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년 캐나다 기본소득 지구대회에 참여하다

이 글은 12월 7일 발행되는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 프로젝트의 유료 리포트 프롤로그입니다. 예약 구매는 12월 7일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가격이 인상됩니다.

"우리 모두 기본소득 세대(Basic Income Generation)가 됩시다!" 

 

'기본소득 세대가 되자'. 한국의 2030 기본소득 연구자 그룹, BIYN(Basic Income Youth Network)이 2014년 캐나다에서 만난 기본소득 연구자들과 나눈 인삿말이었다. 우리는 201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15차 기본소득 지구대회(이하 캐나다 대회)에 참석했다.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이하 BIEN)가 주최한 회의로, 이들은 2년에 한 번씩 당대 이슈와 연구 주제를 공유하는 대회를 네트워크 소속 국가에서 열어왔다.

 

BIYN 결성 3년 차, 우리는 이곳을 새로운 활동의 시발점으로 삼으려 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에서 열린 15차 BIEN 현장 ⓒ기본소득 캐나다 네트워크(Basic Income Canada Network)

BIYN을 결성한 2012년 초 당시, 기본소득은 한국에서 낯선 주제였다. 기본소득.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현금을, 차별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이 간단한 생각에 기본권의 개념이 접합되며 복잡한 담론으로 자라난다.  

 

기본소득은 주로 유럽에서 논의되고 발전되어 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빈민에 대한 사회부조로서 최저생계비를 이야기한 16세기의 사상가 후안 루이스 비베스(Juan Luis Vives)까지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이를 연구하는 그룹이 형성된 것은 1980년대 북유럽과 서유럽이다. 

 

역사적으로 발전된 지역은 물론 학자들도 유럽 중심으로 활동하는지라 우리 활동은 자연스레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들에게 기본소득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리는 것. 그리고 해외의 최신 뉴스와 이론을 번역하고 공부하는 연구하는 것.

 

그 와중에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2013년 10월, 이른바 선진국인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정책화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운동을 주도하던 단체, '스위스 기본소득 이니셔티브'가 기본소득 국민 발의안을 연방법원에 제출했고 국민투표가 예정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모으며 기본소득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사건으로 기본소득이 우리 주변의 삶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 대상임을 실감했다. 이에 BIYN는 해외 사례를 연구할 뿐만 아니라 '외국의 기본소득 연구자 및 활동가들과 직접 네트워킹하자'는 새로운 목표를 추가했다. 글로벌하게 이뤄지고 있는 기본소득 연구와 운동이 한국 기본소득 논의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며 이 과정에서 함께할 동료를 찾고자 했다. 

 

캐나다에서 BIYN은 기대했던 대로 여려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책과 자료로 이미 이름이 익숙한 이들도 있었다. 

 

BIEN의 창립자 중 한 명인 필립 반 빠레이스 

 

프레카리아트의 저자이며 인도에서 진행된 파일럿 실험에 참여했던 가이 스탠딩


일본의 기본소득 연구자인 야마모리 도루

 

물론 외국의 사례를 보고 듣기만 하러 간 것은 아니었다. BIYN 역시 참조할만한 사례의 하나로서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삼포세대'를 비롯하여 높은 월세와 좁은 취업시장 문으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팍팍한 삶이 조명을 받고 있었다. BIYN은 기본소득이 청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분석해 캐나다 대회에서 발표(「기본소득과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했다. 

'아시아의 기본소득: 한국의 사례들' 세션의 라운드 토론 현장. (왼쪽부터) 김주온 BIYN 운영위원, 진행자인 안드레아 푸마갈리(Andrea Fumagali) 이태리 파비아 대학 교수, 강남훈 한신대 교수,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 ⓒBIYN

한국 청년의 높은 자살률, 실업율과 같은 내용에 해외의 기본소득 연구자들도 다소 충격을 받은 눈치였지만, 기본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겪는 삶의 불안정성은 한국뿐 아닌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익숙한 상황이었다. 핀란드에서 학생들이 주도하는 기본소득 운동을 이끈 요안나 페키오(Johanna Perkiö), 유럽 기본소득 발의 운동의 코디네이터였던 스타니슬라스 주르단 등 또래 글로벌 활동가들의 발표 역시 이를 증명했다.

 

2. 가능성을 인정받은 파일럿 실험지, 인도와 유럽

 

2014년 캐나다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션은 두 가지*였다. 2011년부터 2년 간 인도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와 앞서 언급한 스위스와 유럽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법안 발의 서명운동 경과 보고였다.

* 자세한 내용은 12월 7일 이후 발행되는 유료 리포트 목차2, 3에서 볼 수 있습니다. - PUBLY.

 

스위스의 경우 다큐멘터리

 

'기본소득의 의제화: 시민발의의 역할(Basic Income on the Agenda: What Role for Citizen Initiatives?)' 세션에서 발표 중인 스타니슬라스 주르단(Stanislas Jourdan)의 영상 

 

유럽 시민발의의 경우는 14만 명의 서명을 받는 데에 성공했으나 백만 명이라는 목표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준비하는 동안 기본소득에 대해 범유럽적 홍보가 이루어졌고 불가리아처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나라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등의 수확이 있었다. 

 

인도에서 있었던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의 결과 보고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시민단체, 자영업여성조합(Self Employed Women's Association, 이하 SEWA)의 지부장인 레나나 즈브흐발라(Renana Jhabvala)와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의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교수가 실험 전과 후, SEWA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차이 등에 대해 설명했다. 기본소득을 받은 주민들은 교육이나 주거 환경 같은 인프라에 투자하는 이가 많았고, 전반적으로 생활 환경 수준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결과들이 소개됐다. 

'인도의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 변화를 향해(Piloting Basic Income in India: Towards Transformation)' 세션 발표 현장. (왼쪽부터) 가이 스탠딩 교수와 레나나 즈브흐발라 지부장. ⓒ가이 스탠딩

3. 2016년 글로벌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의 범람

 

16세기부터 지금까지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탐구가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기본소득은 낯선 개념이다. 이는 '모든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속적으로 생계에 충분한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아직 현실 사회에서 영속적으로 도입된 바 없다는 한계에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인도 파일럿 실험 사례의 일부가 발표되었던 캐나다 대회로부터 2년이 지난 2016년, 세계 곳곳에서 여러 주체가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 계획을 발표하고 새로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본소득은 개념의 영역에서 실행 가능한 정책화의 단계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기본소득은 정책으로 구체화될 때 필연적으로 많은 예산과 기존 복지정책들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파일럿 실험을 통해 그 효과와 부작용을 미리 탐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속성이나 충분한 금액, 대상의 측면에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파일럿 실험으로는 기본소득이 실제로 가져올 효용을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것이 잘못된 결과의 일반화로 이어져 기본소득 논의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어디서도 제대로 실현된 적 없기 때문에 파일럿 실험은 신뢰의 담보로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기본소득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로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지, 반대자들이 걱정하는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는지, 파일럿 실험을 통해 정말 이 정책이 유효하다는 신뢰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미비아와 인도의 파일럿 실험은 기본소득이 빈민층의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입증했다. 독일에서 시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재원을 모아 진행 중인 파일럿은 기본소득을 받아 삶이 달라진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렇듯 기획된 파일럿 실험들은 보편적인 기본소득이 실현된 사회의 모습을 엿보게 해줌으로써 기본소득 정책 입안에 힘을 보태준다. 

 

 

국내의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

 

기본소득 실험이 글로벌 뉴스가 떠오르는 만큼, 국내에서도 기본소득의 인지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올해 청년배당을 도입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일자리 감소의 대안으로써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를 테면 2016년 7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16차 기본소득 지구대회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장이 참석했다. 주요 언론에서도 내년 대선 정책 어젠다 중 하나로 기본소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8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아직 기본소득 개념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논의된 바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기본소득은 대안적 정책으로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본소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입장에서 반가운 한 편으로 염려도 된다. 기본소득은 단순하지만 실행될 경우 파급력이 큰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상황적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결정과 세밀한 조정을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는 기본소득에 대한 실용적인 탐색이 필요하다. 특히 유럽 중심적으로 발전되어 온 기본소득 담론을 한국의 시민들이 어떻게 실용화 시켜야할지를 여러 상이한 조건들 속에서 다뤄진 실험을 통해 예측해볼 수 있다. 

2016년 7월 7일~9일, 한국에서 열린 16차 서울 지구대회 참가자 기념 사진. 서강대학교 다산관.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4. 리포트 본문에서 다룰 내용

 

이 리포트의 목표는 과거 각국에서 행해졌고, 2016년 현재 수행되고 있는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의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총 11개 실험을 주체별로 구분해 리포트의 목차를 구성(1 국제기구, 2 시민사회, 3 정부, 4 기업가)했으며, 이 순서에는 시간의 흐름이 반영되었다.

 

가장 먼저 파일럿 실험을 시도한 주체는 국제기구 및 NGO이다.* 이들은 나미비아와 인도의 빈민 지역에서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진행된 만큼 결과에 대해서도 깊은 내용이 공개되어 있는 사례다. 지난해부터 관련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정부 주도 파일럿 실험이나, 올해 계획이 발표된 비즈니스 영역의 파일럿 실험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실험 자체의 내용은 공개된 것이 아직 많지 않다. 

*NGO 기브다이렉틀리는 목차 1에 소개되지만 2016년 현재 실험 설계 중이므로 시간 흐름대로 구성된 이 구분에서 예외적인 사례다.

 

각 주체는 서로 다른 이유를 근거로 들며 기본소득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주체가 어디인가에 따라 실험의 목표와 방법, 규모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각 주체별 실험들은 기본소득에 대한 서로 다른 퍼즐 조각의 역할을 하며 상호보완적으로 설계되고 있다. 5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최근 사례로 올수록 점진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파일럿 실험이 설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모쪼록 이 리포트가 각각, 또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그림을 전달하는 창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을 담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Y 컴비네이터, 핀란드 정부와 네덜란드 도시 4곳, 캐나다 온타리온 주 등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어 온 기본소득 실험의 성공과 한계, 실패의 기록 

 

2012년부터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 동향을 꾸준히 연구해온 젊은 저자 5명이 참여하는 리서치 리포트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