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가격 산출해주는 공식 어디 없나요?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비싸도 팔리는 제품과 저렴해도 안팔리는 제품의 차이
  • 고객이 가격과 함께 마주할 이야기를 준비하는 방법
  • 가격 결정에 반영해야 할 고객과 기업의 맥락

저자 박상훈

디지털 마케팅 회사 플랜브로 대표 > 프로필 더 보기

이제 알겠어! 우리 제품의 가격은 3만 8000원이야!

혹시 '가격 결정'을 주제로 한 글을 읽고 이렇게 결론을 내려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몇 가지 숫자만 대입하면 제품의 적정 가격을 산출해주는 공식이 등장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가격은 기업과 고객의 맥락이 얽혀 형성됩니다.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기업이 투입하는 비용과 노력, 제품을 구매하기까지 거치는 고객의 복잡한 심리가 '가격'이라는 한 지점에서 만납니다. 

 

흐름이 있는 양측의 맥락을 하나의 숫자로 고정하는 작업이다 보니, 쉽지만은 않습니다. 어찌어찌 고정해놓는다고 해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결정한 후에도 늘 찝찝함이 남습니다. '정말 이 가격이 맞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죠. 

 

이번 아티클에서 열심히 개발한 우리 제품의 가격을 정할 때 참고할 만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정확한 가격을 한 번에 알려주는 공식은 세상에 없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 긴 여정이 필요하듯, 제품의 적정 가격도 긴 여정을 통해 천천히 찾아가야 합니다. 

 

하나의 숫자로 답을 내야 한다는 조급함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다양한 관점에서 제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다 보면 희미했던 가격과 함께, 마케팅의 윤곽까지 점점 선명해질 겁니다. 먼저, 가격이 없던 시절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거래엔 '해석'이 담긴다

화폐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는 물건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실시간 교환이 어려울 땐 '기록'을 통해 거래를 이어 나갔죠. 상대방이 나에게 주었던 것을 기록했다가 훗날 비슷한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갚으면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기록에는 '해석'이 들어갑니다. 개인의 상황이나 기호에 따라 같은 물건의 가치도 다르게 해석되죠. 그러다 보니 내가 받은 것과 '비슷한 가치'를 지닌 물건을 정하는 데 있어 상대방과 의견이 갈라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김씨의 가죽옷과 교환할 물건의 가치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추위를 많이 안 타서 가죽옷을 자주 입지 않는데… 생긴 것도 좀 거추장스럽군. 고기 반 근 정도로 갚는 게 적당하겠어. 
 

(김씨: 내 가죽옷이 고기 반 근밖에 안 된다고?)

😀: 몸에 딱 맞아서 포근하고 좋다. 요즘 쌀쌀했는데 매일 입고 다녀야겠어! 고기 네 근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아. 


(김씨: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줬네!)

시간이 흘러 '화폐'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이제 물건의 가치는 누구나 동일하게 인정하는 '숫자'로 정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거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복잡해졌죠. 

 

사람들은 여전히 개인의 상황과 기호에 따라, 이제는 자신의 가치관까지 고려해 가격 너머에 있는 제품을 '해석'합니다. 배달비 3000원을 결제할 때도 마찬가지죠. 

😢: 배달비가 3000원? 매장에 포장하러 가면 운동도 되고 좋은데, 굳이 배달시켜야 하나? 포장 용기 가져가면 환경에 도움도 되니까 포장해야겠다.

 😀: 배달비가 3,000원이네? 걸어서 갔다 오려면 너무 귀찮지. 가서 기다리는 시간과 수고도 다 비용이잖아. 3000원 내고 배달시키자.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해석을 거쳐 거래를 해왔습니다. 앞으로 물건의 가치를 숫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정한다고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이 해석에 관여해 고객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제품의 가격을 3만 8000원으로 할지, 4만 원으로 할지 같은 고민은 줄어들 겁니다. 납득한 고객에게 2000원은 거래를 중단할 정도로 중요한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냥 4만 원을 제안하면 됩니다. 

 

고객이 가격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면, 우리도 아래와 같은 태도로 가격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 ❌: 우리 제품의 적정 가격이 얼마지?
  • ⭕️: 우리가 가격과 함께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면 우리가 제시하는 가격을 고객이 큰 고민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태도를 바탕으로 고객의 해석에 관여할 이야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격은 고객과 혼자 만나지 않거든요. 

고객의 해석에 관여할 이야기

이는 일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식당 메뉴판에도 가격 옆에 늘 메뉴 사진과 소개 글이 함께 적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국밥집에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기본 국밥과 3000원 더 비싼 100그릇 한정의 프리미엄 국밥이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프리미엄 국밥 가격 옆에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천연 조미료와 산에서 키운 한우를 듬뿍 넣어 하루 딱 100그릇만 끓여냅니다"라는 문구와 두툼한 고기가 올라간 국밥 사진이 있습니다. 

 

이 메뉴를 본 고객은 이 국밥이 정말 3000원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100그릇이 다 나가기 전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프리미엄 국밥을 주문하죠.  

ⓒ퍼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