원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맞는 말'이라면서도 자신들은 연구만 했지, 사람들에게 어필할 방법은 모른다고 대답했어요. SXSW에는 그 방법을 찾고자 왔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촬영 중인 엔지니어들 ⓒ정보라

Editor's Comment)

너무나도 사람 같은 로봇을 만든 사람들과 심장 박동까지 데이터화하여 보여주는 사람들이 '사람을 알기 위해' 왔다니. 모순 같으면서도 곱씹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미래에 아무리 사람 같은 로봇이 나오고 인간을 대체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그것들이 더욱 의미있게 쓰일테니까요.

 


* PUBLY와 정보라 기자가 함께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SXSW에서 본 IT/스타트업 핫 트렌드' 데일리 메모 4화의 일부를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