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를 소개합니다 - 퍼블리 김안나 CCO

'경계의 확장, 전략가의 시선 - 2016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프로젝트 오픈을 앞두고, 롤링다이스 제현주 디렉터와 PUBLY 김안나 CCO가 지난 9월 10일부터 서너 차례에 걸쳐 나눈 필담(筆談)을 소개합니다. 각자가 지나온 업의 여정을 통해 왜 프랑크푸르트에 가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얻어올 것인지 살펴보실 수 있을 겁니다.

롤링다이스 제현주 디렉터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퍼블리의 김안나 CCO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PUBLY

 

 

 

본인을 소개하신다면?

 

저는 퍼블리(PUBLY, publy.co)라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좀 풀어서 설명드리자면, 기존 책, 신문, 잡지에서 지향하던 '지적(知的, Intellectual) 콘텐츠를, 디지털 환경에서 상품화시키고, 해당 상품의 구매 니즈가 있는 고객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 3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1. Intelligent vs Intellectual

 

퍼블리에서 집중하고 있는 콘텐츠는 영리하게(Intelligent)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닌 지적(Intellectual) 콘텐츠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Intelligent와 Intellectual의 차이를 한국어로 명료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두 단어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영영사전의 풀이를 가져와봤습니다.

롱맨(Longman)의 정의:
An intelligent person is someone with a quick and clever mind, but an intellectual person is someone who is well-educated and interested in subjects that need long periods of study.

콜린스 코빌드(Collins Cobuild)의 정의:
A person or animal that is intelligent has the ability to think, understand, and learn things quickly and well. Intellectual means involving a person`s ability to think and to understand ideas and information.
 

롱맨의 정의에서는 '지적인 것에 대한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는 부분, 콜린스의 정의에서는 Intelligent를 사람 외 동물에게도 적용한 것과 달리 Intellectual을 '사람의 능력'으로 제한시킨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두 사전의 정의를 연결시켜 도출한 '지적인 콘텐츠'에 대한 제 나름의 정의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콘텐츠입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요. 한국어로 된 지적 콘텐츠가 충분히 생산되고, 이러한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퍼블리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커버 사진으로 쓰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원없이 읽고 싶은 글만 읽으면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J.P.Morgan

2. 콘텐츠를 상품으로

 

퍼블리에서 일하기 전에는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콘텐츠 팀을 세팅하고, PR과 HR을 함께 담당했습니다. 전 직원이 3명뿐 일 때 입사해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농담 삼아 코딩과 디자인을 제외한 나머지 일은 다 해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주로 담당했던 일은 출판사와의 협업, 그리고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고요.

 

리디북스에서 일하기 전에는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는데, MBA 준비를 하던 중에 리디북스를 막 런칭한 배기식 대표를 소개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력서 밖으로 탈출할 생각이 없냐'는 말에 넘어가 일을 시작했고요. (웃음) 아마 그분은 기억도 못하실 테지만 저는 또렷이 기억이 나네요.

 

여하튼 이력서 밖으로 뛰쳐나오긴 했는데, 당시의 리디북스는 출판계와 연결고리가 거의 없던 상황이었어요.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자 출판사와 협업하고, 그렇게 만든 상품을 가지고 내부 팀원들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팔릴만하게 만들지' 고민했습니다.

2011년 리디북스에서 첫 출판사 간담회를 진행할 때 사용했던 자료 중 일부입니다. 당시는 정말 귀했던 나름의 성공 사례인 '7년의 밤' 관련 이야기를 출판사분들께 들렸는데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무료 체험본' 마저 출판사를 설득하기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담당 편집자분께서 이 발표를 직접 진행해주셨는데, 출간 이후 함께 매일 밤 무료 체험본 다운로드 추이를 보면서 잠도 안자고 신났었던 기억이 납니다.

10번 삽질하면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성공 사례를 들고 외부 관계자들에게 세일즈 하는 일을 처음 1년간은 거의 저 혼자 맡았습니다. 덕분에 콘텐츠업을 정석으로 익히진 못했지만, 맨땅에 헤딩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상품으로 만드는 감각'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저를 지적인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씀드렸지만, 저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보다는 상품화시킬 수 있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박소령 대표와 함께 퍼블리(PUBLY)를 창업하게 되었고요.

 

 

3. 고객과 독자 사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퍼블리로 넘어가는데요. 현재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하려면 먼저 퍼블리를 좀 더 잘 이해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퍼블리는 디지털을 활용하여,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지적 콘텐츠 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돈이 되는' 시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뿐인데요. 10년 전에는 게임뿐이었고 최근 5년 사이 웹툰, 웹소설 등의 영역으로 B2C 시장이 확장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돈 되는 시장은 여전히 엔터테인먼트라는 범주 안에 있습니다.

 

퍼블리는 지적 자극이 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콘텐츠 유통 방식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지적인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 영상: 퍼블리에서 2016년 6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프로젝트의 오프라인 행사들을 짤막하게 정리해봤습니다.

 

그 첫 번째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 모델을 실험하고 있어요. 지난 1년 간 20여 개의 콘텐츠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퍼블리 사이트 런칭 이전에 진행한 1개의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모든 프로젝트를 D2C(Direct to Customer) 방식으로 퍼블리 사이트에서 제작 /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누적 펀딩 금액이 약 1억 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지만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가 문제겠지요.

 

외부 플랫폼이 아닌, 퍼블리 사이트에서 처음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딱 1년 전에 진행했던 '2015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프로젝트입니다. 만들어진 콘텐츠를 상품화시키는 일을 주로 했던 저에게는 처음으로 제가 직접 편집한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정답보다는 고민이 더 많습니다.

 

제가 요즘 하는 몇 가지 큰 고민 중 하나가 '고객과 독자' 사이에서 어느 쪽을 좀 더 상상하며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을 퍼블리의 핵심 고객으로 정의해야 하는지입니다.

 

이런 고민을 주로 하고 있는 이유는 제 명함 뒤에 '독자 중심'이라는 네 글자가 적혀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신 분들과는 기회가 되면 제 고민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간다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가요?

 

앞선 질문에 너무 길게 답을 한 것 같아 이번엔 짧게 말하겠습니다. 제게는 이 프로젝트가 여러모로 중요합니다. 곧 저희 서비스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있고요. 지난 1년 간 '가설'이라 묻어뒀던 생각을 좀 더 뾰족하게 다듬어 정리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저자는 아니지만, 제현주 디렉터의 디스커션 파트너이자 이 프로젝트의 에디터로서 북페어에 가는 만큼, 눈에 띄는 좋은 것들은 모두 보고 듣고 돌아와서 좋은 콘텐츠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보고 오실 생각이신가요?

 

현재 공개된 이벤트/세션 중 비즈니스 클럽 티켓 소지자만 들을 수 있는 유료 행사의 경우, 듣지 않을 행사를 고르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퀄리티가 괜찮아 보입니다.

 

특정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면, 저는 아무래도 전통적인 출판에서 약간 비껴간 새로운 시장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세션을 듣고 부스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이전에 리디북스라는 유통사에 있는 동안, 출판사를 설득하고 협업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늘 경계에 서있는 기분이었어요.

생산과 유통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

퍼블리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결합된 모델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만드는 사람으로 또는 파는 사람으로 정의하게 됩니다. 즉,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무엇이 가장 새로운 시도인지 몹시 궁금합니다.

 

덧붙여 지금은 스타트업의 대표로 생존과 성장을 목표로 일하고 있다 보니 거대한 트렌드보다는, 사례나 결과에 더 관심이 더 갑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해결하는데 힌트를 준다면 뭐라도 듣고 싶습니다.

 

올해 프로그램 리스트에는 작년에 없던 'New Comers on Stage'라는 이름의 이벤트가 새로 생겼습니다. 이 판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하게 겁도 없이 이 판에 들어와서 뭐라도 해보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손도 한번 잡아주고 싶네요. (웃음)

2015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던 글. 이때 쓰려고 했던 '땡큐레터와 후기'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작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올해는 제대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지난 9월 1일에 제현주 디렉터에게 저자 제안을 드렸는데요. 사심과 일이 뒤섞인 메일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습니다.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냥 좋겠습니다.

디렉터님도 저도 기대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경계의 확장, 전략가의 시선-2016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출판 컨텐츠 시장의 경계선은 어디까지 확장되고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롤링다이스 제현주 디렉터와 PUBLY 김안나 CCO가 프랑크푸르트로 갑니다.
얼리버드 프로모션은 10/5(수)에 마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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