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nness World Records

세계 최고의 기록들을 모은 '기네스북'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네스북이 양조회사 기네스에서 시작된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기네스북은 기네스가 새의 이동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으며, 세계 최고의 기록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기네스 월드 레코드(Guinness world records)로 불리며 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들의 세계 최고 혹은 최초의 시도들을 담아내고 있다. 현재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대한 판권은 짐패티슨그룹으로 넘어갔다.

칸 국제광고제 첫째 날 기네스 월드 레코드 세션이 열렸다. "Be a legend in your own lunch hour(점심시간에 레전드가 되어라)"라는 주제로! 세션 이름만 보아도 너무나 후킹했다.

Session: Be a legend in your own lunch hour
Hosted by Guiness World Records
Speakers: Samantha Fay - SVP, Global Brand Strategy - Guinness World Records

기네스는 'Be a legend in your own lunch hour' 세션에서 기네스에 등록된 브랜드 사례들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발표는 기네스의 마케팅 전략 담당자, Samantha Fay가 맡았다. 기네스가 분석한 그들의 공통점은 Imagination, Differentiation, Dedication, Validation, Amplification이었다. 단어들을 문맥에 맞게 번역하여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Imagination : (브랜드가 꿈꾸는) 상상력
  • Differentiation :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
  • Dedication : (도전에 대한) 자신의 노력
  • Validation : (기네스가) 무언가를 공식 인정
  • Amplification : (결과물에 대한) 확산, 바이럴, 홍보

Samantha Fay는 성경과 코란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기네스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책들 중 하나라고도 했다. 기네스북 유튜브에서는 매주 100만 뷰 이상이 시청되고 있으며, 매월 1,000개의 새로운 기록들이 등록되고 있다. 물론 등록에 실패한 도전들 역시 무수히 많다.

 

등록이 거절되는 사례들은 대표적으로 1. 표준화 할 수 없거나  2. 계량화가 안되거나 3. 도전이 너무나도 구체적일 경우라고 한다. 더불어 기네스 레코드는 민감한 이슈일 경우, 기록을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탁구 랠리를 하는 것에 대해 '아빠와 아들'이 기록에 도전한 적이 있는데 탁구 중 재미를 위해 이구아나를 목에 두르면서 '동물 학대' 이슈가 생겨 기록이 거절된 적도 있다고 한다.

 

Samantha Fay는 기네스 마케팅 전략부서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들의 사례와 기록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브랜드에 적용시키기 위한 기준을 말해주었다.

be a legend in your own lunch hour ⓒ 남기용

Imagination: 브랜드가 꿈꾸는 상상력

모든 브랜드들은 소비자 마음 속에 하나의 명확한 단어로 기억되길 원한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행복', 레드불은 '도전'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소비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싶어한다. 그게 가장 잘 드러난 것이 기업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이 강연에서는 Imagination의 사례로 재규어와 현대자동차를 들었다. 먼저 재규어는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사의 자동차로 360도를 도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재규어 자동차의 '스포티함'뿐 아니라 자사 엔진의 우수성도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Imagination 재규어의 사례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어릴 적 작은 장난감 자동차로 트랙을 설치하고 자동차가 중력을 거스르며 360도를 도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재규어는 이런 Hot wheels에서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어른이 되어서 누군가가 진짜 자동차로 운전한다면 어떨까? 어린아이들만 할 수 있고, 어른들은 '상상만 할 수 있었던' 상황을 재규어는 실현시켰다.

Hot wheels ⓒ Hot wheels

또 다른 사례로는 현대자동차의 A Message to Space 캠페인을 들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우주에 사는 아버지를 위해 딸의 메시지를 11대의 현대 제네시스로 모하비 사막에 적었다. 우주에서도 볼 수 있도록 큰 글자로 말이다.

 

 

이 작품 또한 '누가 메시지를 땅에 그려서 우주에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만리장성은 우주에서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어릴 적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글을 볼 수 있으려면 얼마나 큰 스케치북에 글을 써야할까? 이러한 상상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경험, 즉 사막에서 11대의 제네시스가 8.5Km를 달리며 메시지를 작성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강렬하다.

 

이 광고들은 모두 기네스북에 등록되었고, 영상으로 만들어진 광고는 대중들에게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어릴 적 꿈꾸었던 무언가를 어른이 되어 브랜드로서 실행한 것. 이 모든 것은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

Differentiation: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

당신의 브랜드는 경쟁사와 비교하여 어떠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은 글을 읽는 당신이 브랜드 매니저가 아니더라도 생각해볼만한 것이다. 우리 대행사는 다른 대행사와 비교하여 어떠한 차별점과 강점이 있는가? 나의 개인 브랜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어떠한 차별점과 강점을 가지고 있는가?

 

앞서 언급했듯 기네스북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표준화' 할 수 있어야 하고 '계량화' 할 수 있어야 하며 '너무 지엽적(구체적)'이어서는 안 된다. 세션에서는 이러한 기준들이 브랜드들이 기네스북에 도전할 때는 더욱 명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 '겸손한 마케팅*'으로 이슈가 된 LG전자의 경우 'LG가 드디어 일을 한다'라는 말을 들으며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이 세션에서 Differentiation의 예시로 든 브랜드도 'LG의 센텀 시스템 세탁기'였다. LG는 광고에서 세탁기 위에서 카드 쌓기를 선보였다.  

 

* LG 전자의 겸손한 마케팅 : 자사의 제품이 좋은 기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홍보하지 않거나, 실제 기능보다 낮추어 홍보하여 붙여진 마케팅 유행어

 

세탁기가 있는 USP 무엇이 있을까?

 

세탁력, 저전력 등 많은 USP(User Selling Proposition)가 있겠지만 LG전자의 경우에는 '저진동(흔들리지 않는)'이란 USP를 선택하였고, 이를 브라이언이라는 아티스트와 세탁기 위에 '카드 쌓기'라는 도전을 통해 어필하였다. 제작에 참여한 브라이언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로컬 프로모션이 너무나도 잘 되어 '글로벌 프로모션'으로 바뀌는 계기가 된 성공적인 캠페인이다.

Dedication: 도전에 대한 자신의 노력

무언가를 세계에서 '최고로' 잘 한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따른다. 특별할 것이 없는 교과서적인 말이다. 하지만 기네스는 노력(Dedication)을 조금 색다르게 소개했다. 이미 외발 자전거 타기로 세계 신기록을 가지고 있던 Lutz Eichholz가 강연장에 외발자전거를 가지고 나와 1분 동안 외발자전거로 180도 돌기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기록하는 과정으로 말이다.

be a legend in your own lunch hour ⓒ 남기용

기록 측정을 위해 실제 2명의 기네스 레코드 심사위원이 나와 시간과 횟수를 측정했는데, 심사위원의 진지한 태도 때문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1분에 외발자전거로 180도 돌기' 기네스 기록 도전은 이전 기록을 뛰어넘으며 성공했다. (기존 기네스 레코드는 1분에 24번, Lutz Eichholz는 이번에 26번을 기록하였다.) 

 

세션을 들으면서 세계 신기록의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감명 깊기도 했고, '에이 그래도 강연장인데 대충하겠지'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심사위원부터 도전자까지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것을 보고 기네스의 프로페셔널함에 대해서 느끼기도 했다.

Validation: 기네스가 무언가를 공식 인정

기네스에 기록되기 위해서 기네스가 다음으로 밝힌 기준은 바로 Validation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광고를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라는 말처럼, 브랜드가 세계 최고, 세계 최초의 무언가를 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면 대중들에게도 인정받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당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을 선언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기네스는 대놓고 위와 같이 말하며, 60년간 이러한 일들을 효율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우리와 같이 일하자고 덧붙였다. 그리고 기네스와 오랜 협업 관계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 중 '파나소닉'의 예를 들었다.

 

파나소닉은 지난 8년간 기네스 레코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매 프로젝트마다 기네스 레코드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 중 하나로서 '배터리 하나로 기차 종주시키기'도 기록되었으며,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포장에 기네스 마크와 함께 기네스 레코드 공식 인증서도 붙였다고 한다.

 

당신이 만약 배터리를 사게 된다면 '기네스에서 인정한' 배터리를 사겠는가? 아니면 그냥 그저 그런 배터리를 사겠는가?

Amplification: 결과물을 확산, 바이럴, 홍보

브랜드가 기네스 기록을 가지기 위한 마지막 기준으로는 Amplification을 들었다.  바이럴은 이 시대의 브랜드라면 무엇이든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앞서 말한 Validation이 기네스가 인정해주는 것이라면 Amplification은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이기에, 브랜드에게는 더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에 대해서 기네스는 '인텔'의 사례를 들며, '콘텐츠를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드론업체를 인수하기도 한 인텔은, 드론에 들어가는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인텔은 100대의 드론을 오케스트라와 접목하여 반응형 라이트를 통한 생동감 있는 공연을 펼쳤다.  

 

 

그래서 Amplification과 인텔의 사례가 어떠한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원래 이 도전은 단순히 인텔의 개발자들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드론 100대를 띄워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냥 하는게 아니라 '예술적으로 승화시켜보자',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띄워볼까?', '불빛도 추가하면 멋있을것 같아!' 라며 발전된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드론을 100대 띄워서 찍은 영상이었다면 이 영상처럼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텔은 드론 100대를 예술로 승화시켜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만들었다. 인텔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생각한 것은 단 하나라고 한다.

사람들이 보고 싶게끔, 재미있게 만드는 것

물건을 운반하고, 약을 가져다주는 등 드론의 실용적인 측면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드론을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텔은 대중들에게 드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너, 전설이 돼라

기네스가 밝힌 '브랜드가 기네스에 등재되기 위한 기준'에 대해 다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남들과 다른 상상력 발휘하라.
그리고 세계 최고에 걸맞게 노력하라.
그런 다음 당신이 최고라 인정받고,
이를 널리 널리 알려라.

우리들은 맛집을 찾을 때 전단지 광고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더 신뢰하며, 성형외과를 검색할 때에도 소비자들이 직접 올린 후기를 찾거나 지인 소개를 더욱 신뢰한다. 단순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이미 신뢰를 잃었고, 누군가가 인정해야 비로소 믿고 보는 시대가 되었다.

be a legend in your own lunch hour ⓒ 남기용

제네시스가 우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재규어가 360도 회전하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 LG전자가 카드를 높이 쌓는 것이 브랜드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물론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브랜드와 제품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록을 위한 기록이 아닌, 제품과의 연결 고리가 충분히 있다면 브랜드는 이러한 퍼포먼스를 통해 자사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으며, 단지 광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높일 수 있다. 바야흐로 광고인 =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제품이 좋다'라고 광고하는 시대는 끝났다. 기네스처럼 공신력 있는 곳에서 '최고'라고 인정해야 비로소 믿고 보는 시대가 되었고, 지금은 그런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브랜드가 있다. 커피 한 잔을 고를 때도 수많은 커피 전문점과 캔커피 브랜드들이 떠오르고, 컴퓨터를 구매할 때도 성능별, 가격별, 디자인별 고려할 수 있는 브랜드들이 너무 많다.

 

광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기능적인 장점을 내세우는 광고는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브랜드가 '최고'임을 인정해주는 기네스에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전설'이 되기 위한 브랜드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Cannes Lion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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