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준비하며 나눈 이야기

햇살 좋은 시월의 토요일 오후, 최인아책방에서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사전 모임을 가졌습니다. 프로젝트의 저자인 롤링다이스 제현주 디렉터, 그 밖에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인생학교 이영미 이사, 최인아책방 최인아 대표가 패널로 참석하여 책 산업에서 각자가 주목하고 있는 화두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에 더해, 책 산업의 다양한 지점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열한 명의 게스트까지 자리에 함께 해주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수많은 책의 판권이 거래되는 글로벌 책 산업의 가장 뜨거운 현재이면서, 동시에 그 미래가 어디를 향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세미나와 대담, 프레젠테이션이 일어나는 장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프로젝트에 저자로 참여하는 제현주 디렉터는 북페어에서 벌어지는 논의를 우리의 현실과 어떻게 연결 지을지 고민하는 데, 사전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가 하나의 가늠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래는 이날 사전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요약정리한 글입니다. 이 글이 발행된 2016년 10월 24일 현재,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프로젝트의 저자 제현주와 메인 에디터 김안나는 북페어 일정을 막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PUBLY

 

 

1. 제현주 디렉터가 뽑은 키워드:
조심스러운 낙관, 디지털 전환의 2막

 

올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테마는 "더욱 활기찬, 더욱 역동적인, 더욱 국제적인"이다. 이 테마에 걸맞게, 올해 북페어의 분위기에는 조심스러운 낙관이 깃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년간 주요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 방어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는 주요 글로벌 출판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견고한 매출을 유지했다. 점점 경계가 무너지는 콘텐츠 시장에서 글로벌 출판그룹들은 자신들도 주요 플레이어로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인터넷과 디지털화의 거센 흐름이 만들어낸 책 산업 가치사슬 변화가 안정세에 접어든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물론 가치사슬의 변화가 이대로 끝난 것은 아니다.
* 자세한 내용은 지난 미리보기 '책 산업 가치사슬의 진화, 2막의 시작'을 참고해주세요. 
(1) 오프라인 서점이 돌아온다, 그러나 다른 모습으로
(2) ebook 시장의 포화: 두 번째 분화도 끝났나? 

 

종이책과 오프라인 서점은 애초의 예상처럼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오늘날 보편적인 기대이지만, 동시에 ebook으로 대표되던 e-reading 역시 책의 형식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독자와의 접점은 광범위한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과 연결성 덕에 새롭게 재편되고 있고, 독자에 대해 훨씬 직접적인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마케팅 문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북페어의 비즈니스클럽에서는 이런 디지털 전환의 2막을 내다볼 수 있는 다양한 세션이 준비되어 있다.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무척 기대하고 있다.

에디터 노트: 올해 비즈니스클럽에서는 'ebook'에 국한한 혁신이 아닌, 'digitalization'과 'mobilization'을 화두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의 다양한 사례가 공유되었다. ⓒ김안나

 

2. 어수웅 기자가 뽑은 키워드:
체험서평, 1만 VS 100만

 

'체험서평'은 즉흥적으로 떠올려 본 용어다. 기계적 객관을 내세운 서평에 독자들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독자를 설득시킬 수 있는 주관을 넣으려고 노력한다. 이 경우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즉 주관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주관성'을 넣되 '객관성'과의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지면을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해야 하는 나에게는 독자와의 공감이 중요한 화두다. 그러기 위해 주관을 얼마나 담을지 늘 고민한다.

 

1만과 100만의 비교는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출판사가 SNS에 마케팅을 집중해서, 비슷한 관심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묶어 책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효과적인 방식일 수도 있지만, 그 작은 커뮤니티 밖에 있는 독자들은 마케팅의 가시권 바깥에 놓이게 된다. 확장 가능성은 처음부터 차단된다.

 

그에 반해 여전히 150만 부를 찍는 조선일보 같은 매체는 더 큰 범위의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물론 모든 독자가 신문의 기사를 전부 읽지는 않지만, SNS 중심의 마케팅보다는 폭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이런 채널을 어떻게 레버리지(Leverage) 할 수 있을까가 내가 갖고 있는 화두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에서 진행했던 '101 파워클래식'이 하나의 시도였다. 101명의 예술가와 학자에게 '내 인생의 책'을 3권씩 물었고,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순서대로 매주 한 권씩 한 면을 털어 1년 동안 지면에 소개하며 다양한 연계 활동을 펼쳤다.

 

가령 「까르마조프의 형제들」을 추천한 소설가 김연수에게 직접 서평을 쓰게 하고, 이에 연계된 북 콘서트를 진행하고, 독자들에게 '트위터 독후감'을 쓰게 하는 식이다. 50여 권의 책을 소개했고, 30여 번의 북 콘서트를 진행했다.

 

'101 파워클래식'은 정성적으로도 정량적으로도 좋은 반응이 있었다. 이 기획에서 베스트셀러도 여럿 나왔고, 이 책들을 읽는 북클럽도 잇따라 생겼다. 이런 종류의 가능성은 여전히 더 탐색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메모 중인 PUBLY 박소령 CEO ©손현

 

3. 이영미 이사가 뽑은 키워드:
eBook을 통해 일반인을 저자로

 

25년 여를 출판 현장에서 에디터로 살았다. 사식(寫植)*부터 시작해 최근의 CTP(Computer To Plate)까지, 편집과 인쇄의 발달 과정을 모두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 중 한 명이다. 문학사상, 디자인하우스, 웅진지식하우스 대표를 거쳐 펭귄클래식 대표를 하다가 지금은 출판업 바깥에서 일하고 있다.
* 사식(寫植); 활자를 사용하여 조판(組版)하지 않고 사진 식자기(Photocomposing Machine)로 인화지나 필름에 직접 글자를 한 자씩 찍는 일을 말한다. - PUBLY

 

요즘은 '인생학교'와 '여행연구소'의 콘텐츠 기획을 하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 물론 출판 에이전트로서의 일도 어느 정도는 계속하고 있다.

 

출판업에서 일할 때는 유명인 전문 에디터라는 별명이 있었다. 워낙 유명한 분들과 작업을 많이 했고, 그런 만큼 책이 잘 팔리는 경우가 제법 있기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에 반해, 지금 강의를 하고 있는 여행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일반인들을 만난다. 좋은 회사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를 가졌으면서, 세계 각지를 여행한 다채로운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여행을 다녀온 뒤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사람들과 만나면서 나도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유명인의 글만
책으로 만들어 왔는데,
일반인들이 가진 고유의 경험을
책으로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잘 팔리진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첫 책'을 낼 수 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일반인의 글은 어느 출판사에서도 흔쾌히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eBook을 통한 셀프퍼블리싱이다.

 

여기에 더해, 에스프레소 북 머신(Espresso Book Machine)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eBook으로 출판된 책들도 주문받는 즉시 한 권씩 종이책으로 찍어낼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는 서점도 실제로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의 퍼프(La librairie des puf) 같은 서점이다. 3만 부 정도의 eBook을 보유하고 있는데,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인쇄해서 주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에디터 노트: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2016년 10월 20일 비즈니스클럽 세션에 이 퍼프 서점을 운영하는 퍼프 출판사의 CEO가 발표자로 등장했다. 관련하여 더 자세한 이야기는 최종 리포트에 담길 예정이다. ⓒBIBLIOBS

길게 말했지만 내 화두는 이거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그것이 책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 시스템은 디지털 방식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4. 최인아 대표가 뽑은 키워드:
시간, 읽기, 주인공

 

책방을 찾아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일상에서 충만함을 맛볼 수 있는 드문 시간인데, 책방을 찾는 주목적이 과연 책을 사고 읽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비관적으로 말하자면 책방에서조차 책이 주인공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최근 동네 책방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일본 서점 중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츠타야(Tsutaya)가 웅변하듯 이제는 책이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방을 열었을 때, 많은 매체에서 연락을 해왔고 대부분 광고하던 사람이 왜 책방을 냈는지 물었다. 하지만 내게 광고와 책방은 결국 같은 일이다. 제일기획에서는 기업이나 브랜드를 전달하는 일을 쭉 해왔다. 책방에서는 그저 그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양쪽 다 핵심은 기획력에 있다.

책방을 시작하면서 독자들에게 어떻게 책이 더욱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외부로도 많이 알려진 최인아책방의 '추천서가'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12가지 주제를 뽑고, 아는 인맥을 모두 동원해 각자 3개 이상의 주제를 정해 책을 고르고, 왜 골랐는지, 당신이 누구인지, 마지막으로 당신 인생의 책은 무엇인지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 답을 받아 책 안에 추천인의 코멘트를 담은 '북 카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220명에게 부탁의 메일을 보냈는데, 무려 160명이 답을 보내줬다. 그 덕에 '추천서가'를 갖출 수 있었다.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을 보며 기획한 것이 통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은 생각도 있다. 마치 아기 입에 음식을 반쯤 씹어 넣어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책을 골라 읽는 경험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어지는 대화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변화:
과거와 현재  

 

제현주: 이영미 이사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다섯 번 다녀왔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모인 모든 분들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경험이다. 출판인의 눈으로 북페어는 어떤 현장인가? 그리고 어떻게 변해왔나?

에디터 노트: 북페어 6관에 있던 Hachette Book Group 부스. 판권 거래 미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제현주

이영미: 나는 첫 출장을 프랑크푸르트로 갔는데, 그게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아침부터 축구장 13개를 붙여 놓은 정도의 넓은 공간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다시 대절한 버스를 타고 호텔에 돌아가는 일정으로 5박 6일을 꼬박 보냈다.

 

당시에는 출판사와의 판권 거래 미팅도 원시적이었다. 책에 대한 서지 정보나 원고도 없이 미팅하면서 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저, 이거 할래요"라고 결정하는 식이었다.

 

첫 출장 뒤로 7~8년 뒤부터는 서지 정보와 원고 등을 미리 받게 됐다. 이제는 현장이 아니라 미리 라이츠가이드(Rights Guide)를 파일로 받아서 검토하고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다양한 세미나가 북페어의 또 다른 중심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 이후로는 세미나 현장을 다니며 기웃거렸는데 실제로 차분히 앉아서 듣지는 못했다. 한 권이라도 책을 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강박증을 버리지 못했다.

(왼쪽부터) 최인아 대표, 이영미 이사, 어수웅 기자, 제현주 디렉터 ©손현

 

개인화되고 주관적으로 바뀐 책 추천

 

제현주: 일본의 서점인인 우치누마 신타로가 쓴 「책의 역습」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책방'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며 '매개자'입니다. (...)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전하려는 사람은 모두 넓은 의미로 '책방'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SNS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그걸 본 누군가가 책을 산다면, 그 사람이 일종의 서점으로 기능한 셈일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정의는 책을 추천하는 방식이 훨씬 개인적이고 주관적이 되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 같다.

 

어수웅 기자가 말씀하신 '체험서평'이란 말이 같은 맥락에 있는 것 같다. 이런 트렌드를 어떻게 포착하고 지면에 반영하기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모두가 매우 자연스럽게 느끼지만, 처음 그 변화를 포착하는 건 다른 문제이니.

어수웅: 그렇게 치밀하게 생각해보진 않았다. (웃음) 1995년에 신문사에 들어왔는데, 문화부는 그나마 좀 자유로운 지면이어서 데스크*를 설득할 수만 있으면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감지하고 서서히 변화해간 것 같다.
* 데스크(Desk); 신문사나 방송국의 편집부에서 기사의 취재와 편집을 지휘하는 직위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 PUBLY

 

종이 신문에 할당된 지면이 3장이면 3장을 써야 한다. 톱기사여도 분량에 늘 제한이 있다. 그래서 주관적인 이야기를 쓰기 너무 어렵다. 반면 디지털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써도 되고 감정도 드러낼 수 있다.

 

자연히 종이신문의 역할이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종이신문의 글은 제한된 분량 내에서 완결 지어야 하므로 잘 쓰기만 하면 길게 쓰는 것보다 파급력이 크다. 문화부 기자들도 파급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에디터 노트: 최근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북클럽이라 평가받고 있는 Zoella Book Club. 올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비즈니스클럽의 패널 세션에서도 소개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종 리포트에서는 북페어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커뮤니티' 기반의 책 읽기 트렌드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zoella.co.uk

 

책을 다루는 콘텐츠는 많은데
책을 읽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현상

 

제현주: 최인아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가, 책을 가지고 2차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 역시 일종의 2차 콘텐츠처럼 만들어지는 것 같다. 최인아책방도 그중 하나라고 보인다.

 

이렇게 책을 다루는 콘텐츠는 매우 많은데 책을 읽는 사람들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 이것이 책 산업 종사자들이 느끼는 딜레마인 것 같다. 책 산업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책을 테마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지식인과 전문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다.

 

왜 이런 모순적인 현상이 생길까?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최인아: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살짝 각도를 비틀어 책과 다른 콘텐츠가 만나는 지점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밖에 포스터가 두 장 붙어 있다. 하나가 책방 콘서트, 다른 하나가 강연이다. 강연 주제는 '카피라이터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다. 이 강연을 공지했더니 많은 출판사에서 강연 내용을 묶어 책을 내자고 제안이 왔다.

 

그리고 어제는 처음으로 책방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조금 다르게 기획했다. 열두 가지 주제를 먼저 정하고, 독자들이 공연을 통해 결국 책으로 유입되게끔 디자인했다. 연주자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주제에 따라 음악과 책이 함께 있도록 했다.

 

어제 콘서트의 주제는 '영감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우리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모차르트조차 끙끙거리며 작곡을 했다고 한다. 과연 영감은 어디서 오는지, 연결되는 음악을 연주하고 해설했다. 그리고 중간에 쉬는 동안 나는 네 권의 책을 소개했다.

 

살면서 "이 고비를 어떻게 넘어야 하지?" 싶은 때가 있다. 다른 생각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럴 때 읽으면 좋은 책들이었고, 결과적으로 그 책들이 많이 팔렸다. 덕분에 나는 책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책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이렇다.

책은 당사자에게
가장 많은 수고를 요하는
콘텐츠다.

등골 빠지는 일이다. 4~5시간을 읽고 있으면 눈과 목과 등이 모두 아프다.

 

물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책과 멀어지기도 하지만, 책은 그 자체로 너무 수고가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다. 그리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 사람들이 책에 쓰는 시간은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마 책만으로는 점점 쉽지 않아질 것이다. 대신 다른 콘텐츠와 연결해서 사람들을 책으로 유입시키는 방법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 자체만으로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힘은 굉장히 약하다. 주변의 다른 콘텐츠를 어떻게 조력자로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다.

최인아책방 내부 ©손현

 

제현주: 직접 답을 못하시겠다 했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책은 독자가 가장 많은 수고를 들이는 콘텐츠인 만큼, 많이 읽는 사람들은 이를 전하고 싶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2차 콘텐츠가 생겨나는 것일 수 있겠구나 싶다.

 

제현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담아 오겠다. 오늘 들은 여러 말씀을 북페어에서 오가는 많은 이야기에 겹쳐 보면, 세계 시장의 최전선에서 콘텐츠로서의 '책'이 어떤 방향과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지, 그 방향과 속도가 한국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더 단단하게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끝)

 

[경계의 확장, 전략가의 시선-2016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이 글이 발행된 2016년 10월 24일 현재,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프로젝트의 저자 제현주와 메인 에디터 김안나는 북페어 일정을 막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종 리포트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