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인터뷰 2화

인터뷰: 정한빈 (피아니스트), 이인한 (뮤직컨시어지 대표)
진행 및 편집: PUBLY 박소령, 손현
일시: 2016년 7월 5일 (화)
장소: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 2층

2화 오디오 인터뷰 시간은 19분입니다. 아래 재생버튼을 눌러주세요. 
삽입곡: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Op.75 중 3번 '달빛' / 연주: 정한빈(피아노)

 

아래는 오디오 인터뷰 중 일부 내용을 정리한 요약본입니다. 

아무도 네가 무대에서 망신을 당하길 원하지 않는다

Q. (콩쿠르 무대에서의) 마음 가짐은 어떻게 하나요, 떨리지 않나요?

"당연히 떨리죠. 그런데 콩쿠르 무대에서 내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의식하다 보면 음악에 집중할 수 없을뿐더러, 의식한다고 해서 제 연주가 바뀌지 않아요. 그리고 그 평가가 달라지지도 않아요.

 

(경연) 결과는 어차피 제 손안에 있지 않아요. 그냥 '내 음악을 선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아요. 연주회에 나가듯이 말이죠."

 

콩쿠르 VS 연주회

 

"오히려 연주회 때의 마음가짐은 달라요.

 

연주회 역시 평가받는 자리일 수 있지만 콩쿠르처럼 점수화가 되지는 않거든요. 상대적으로는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나태할 수 있어요. 그건 막아야 돼요.

 

콩쿠르에 임하던 정신력으로 연주 준비를 하면, 그 연주는 무대에서 더욱 빛이 나겠죠. 그래서 저는 (콩쿠르와 연주회를) 반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아니스트 정한빈은 콩쿠르와 연주회를 대하는 마음 가짐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했다. 단지 '자신의 음악을 관객에게 선보인다'는 마음 하나를 다스릴 뿐이라고 답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정말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면 수도 없이 많은 연습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0명의 관객 VS 50명의 관객

Q. 예전에 2,000명의 관객 앞에서 독주회를 앞두고 떨린다고 쓴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가령 박태환 수영 선수의 경우 올림픽 무대 전에 음악을 들으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잖아요.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손에 땀이 나거나 그러진 않나요?

"네, 당시 스위스 인터라켄에 있었어요. 사실 2,000명의 관객을 모시고 독주회를 연다는 것은 규모가 어마어마하죠.

* 참고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 2,523석, LG아트센터는 1,100석 규모다. (출처: 각 공연장 홈페이지)- PUBLY

 

그런데 저는 2,000명이 모인 홀이 50명이 모인 홀보다 편해요. 50명이 모인 자리는 공간이 그만큼 아늑하다는 의미잖아요. 피아니스트의 손 모양과 숨결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이 돼요. 저는 그게 더 떨리더라고요. 큰 홀이 좀 더 편해요."

 

이 말을 듣던 박소령 대표가 웃으며 정한빈에게 물었다.
이번 살롱 콘서트는 50석인데 어떡하죠?

오는 9월 9일 금요일, 피아니스트 정한빈의 살롱 콘서트가 열립니다. 이미 숙련된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그는 과연 우리에게 떨리는 모습을 보여줄까요?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 클릭.

Q. 연주 중에 돌발사태가 있었나요? 가령 순간적으로 악보를 까먹는 경우라든지.

"저는 연주 중에 악보를 까먹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갑자기 손이 좀 삐끗한다거나 그런 경우는 계속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왜냐하면 그 이후 그다음 패시지(Passage)*부터 마음을 잡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연륜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학생들의 경우 무대 위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을 때 그 이후부터 어쩔 줄을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 패시지(Passage): 경과구, 즉 중요 악상들 사이에 나타나 기교적이고 빠른 움직임으로 연결하는 부분을 말한다. - PUBLY

 

이인한 대표가 말을 덧붙였다. 무대 위에서의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피아노를 전공하는 어린 학생이 비슷한 질문을 던졌고, 정한빈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심사위원이든 관객이든
아무도 네가 이 무대 위에서
망신을 당하길 원하지 않는다.

실수를 잘 넘기고
연주를 잘 마치기를
모두가 응원한다.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연주자조차 동료 연주자의 실수에 대해 공감을 하지, 놀리거나 비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소한 실수를 가지고 음악 전부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 대답은 피아니스트가 아닌 평범한 우리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크다. 누구나 각자의 무대에서 한 번쯤 실수할 수 있다. 실수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연주가 더 편안하게 나오듯, 삶을 살아가는데도 이런 마음 가짐으로 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는 경쟁

 Q. 이미 선천적 재능으로 순위가 정해진 집단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했나요?

"사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의 경우, 국제 콩쿠르 또는 권위 있는 국내 콩쿠르에 도전하는 것이 일상이에요. 한 해에도 몇 명씩 도전하고, 매년 엄청난 성과를 거둬요.

 

자부심이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까, 끊임없이 쉬지 않고, 뭔가를 진취적으로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의 엄청난 치열함은 견디기 힘들었어요."

Q. 1등이었는데도요?

"같은 학년끼리의 1, 2등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여기서는 위아래로 선, 후배끼리의 경쟁이에요.

 

학생 때는 성적으로만 비교한다면, 이제는 각자의 연주 색깔에 따른 문제거든요. 본격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느냐, 자신이 살아가는 생계 수단에 대한 경쟁이거든요. 마케팅, 팬 확보 등의 문제도 있고요."

 

오랜동안 정한빈을 관찰해온 이인한 대표가 설명을 이었다. 연주자가 아닌 입장에서 봤을 때 (한예종 음악원 출신 연주자의 경우) 유난히 동기애가 돈독하다고 했다. 모두가 선의의 경쟁자이긴 하지만 경연, 연주 색깔 등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이 동기들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경쟁하는 것 이상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한다.

 

"맞아요. 예전에 제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그동안 힘들었는데 이제 좀 쉬면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다음 날 바로 다른 친구가 다른 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 내가 지금 쉴 때가 아니지!

 

이런 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4년이 훅 지나가요. (웃음)"

 

오디오 인터뷰 3화로 이어집니다.

 

[피아니스트 정한빈이 말하는 예술과 인생]
PUBLY에서 피아니스트 정한빈의 음악과 음악 인생을 콘텐츠로 만듭니다.
성수동 레필로소피에서 오는 9월 9일(금)과 10일(토), 살롱 콘서트와 마스터 클래스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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