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PUBLY는 2016년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인 '기본소득'을 주제로 리서치 페이퍼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저자로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연구해온 젊은 저자 5명, BIYN(Basic Income Youth Network) 팀이 합류했고,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을 담다」 리포트가 결과물로 나왔습니다.

 

아래 목차에서 나오는 글은 리포트 발행 후 BIYN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 기록입니다. 프로젝트의 의의와 리포트의 의미 등 저자들이 보내온 소회가 담겨있습니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분입니다. 

 

참고로 리포트 목차와 상세 내용은 현재 바로 읽을 수 있는 콘텐츠 페이지에서 확인 후 즉시 구매 가능합니다. - PUBLY

 

프로젝트를 종료하며 남긴 5가지

 

Q1. 왜 PUBLY와 프로젝트를 시작했나요?

저희 BIYN(Basic Income Youth Network) 팀 저자들은 와이콤비네이터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IT와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과 늘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일 그리고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는 무척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2016년 1월 와이콤비네이터 대표 샘 알트만은 기본소득 연구를 시작한다고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밝혔습니다. - PUBLY 

 

직접적인 접점은 없었지만 저희는 느슨하게나마 이러한 관심을 드러내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에는 메이커 문화를 다룬 좌담회를 열었고 2016년 초에는 '미래사회와 기본소득'이라는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에는 서울에서 열린 16차 기본소득 지구대회*에서는 독일의 스타트업 경영자가 시작한 기본소득 크라우드 펀딩 실험, '나의 기본소득(Mein Grundeinkommen) 팀 담당자를 초청해 진행 상황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 전 세계 기본소득 연구자들이 모여서 당대 이슈와 연구 주제, 실험 결과 등을 공유하는 행사. 

제 16회 기본소득 지구대회에서 발표 중인 '나의 기본소득' 팀의 아미라 예히아(왼쪽).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

하지만 지금까지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관심을 보여온 이들은 시민사회 영역의 구성원들이었고 저희는 이들과 가까웠습니다. 당연히 기본소득 행사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비즈니스 영역에 알리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PUBLY 플랫폼을 통해서는 이런 새로운 영역의 독자 분들과 바로 만나 생각을 나눠볼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Q2. 프로젝트 전 과정(미리보기 글 연재와 오프라인 행사, 리포트 원고 작성 과정 등)을 진행하며 겪었던 고민,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프로젝트는 'PUBLY 독자'에게 의미 있는 기본소득 정보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로서 PUBLY가 기획한 컨셉이 있고,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고민해 온 팀으로서 저희가 생각하기에 의미 있는 메시지가 있는데, 이 둘이 상충하는 지점이 일부 있었습니다.

 

저희가 전달한 초고에 대해 PUBLY 측은 '기본소득을 찬성하거나 반대, 혹은 유보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는 편향되지 않은 관점, 사례 정보가 전달되길 바란다'는 피드백을 보내주었습니다. 저희는 사실들을 나열하여 어떤 의미 값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 중립적인 콘텐츠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보란 나열된 여러 사실이 특정 관점으로 엮이며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기본소득 논의는 언제나 정치적 관점과 맥락 속에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 간 다수의 토론 자리를 거치면서 모든 관점을 고루 포섭하려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다가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경우를 여러번 봤고, 반면교사로 삼기도 했습니다.

 

방향성에 대한 이런 막힘이 있었을 때 다행히 PUBLY에서 먼저 대화 자리를 제안했고, 합의점을 찾아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각 챕터를 모듈화 해서 작업했고 약 110분의 읽기 시간이 나오는 리포트를 만들었습니다. 시간 분량을 기준으로 내용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60분 :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꽉 찬 정보
  • 30분 : 각 사례들을 비교하고 분류하며 정리되었던 의미
  • 10분 : BIYN의 이야기

이는 저자 5명이 동시에 하나의 통합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적합한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면서 생각난 글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류학자 중 한 사람인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마음의 생태학」(1989)에 실린, 베이트슨(나)과 딸(가)대화인데, 옛날 번역체가 묘한 유머를 만들어내서 저희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백희원

이 대화록에서 두 사람은 지식의 양이 측정 가능한지, 어떤 방식이 가능할지를 토론합니다. 베이트슨의 비유를 가져와 덧붙이자면 PUBLY의 곽승희 에디터는 종이에 돌을 던져 주고, 또 구멍 난 곳이 없나 직접 훑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정보의 완결성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자와 독자의 대담이 진행된 오프라인 행사는 두말할 것 없이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독자 분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저희에게 의미 있고 새로운 관점이었습니다. BIYN의 이야기와 리포트가 저희가 독자 분들로부터 받은 만큼의 값어치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6년 11월 24일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열린 저자와 독자 간 대담 현장. 앞줄 왼쪽부터 김주온, 박유형, 장혜인, 백희원 저자.

11월 25일 성수동 오늘살롱에서 열린 2차 대담 현장. 앞줄 왼쪽부터 백희원, 김주온, 장혜인, 박유형, 윤대현 저자. ⓒBIYN

Q3. 프로젝트 진행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시간적 한계 때문에 리포트에 담지 못해 아쉬운 내용이 있나요? 

프로젝트 오픈 후 독자 분들의 양해를 얻어 진행 기간을 늘린 만큼 시간적 한계 때문에 담지 못한 내용은 없습니다. 일단 2016년 하반기의 시점에서 지금까지 발전된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이야기들은 최대한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본소득 담론과 실행이 더 진행된 글로벌 사례에 집중하다 보니 한국 사회에 대한 분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 저희가 국내에서 해 온 활동 내용을 많이 담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예컨대 2015년 전국을 돌며 기본소득을 주제로 사람들과 만났던 전국투어 현장에서의 경험*같은 것입니다. 

* 전국투어 기록

 

그래서 지금껏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 결과를 전달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이번 리포트의 다음 스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을 담다」 리포트에 기본소득 개념의 철학적 측면, 당위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시중의 기본소득 관련 저서들에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구체적인 실험 사례들에 집중한 것이 시의성 있는 정보 전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4. BIYN에게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질문의 답과 중복되는데요, 역시 새로운 사람들과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로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런 자리를 기획하고 싶습니다. 기존에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께 새로운 정보를 전했다는 것 역시 저희에겐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또 처음으로 영리 섹터와 협업하면서 유료 콘텐츠로서 기본소득의 가치를 확인해 볼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BIYN은 회원들의 후원금과 운영위원들의 자발적 노동으로 돌아가는 조직으로, 그동안은 확장성과 정보의 공공성이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희의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해 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구매의 장벽을 만들기도 한 셈인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자원을 앞으로 BIYN이 기획할 프로젝트에 잘 녹여내는 게 저자들의 남은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리포트의 독자분들은 구매자인 동시에 저희의 후원자이시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Q5. 한국 사회에 이 프로젝트의 리포트가 어떤 결과물로 남기를 바라나요? 

올해 대선을 시작으로 향후 국내에서 기본소득 정책 토론이 늘어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일례로 PUBLY 리포트 발행 얼마 후 열린 토론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국책연구소 중 하나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12월 12일 

* 관련 기사 

 

이날 정원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강남훈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 대표(한신대 경제학 교수)와 공동 연구 결과인 한국형 기본소득 금액을 발표하고 그 효과를 예측했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국책연구소가 기본소득 모델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기본소득 정책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음을 의미합니다. 이번 리포트에 소개된 해외 파일럿 프로젝트들의 결과물도 빠르면 2018년부터부터 발표되며 정보들을 더할 것입니다.

 

그래서 향후 밀려올 수많은 기본소득 관련 정보들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핀란드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 결과가 한 줄의 신문 헤드라인으로 유통될 때, 그 뒤에 숨은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콘텐츠 말입니다. 이 리포트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을 담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핀란드 정부와 네덜란드 도시 4곳, 캐나다 온타리오 주 등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어 온 기본소득 실험의 성공과 한계, 실패의 기록 

 

2012년부터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 동향을 꾸준히 연구해온 젊은 저자 5명이 참여하는 리서치 리포트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