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생각법

고수가 되는 길은 패배로 얼룩져 있다. 무언가를 잘하게 되는 길에 성공만 있다면 그 길은 잘못된 길일 확률이 높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약한 팀만을 상대로 평가전을 하는 국가대표 축구팀, 아는 수학 문제만 푸는 수험생에겐 성장이 없기에 큰 성공도 없다.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면 필연적으로 더 강한 상대와 마주치게 된다. 나이키 앞에는 리복이, 김연아 앞에는 아사다 마오가 있었다. 그리고 상대는 이미 고수이기 때문에 아직 고수가 되지 못한 사람은 자주 패한다. 그리고 패배는 아프다.

아무리 한국에서 천재 소리를 듣고 아홉살에 최연소 입단을 하였다 해도, 일본의 천재들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들과 싸울 때마다 피투성이가 되어 상처를 입고 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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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이 말하는 고수의 생각법이란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 성장해 나가는 방법을 말한다. 누구는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누구는 분노로, 누구는 슬픔으로 패배를 견딘다. 그리고 또다시 자신에게 같은 물음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야 하는가?" 답이 '그렇다'라면, 다시 패배하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몸부림치고, 그 결과 성장한다. 이것이 고수가 되는 비법이다.

 

조훈현은 수많은 고수와 만나 성장하며 일인자가 되었고, 자신의 제자에게 모든 타이틀을 뺏기는 수모도 겪었다. 그는 다시 일인자가 될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둑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바둑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 판이 이미 자신의 삶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바둑은 승패와 상관없이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자 삶 그 자체다.

긍정적인 생각들이 마구 솟아났다. 아마도 살려고 그랬을 것이다. 계속 고통과 분노에 싸여있으면 죽는 길밖에 없으니까. 살고 싶어서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바둑을 사랑해서 그랬을 것이다. 바둑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계속 바둑을 하며 살아야 하니까 그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