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SF작가의 예측, 적어도 여기에선 틀렸다

- 들어가며 -

이 글은 2016년 10월 1일부터 2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월드 메이커 페어(World Maker Faire)에 다녀온 이경선님이 쓴 두 번째 미리보기 글입니다. 이경선 저자는 10월 6일부터 11월 25일까지 PUBLY와 메이커가 세상을 바꾼다-월드 메이커 페어 @뉴욕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전에 쓴 글은 프로젝트 새소식 페이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 PUBLY.

1964년 미국 뉴욕 퀸즈에서는 뉴욕 세계박람회(New York World's Fair)가 열렸습니다. 이 세계박람회는 당시 20세기 중반 미국의 문화와 기술을 보여주는 쇼케이스였습니다. 박람회장 중앙에는 42m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지구 모형인 '유니스피어(Unisphere)'가 세워졌고, 5천만 명 이상이 이곳에서 펼쳐진 최신 기술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50년 전 세계박람회의 상징이었던 유니스피어가 이제는 월드 메이커 페어에 온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이경선

'아이로봇'을 쓴 유명 SF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박람회에 전시된 최신 현대 과학문명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5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라며 스스로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인류는 지루함이라는 병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 오직 운 좋은 몇몇 만이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며 엘리트가 될 것이며, 기계 이상의 일을 할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

 

50년 후, 같은 자리에는 '월드 메이커 페어(World Maker Faire)'가 열렸습니다. 이 축제가 보여주는 모습은 세계적인 SF작가가 상상한 미래의 그 모습 그대로였을까요? 메이커 페어의 창시자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는 적어도 한 가지는 아시모프의 예측과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데일 도허티와 메이커들이 50년 후 월드 메이커 페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소수가 아닌 모두가 창의적인 일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데일 도허티는 이번 월드 메이커 페어에서 아이작 아시모프 이야기를 몇 번이고 언급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생각한 미래의 모습과 현재의 메이커 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잡지 50호의 다음 글에 자세히 실려있습니다: Dougherty, D. (2016. 4/5). I, Maker. Make:, vol. 50, pp.8.

메이커, 메이커 운동, 메이커 페어?

메이커(Maker)란 '뭔가 만드는 사람'을 말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과학상자를 만져봤던 사람이라면, 고무동력기를 만든다며 작은 손을 분주히 움직였던 사람이라면, 아니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이 종이접기를 하며 무언가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봤던 사람이라면 우리 모두 '메이커'입니다. 인류가 주먹도끼를 만들던 시절부터 우리 모두가 메이커였다면,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메이커 운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미국 최대 IT 출판사 오라일리의 공동창업자 데일 도허티가 2005년 DIY잡지를 펴내며 만든 말입니다.

 

- 데일 도허티의 2011년 TED 강연 영상

 

메이커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메이커 운동을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통칭'합니다.* 즉, 이제는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닌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또 함께 협력하는 것을 메이커 운동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메이커 운동이 현재에 와서 가능하게 된 것은 제조업에 활용하는 기계의 가격이 낮아져 누구나 제조업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 및 오픈소스 운동이 일어나면서 협력이 쉽게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금까지 상상 속에만 있던 제품들이 메이커들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이제는 취미를 넘어선 산업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며 하드웨어 스타트업 열풍을 이끌고 있습니다.

* 마크 해치. (2014). 메이커 운동 선언. P. 16

 

메이커 운동의 중심인 메이커들. 그들은 학생에서부터 공학자, 과학자, 기술자, 예술가, 스타트업 CEO 등 나이와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 메이커들이 모두 모여 자신들이 만든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자리가 바로 메이커 페어(Maker Faire)입니다. 메이커 페어는 2006년 캘리포니아 베이 에리어(Bay Area)에서 최초로 열렸습니다. 베이 에리어 메이커 페어는 지금도 가장 큰 메이크 페어 중 하나입니다. 

 

 

메이커 페어는 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게 열리고 있습니다. 2016년 1월에서 10월까지만 해도 200개 이상의 메이커 페어가 열렸고, 서울에서도 10월 15, 16일 개최됐습니다.

'왜' 메이커 페어인가?

2016년 6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에서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오늘의 DIY가 내일의 미국 제조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페어가 열린 6월 18일을 '메이커의 날(A National Maker Day)'로 선포하였습니다.

 

- 2014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오바마 대통령은 메이커 페어에서 어떻게 미국 제조업의 미래를 보았을까요? 메이커 페어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고, 어떤 이야기를 하며, 어떤 미래상을 보여줄까요? 저는 그 답을 월드 메이커 페어에서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월드 메이커 페어를 통해 메이커 운동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위치를 짚어봤습니다. 먼저 '메이커 운동의 어제', 메이커들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 메이커 운동이 가능했던 사회적 기반과 모습이 어떠했는지 찾기 위해 메이커 인터뷰에 나섰고 패널 토론 시간에 참석했습니다.

 

'메이커 운동의 오늘'은 메이커 페어의 전시 그 자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메이커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 3D 프린터,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드론 등은 어디까지 발달했는지를 전 세계에서 온 메이커들의 전시 부스를 통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메이커 리더들의 스피치와 패널 토론을 통해 '메이커 운동의 내일',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커 운동을 통해 교육이 달라지고, 산업이 달라지고, 커뮤니티와 도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메이커 운동은 과연 우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보고서를 통해 그 답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2016년 월드 메이커 페어에서는 어떤 일이?

2016년 월드 메이커 페어를 일주일 앞두고 뉴욕 곳곳에선 관련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본 행사 전 열리는 '메이커 주간(Maker Week)' 행사이었습니다. 드론과 웨어러블 및 IoT(Internet of Things)가 가져오는 개인정보 이슈들에 대해 논하는 패널 디스커션이 열리기도 하고, 아두이노,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에 관한 워크샵도 진행됐습니다. 또 메이커들간의 네트워킹 이벤트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만 한 행사 중의 하나는 '메이커 교육 포럼(Make: Education Forum)'*였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 2회째 열리는 이 행사에는 교사, 학생, 교육행정가,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자 등 메이커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메이커 교육에 관한 경험과 시사점을 공유하고, 당면 과제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메이커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점에서, 본 포럼에 참석하여 미국의 메이커 교육의 현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유료보고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PUBLY.

10월 1일 10시 메이커 페어의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입니다. ⓒ이경선

메이커 페어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였습니다. 44 Daughters라는 아티스트팀은 함께 인형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미리 만들어진 몸통에 사람들은 단추와 실을 골라 자신만의 인형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만들었습니다. ⓒ이경선

10월 1, 2일 열리는 본 행사는 크게 전시와 프리젠테이션 및 이벤트로 구성됐고, 크게 5개의 구역(Zone)으로 나뉘어져 이뤄졌습니다.

 

Zone 1

  • 비주얼 갤러리, 뮤직, 웨어러블 등을 중심으로 한 전시

Zone 2

  • 3D 프린터, HAM(아마추어 무선) 관련 장비, 직접 만든 전기차로 레이싱 경기를 하는 파워 레이싱 시리즈(Power Racing Series), 메이커 스페이스 등에 관한 전시와 이벤트

Zone 3

  • 메이커 헬스,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게임, 소프트웨어 등에 관한 전시

Zone 4 

  • 로봇, 영메이커, 드론에 관한 전시

Zone 5 

  • 물리학 버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에 관한 전시

ⓒMake Fair

이밖에 곳곳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메이커와 과학, 메이커와 교육, 메이커에서 마켓으로 등등에 관한 발표가 하루 종일 이어졌습니다.

메이커 페어에 가는 다섯 가지 방법

메이커 페어에 참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메이커로 참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에 전시 혹은 발표 하고 싶은 메이커들은 메이커 페어에서 제공하는 메이커 툴킷(Maker Toolkit)에 따라 메이커로 등록해야 합니다. 등록한 메이커들은 수요일부터 자신들의 부스와 이벤트를, 본행사 하루 전날인 금요일에 진행된 네트워킹 이벤트인 메이커 디너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스폰서로 참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 메이커 페어의 메인 스폰서(Presenting Sponsors)는 미국의 유명 대형 서점인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큰 스폰서(Goldsmith Sponsors)로 구글(Google)과 인텔(Intel)도 참여했습니다. 이 밖에도 수 많은 미디어 기업, IT기업, 제조기업 등이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의 사람들은 '스폰서' 명찰을 달고 메이커 페어에 참여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페어 기간 중 열린 미디어 대상 브리핑에서 데일 도허티는 반즈 앤 노블 같은 서점과의 협업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서점을 일반 대중과 만나기 쉬운 접점 역할로 봤고, 워크샵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반즈 앤 노블은 11월 5, 6일에 미니 메이커 페어를 연다고 합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반즈 앤 노블 매장에서 그 지역의 메이커들이 모여서 작은 전시회를 여는 행사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메이커 페어와 반즈 앤 노블에 관해서는 보고서 중

 

세 번째로는 자원봉사자인 트래블러(Traveler)로 참여 할 수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며, 원한다면 트래블러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트래블러가 되기 위해선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메이커 운동과 메이커 페어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이수해야 합니다. 4시간에서 10시간 사이의 봉사를 하면 메이커 페어 입장권과 티셔츠를 받고 메이커 라운지 입장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트래블러스로 참가한 사람들. ⓒ이경선

네 번째로는 관람객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스터(Booster) 프로그램은 메이커 페어를 좀 더 가까이 체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부스터 패스(Booster Pass)를 구입한 사람들은 본 행사 전날부터 입장하여 메이커와 관계자들이 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사전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메이커 간의 네트워킹 행사인 메이커 디너와 메이커 해피아워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메이커 페어에 미디어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사전에 미디어로 등록을 했고, 카메라 태그를 받아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메이커 페어의 창립자인 데일 도허티와의 미디어 브리핑 및 Q&A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 이제 월드 메이커 페어로 떠날 시간 입니다. '미디어'라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미디어태그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메이커 페어의 다양한 모습을 퍼블리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이경선

[메이커가 세상을 바꾼다-월드 메이커 페어 @뉴욕]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메이커 축제 중 하나, 메이커 운동의 과거와 오늘, 내일이 펼쳐지는 월드 메이커 페어(World Maker Faire) 리포트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