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성과 가치 판단

Editor's Comment

'CES 2017 -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자제품 박람회, CES를 자동차 전문가와 로봇 공학도의 관점으로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두 번째 미리보기 '또 다른 일상 공간을 누릴 자유'에 이어 이번에는 로봇 공학도 이세리 저자가 CES 2017에서 제시한 자동차의 미래를 '로봇'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전합니다.

'CES 2017' 리포트는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2월 14일 오후 6시까지 구매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자동차가 새롭게 정의되면서 우리가 겪게 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미래의 자동차는 쉼 없이 주변 차량과 정보를 교환하고, 서버를 통해 교통상황 등을 전달받을 것이다. 그리고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운전자를 대신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인공지능의 연결성(Connectivity)*과 가치 판단은 필연적으로 자동차 외의 많은 것에도 변화를 불러온다.
* 서로 다른 기종의 사무 자동화(OA) 기기, 통신 기기 등으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 그것의 접속성 - PUBLY

 

연결성은 100%에 가까울수록 그 힘이 강해진다. 자율주행 차량이 시장 전체를 차지하기 어렵겠지만,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의 경우 그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차량과 대중교통 등을 연결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개인의 편의를 위한 연결을 넘어서 중앙 관제탑이 교통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고를 방지할 것이다.
* 자동차와 IT 기술을 융합하여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 - PUBLY

 

소셜 카(Social Car)* 등 새로운 종류의 자율주행 이동수단은 강화될 것이고, 사고율과 교통체증량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 궁극적으로 자동차(커넥티드 카)들이 서로 대화하고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한 단계 - PUBLY

 

트럭 플래투닝(Truck Platooning)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플래투닝이란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여러 대의 트럭이 1초 이내의 짧은 간격을 유지하며 운전하는 것(Tailgating)을 의미한다. 선두 트럭이 차선을 변경하거나 제동을 거는 등 주행 상황을 제어하고, 나머지 트럭들은 센서를 이용해 앞 트럭을 따라감과 동시에 차량 간 무선 통신을 통해 선두의 통제를 받는다.

©볼보 트럭 코리아

2015년 2월 네덜란드응용과학연구소(TNO)에서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트럭 플래투닝은 공기저항의 감소로 연비가 높아진다. 그리고 여러 대가 밀착하여 주행하므로 교통정체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가령 트럭 2대가 0.3초의 간격으로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선두와 후방 차량의 평균 연비 소비량이 10%가량 감소하고, 두 트럭의 길이는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46% 감소한다. 3대 이상의 트럭이 함께 주행한다면 그 감소량은 더 크다.

트럭 플래투닝의 장점 ©2015 TNO White Paper

가장 큰 장점은 사고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의 90% 이상이 사람의 실수(Human Error) 때문에 발생한다. 자율주행을 통해 운전자의 실수가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하고, 브레이크 반응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트럭 간 무선통신으로 급제동에 의한 추돌사고 역시 방지할 수 있다.

심리적 장벽

플래투닝 트럭은 미래에 우리가 만나게 될 도로 모습의 축소판이 아닐까. 자동차는 주행속도나 경로 선택에 있어 절반 정도는 중앙센터의 통제를 받으며 정보를 교환하고 도로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정책과 도시의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2017 국토교통부 업무계획 일부 ©국토교통부

판교 등 일부 도시는 스마트시티 특화 단지 계획을 발표했다. 개별 기업 단위로 연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부분을 구현하고, 실제 도시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동차끼리는 물론 자동차와 외부와의 연결을 위해 도시 단위의 연구와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를 기대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사람들이 온전히 운전대를 넘기기까지는 얼굴 없는 운전기사와 친해질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CES 2017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승 현장에서 확인한 탑승자의 반응도 유사했다.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것이었지만 승차감이 조금만 불안해도 탑승자는 긴장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했을 때 회전 중 몸이 쏠리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급정거했다고 이동 내내 불안에 떠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는 다르다. 처음부터 인공지능의 운전실력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고율은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이것을 증명하고 대중에게 인지시켜야 사람들은 인공지능에게 운전대를 넘기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낮은 레벨의 자율주행 기술은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 의하면 레벨 1에 해당하는 자동 비상제동장치(AEB)를 탑재한 차량은 손해율과 사고율이 각각 6.6%, 39% 감소했고, 전방추돌경보 시스템(FCW)의 경우 각각 4.7%, 23% 감소했다.

 

한편 2016년 5월, 자율주행 중에 운전자가 사망하는 큰 사고가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 고속도로에서 테슬라 모델 S가 대형 트레일러와 충돌했다. 당시 운전자는 '오토파일럿(Autopilot)'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고, 흰색 트레일러가 맑은 하늘의 이미지와 오버랩되어 카메라가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며 두려움을 가졌다.

 

2017년 1월 19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이하 NHTSA)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에 결함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운전자는 충돌 당시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았고, 충돌하기 2분 전 시속 119km로 주행하도록 설정했다.

 

현재 테슬라가 판매하고 있는 오토파일럿은 NHTSA 기준으로 레벨 2에 해당한다. 레벨 2는 운전자가 항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대비가 되어있어야 함을 의미하기에 이번 사고를 운전자의 과실로 판단한 것이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율주행 레벨과 무관하게 사람이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면, 시각적 교란에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자율주행 기술이 방지한 사고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처 막지 못한 사고는 세계적인 뉴스가 된다.

 

재미있는 설문 결과가 하나 있다. 국토연구원에서 최근 1년간 운전 경험이 있는 수도권 소재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기술에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레벨 4(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응답자의 평균 지불 의사액은 66만 원이었다.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 옵션을 8천 달러(약 900만 원)에 책정한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다. 흥미로운 점은 레벨 2(상용화된 옵션) 수준에는 50~55만 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해, 레벨 4와 10만 원가량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용하고 싶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답변 역시 차선이탈 경고(90.9%), 차선 자동 유지(81.5%) 등 익숙한 기술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단편적 설문 결과만으로 쉽게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사람들에게 완전 자율주행 기술은 굉장히 낯설고 먼, 혹은 두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준 자율주행 레벨 ©NHTSA

하지만 자율주행차 관계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대중이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마주하고 경험한다면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실제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초기 반발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에어백이나 ABS 브레이크도 그 과정을 거쳐왔다.

무인차에 처음 탄 탑승자는 1분 동안 긴장한 모습으로 손은 핸들에, 발은 브레이크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탑승한 지 2분이 지나면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나면 길에서 눈을 떼고 운전자가 아닌 양 잡담을 시작한다.

이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추돌 방지 시스템을 제공하는 모빌아이(Mobileye)의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지브 애비럼(Ziv Aviram)의 말이다. 우리는 그저 미지의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의 딜레마

완전 자율주행의 실현이 가까워지며 자율주행의 윤리적 딜레마(Trolley Problem)*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 사람들에게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상황을 제시하고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문제 상황을 가리키는 말. 관련 기사: 'Why Self-Driving Cars Must be Programmed to Kill' (MIT Technology Review, 2015.10.22) - PUBLY

 

아주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진행방향에는 다수의 행인이 지나가고 있고, 방향을 틀 경우 운전자가 죽거나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다수를 살리기 위해 운전자 한 명을 희생해야 할까?

 

2016년 6월 사이언스에 게재된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딜레마(The social dilemma of autonomous vehicles)'라는 논문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은 모순적이었다.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답하면서도(76%), 자신이 그 자율주행차에 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50%)이 고개를 저었다.

트롤리 딜레마(Trolley Problem) ©MIT Technology Review

레벨 3까지의 자율주행은 비상시 수동운전을 요구한다. 따라서 개개인이 순간의 가치판단으로 각기 다른 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 이상의 경우는 어떠할까? 인공지능의 가치판단은 어느 정도까지 법으로 규제되어야 하고, 여기에 운전자의 의사는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을까? 행인이 어린 아이이고 운전자가 노약자인 경우라면? 이를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잘 이뤄져야 할 것이다. 피해보상 책임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수적이다. 윤리적, 법적 준비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운전석을 로봇에게 넘겨주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떤 기술도 사회적 합의 없이 실행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기술의 사회적 수용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전체 리포트 목차

1. 들어가는 말

2. 2017년 트렌드
2.1 자율주행 전략 구체화
    - 주요 자율주행 기술 비전
    - 차량 내 인공지능 및 인테리어 컨셉 제안
2.2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 ICT와의 협업
2.3 전기차 기술의 발전

3. 자동차도 로봇이다
3.1 자동차도 로봇이다. 자동차의 변화와 흐름, 엔비디아(Nvidia)의 선전
3.2 자동화에 대한 접근. 음성 인식 기술의 발전, 알렉사(Alexa)의 종횡무진은 계속될 수 있을까?
3.3 자율주행의 사회적 딜레마
3.4 한편 자동차를 그저 로봇으로만 볼 수는 없는 시선.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

4. 시사점

5. 첨부

5.1 KBB 소비자 자율주행 인식조사
5.2 컨퍼런스
    - Supersessions: Self-driving Cars, New Rules of the Road
    - Self-driving Cars: the Future's Biggest Surprises
    - The Roadmap for Self-driving Vehicle Technology
    - Redefining the Automotive Infotainment Experience

 

[CES 2017 -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자동차/교통과 IT의 결합'이라는 키워드로 CES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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