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호황기에 쌓아둔 투자여력을 과용했다

본 글은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우 연구원이 지난 2014년 11월에 작성한 산업 전망 보고서 중 조선 부문의 주요 내용을 간추린 글입니다.

* 보고서 전문 보기: '2015년 연간 전망: 조선 -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

 

한국 조선업체의 이익률 회복은 과연 가능할까?

 

한국 조선업에 부여된 지난 9년간의 호황기(2004~2012)를 둘로 나눠보면, 글로벌 경기 호황에 따른 발주증가기 (2005~2008)와 리만쇼크 이후 실적호조기(2009~2012)로 구분된다. 이 중 후반기인 실적 호조기의 한국 조선업은 절실히 이후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모두가 내놓은 전략은 수익성을 즉시 담보할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특히 풍력)였다. 누구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언급할 정도로 당시 유행이던 분야에 간단히 참여 결정을 내린 것은, 향후 사업 유지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투영된 결과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당시 엄청난 이익이 확보되고 있었던 만큼, 즉흥적인 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모처럼의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시기에 한국 조선업체는 각각 50% 이상의 주가 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실적을 담보로 한 것이 아닌 발주 증가만으로 이뤄진 결과였다. 2014년 분기 실적에서 모두 확인한 것처럼, 대규모의 공사손실 충당금* 적립으로 끝났다.

 

주가 역시, 타 업종과 대비해봐도 대폭락으로 연결되었을 뿐이다. 뚜렷한 캐시카우(Cash Cow)가 될 수 있는 영역을 보유하지 못한 조선업체가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을 펼치기 힘들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제는 과거 쌓아뒀던 성장 여력을 대부분 소진해버렸다.
​* 충당금(充當金); 차기 이후 지출할 것이 확실한 특정비용에 대비하여 미리 각 기간의 대차대조표 부채항목에 계상하는 금액을 말한다. 유동부채, 고정부채와 함께 부채항목의 하나다. - PUBLY

일본 조선업체의 사업구조가 시사하는 점

흔히 한국 조선업의 미래를 일본 대형 조선업체(종합중공업)에서 찾고자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일본 대형 조선업체는 유압기계, 정밀부품, 자동화 등 콤포넌트 기반의 기계업체(미츠비시중공업, IHI)이거나, 소비재 중심의 강한 경쟁력을 확보한 기계업체(가와사키중공업)가 하나의 사업부로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 조선업도 리만쇼크 이후 일본 조선업과 같이 콤포넌트 기반의 기계업을 확보했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기존 조선/해양설비 증설과 같은 무난한 답안지를 내놨던 것이다.

저가수주 → 수익성 악화,
선별(選別)수주 → 수주잔고 부족,
다시 저가수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

현 수준의 생산능력 유지시 설비과잉 문제 발생 / 자료: Clarksons, 유진투자증권 (주: 조선소의 위치 기준이 아닌 업체기준으로 합산한 수치임)

이는 IMF 이전 일본 조선업체와 같이 사업다각화를 진행했으나 수익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콤포넌트 기반이 아닌 굴삭기, 주차설비와 같은 세트베이스로 주로 사업을 전개했던 것도 주된 이유다.

엔화 약세와 함께 계속 우상향 중인 실질 영업이익률(OPM) / 자료: 각 사, 유진투자증권

이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일본 중소형 조선업체인 NAMURA(7014.JT), SANOYAS(7022.JT), NAIKAI(7018.JT)등이다. 이 회사들의 이익률에 주목해야 한다. 일반 상선은 높은 이익을 기록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들 업체의 표준선 사업 전개가 불황기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업 전개가 가능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조선업의 몰락을 표준선 확대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인건비 상승, 인력의 노령화, 그리고 조선설비 특성(소형도크를 다수 확보. 지진대비 목적)을 감안했을 때, 일본 조선업체는 그들 나름의 방법을 전개해나갔으며, 그 결과 일본 선박의 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 조선업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 조선업은 그동안 주문생산에 익숙한 나머지 표준선 기반 영업 경험이 없어, 직접 일본식의 영업전략을 채택하기 어렵다. 그리고 도크 등 생산설비도 일본과 대비해보면 너무 대형화되어있다. 또한, 한국은 어느덧 일본 업체와 평균임금 비교 시(달러표시 기준)에도 매력이 없다.

한국 조선업체 연봉이 대형의 경우6.8%(좌), 소형의 경우 24.5% 높다 / 자료: 각 사, 유진투자증권 (주: 일본과 한국 조선업체의 연간평균임금을 해당연도 평균환율로 환산)

조선업종에 대해 투자 '비중축소(Underweight)'를 제시한다

최근의 엔화 약세는 비조선부문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조선/비조선 그 어느 분야도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이 문제는 단기간 선별수주를 통해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이제까지 핑계처럼 언급했던 중국 등 기타 국가의 설비 증설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생산설비의 과잉이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 수준의 매출을 유지할 만큼의 발주가 가능하냐는 것이 향후 고민 / 자료: Clarksons, 유진투자증권 추정 (주: 당사는 한국 조선업 상선시장 점유율을 25% 유지로 가정)

투자 의견: 비중축소(Underweight)
조선업 투자시기,
1) 설비 축소, 2) 선박 패러다임 변화 시점까지 미뤄둬야 할 것

 

물론, 투자의견 변동 가능성은 있다. 조선업의 업종 흐름을 크게 바꿔왔던 선박 관련 기술/환경규정 변화 가능성이다.

 

과거와 같이 환경이슈(밸러스트 수처리 탱크, NOx, SOx 등)가 아니라, 실질적인 해운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해줄 것으로 전망되는 연료의 변화다. 벙커C유에서 LNG(액화천연가스)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국내 조선업체에 수주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하락은 해양플랜트뿐 아니라, 언급했던 연료 변화의 가능성 역시 지연시킬 것으로 판단한다.

 

당사는 조선업종에 대해 국내 대형 조선업체 3곳의 설비 축소가 있기 전까지는 조선업종의 투자매력은 극히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며, 투자의견으로 비중축소(Underweight)를 제시한다. 본 투자의견은 당분간 변화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국내 조선업종의 투자의견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선업종 Top Picks는 제시하지 않는다.

 

2014년 말, 조선업종의 애널리스트로서 해당 업종에 대한 투자는 이제 의미가 없다고 소신 있게 밝힌 이상우 님의 보고서는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난 현재,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국가 차원에서 '취약업종 구조조정 추진'이 진행 중입니다.

이상우 님은 'Big Picture: 한국 조선업 40년 역사로 읽는 글로벌 경제'의 공동 저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Big Picture: 한국 조선업 40년 역사로 읽는 글로벌 경제]
10년차 주식펀드매니저 강대권님과 대우조선해양 출신의 애널리스트 이상우님이 한국 조선업과 거시경제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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