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곤충 시대의 도래?

이번 Food Loves Tech 전시회에서 개인적으로 뜻밖이었던 것은 여기저기 눈에 띄는 귀뚜라미 시식 코너였다.

 

- 귀뚜라미 단백질바 회사인 EXO

Food Loves Tech 단백질바 EXO 시식코너 ⓒ정수진

-집에서 귀뚜라미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공급하는 비영리단체인 Home Grown Cricket Farm

Food Loves Tech에서 Home grown Cricket Farm가 제공한 오븐에 구운 시식용 귀뚜라미 ⓒ 정수진

-Bolognese 파스타 소스에 고기 대신 귀뚜라미를 넣어 만들어 파는 c-Fu Food의 브랜드, One Hop Kitchen

Food Loves Tech에서 One Hop Kitchen가 제공한 볼로네즈 파스타 소스 ⓒ정수진

한국에서도 먹기는 하는 음식이고, 동남아나 중국에서는 흔히 보는 음식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이들이 이정도로 귀뚜라미에 열광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이들은 모두 식용 곤충을 다음세대에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한 강력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80년 대 미국에 스시가 처음 들어왔을때 사람들이 '날 생선을 어떻게 먹느냐' 라며 기피하던 때를 상기해보세요."

전시회 이후 찾기 시작하니 이들 말고도 식용곤충(Entomophagy)에 관한 자료는 수없이 많았고, 공급처도 다양했으며, NAEIC (North American Edible Insects Coalition)이란 거래 협회도 올해 발족했다. Eating Insects Detroit라는 컨퍼런스도 있었고, The Edible Insect Market Place와 같이 식용곤충에 관한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있었다.

판매용 초콜릿 식용곤충 제품들 ⓒThe Edible Insect Market

전시회에 참가한 EXO 외에 귀뚜라미 단백질바를 만드는 회사인 Chapul, 식용 곤충소비를 홍보하고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는 Bugible 등의 설명을 정리해보면, 이들이 귀뚜라미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러하다(각각 데이터는 조금씩 다르지만, 메시지는 대동소이하다).

  • 닭, 돼지, 소 등 유기농 고기와 같이 9개의 필수 아미노산 보유
  • 시금치보다 철분 함유가 15%  많고(2.2배라고 하는 곳도 있음), 쇠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두 배에서 여섯 배까지 높으며, 연어와 같은 양의 비타민 B12 보유
  • 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은 높지만 지방 함량은 낮음
  •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 소를 키우는 것의 8%의 물과 사료만 필요
  • 축산이 전세계 온실가스 생성의 18%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 귀뚜라미의 경우 축산의 1%만큼의 온실가스가 발생
  • 가축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단기간에 번식, 키우기 용이, 훨씬 작은 공간에서 훨씬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식량을 생산 가능
  • 전세계 인구의 80%는 이미 곤충을 먹고살며 이상할 것이 없음

아직 이곳 미국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타당성을 바탕으로 공급이 늘고 마케팅 투자가 이루어 진다면 솔직히 맛은 괜찮으니 조만간에 내 장바구니에도 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한다.

살생 없는 고기

전시회에서 만난 또 다른 대체 단백질에 관한 토론은, 고기를 동물에 의지하지 말고 세포를 배양해서 만들어 먹자는 움직임이었다. 세포배양축산(Cellular Agriculture)에 특화해서 연구와 투자의 촉매 역할을 하고자 설립된 New Harvest라는 단체를 만났다. 전시회 후 전화로 나눈 이야기까지 전해드리고자 한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처음 만들었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 인류는 달나라에 가고 있다.

우리(New Harvest)는 다음 농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New Harvest는 세포배양축산의 보급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다. 2003년 홍콩의 SARS를 경험한 Jason Matheny이 축산 이외의 방법으로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설립했다고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는 학계와 정부, 투자자들을 연결하여 가치있는 연구에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휘자와 같이 연구프로젝트를 지원관리하는 일을 한다. 세포배양축산 연구는 주로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과 호주 등 10군데에서 이뤄지고있으며, 현재는 인공 우유∙계란∙고기∙젤라틴∙커피 등에 대한 연구를 지원관리 하고 있다.

 

세포배양으로 만든 고기는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보도되기도 하였다. New Harvest가 투자관리하고 있고 그 연구를 이끄는 Mark Post 박사의 2013년 TED 비디오가 있어서 소개한다. 강연 중 그는 '언젠가는 인터넷으로 고기를 배양할 수 있는 티슈를 주문해서 집에서 고기를 길러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9월에는 세포 배양에 필요한 Cell-line 공급을 위해 네덜란드에 실험실을 New Harvest 자체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서의 연구 결과는 세포배양 기술의 보다 빠른 보급을 위해서, 누구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연구 결과를 이용할 수 있는, IP-free 라고 한다.

New Harvest는 대체 단백질이
기존 축산업이 야기한 온실가스 대량 배출 문제를 줄이며
농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는 대체 단백질이 필요한 이유도, 식용곤충이 필요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드는 생각인 잔인하게 가축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보다는, 환경보존을 위한 이유가 더 컸다.

 

2011년 Oxford 대학에서 New Harvest의 지원을 받은 연구팀은 세포배양된 고기(Cultured meat)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Environmental Impacts of Cultured Meat Production)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지금의 축산업이 27개 유럽연합(EU)에서 세포배양 고기로 대체될 경우, 78-98%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99% 토지 사용감소, 그리고 45%의 에너지 소비 절약이 가능하다고 말한다(이 논문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산업을 지나친 비약된 가정으로 도출된 연구 결과라고 비판 받기도 했다고 한다).

 

2015년에 600억 마리의 가축(이 중 560억 마리는 닭)이 길러졌으며, 축산은 우리가 사용하는 물의 30%를 소비하고, 전체 온실가스의 18%를 배출한다. 이는 전체 교통수단이 13%의 온실가스(자동차가 3%)를 배출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주장한다.

"가축을 키우는 것은 석탄이고
세포배양 축산은 전기차 테슬라(Tesla)와 같다"

전세계 기후변화를 이야기 하면서 이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의 긴급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우리가 배양된 고기를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시점이 이 산업 발달을 1-9 잣대에서 놓고 볼 때 9라고 한다면, 현재상황은 1-4 단계 정도이고 아직은 엄청난 연구를 필요로 하며, 그 연구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 하지만 지금은 매우 실험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제대로 자금 조달을 하고있지 못하는 실험실들이 많고, 그래서 자신들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투자 환경은 긍정적인 편이고 기술자들은 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을 해야겠다는 학계의 움직임이 의외로 아직 흔치 않다고 한다. Cultured meat(배양고기)는 아직 투자 가능한 단계는 아니며 70년 대의 인터넷처럼 이것저것 필요한 요소들이 여기저기서 키워지고 있는 정도이다. 이들은 엄청나게 싼 기존의 축산 고기와 경쟁해야하며, 이익을 내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고 했다.

 

정부규제 면에서는 아직은 세포 배양 축산에 대해서는 정해진 법률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할 일이 많은 분야라고 했다. 지금은 각 제품에서 기존에 적용된 법들을 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Food Loves Tech 전시회에 나오기도 한 New Harvest에 투자한 Gelzen은 발효기술을 쓰는데 이는 그나마 많이 발전이 되어 있어서 상품화에 많이 근접한 경우라고 했다. 실제로 Glezen은 거의 식물성 젤라틴 수준으로 가격을 맞출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식물성 젤라틴은 동물성에 비해 5-6배 정도 비싸다. Gelzen은 바이오 벤쳐를 인큐베이팅하는 Indie Bio의 투자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Mark Post Lab에서 최초로 만든 100% 세포배양고기햄버거 ⓒNew Harvest

세포배양 육류로 만든
스테이크, 햄버거 패티의 대량생산화를
꿈꾸는 이들

New Harvest의 궁극적인 목적은 육류 단백질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산업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축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쇠고기 시장의 24%를 점유하고 있는 육류 가공업체 Tyson Foods를 대체하는 꿈을 언급했다. 현 산업이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과 호르몬이 없는 육류를 인류에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세포배양육류 산업. New Harvest는 앞으로 5년 이내에는 식품의 한 성분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지만 스테이크나 햄버거를 수퍼에서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아직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충실한 기록이 되기를 소망하며

이번 리포트를 준비하고 미리보기 글을 연재하면서 '각 주제나 회사 하나하나가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텐데 리포트 하나로 독자들이 보고싶어 하는 것을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외부인으로서 관찰하고, 분석하여 요약된 몇 가지 포인트에 집중하는 일이 익숙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처음 접하는 아이디어들을 제한된 정보를 통해 의미있는 결론을 낸다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테고, 직접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서 상품과 조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종이 몇 장에 담아내어 간단히 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걸 알기 때문이겠다.

 

아직은 많은 가정 위에 용기있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가는 사람들이 대견하기도 했고 무모해 보이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후 이들 중에 과연 애플의 위상을 가지게 될 이들이 있을지, 이들 중 몇이나 살아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지금 쓰는 이 리포트를 들쳐 보면서 웃을 수도, 놀랄 수도 있는 충실한 기록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리포트를 써가고 있다.

 

지금까지 미리보기 글에서 기술로 인해 변화하는 농업, 음식 소비 행태의 변화, 대체 단백질 등 다양해지는 영양 섭취의 원천 등을 단편적으로 소개했다. 7월 29일에 발행될 리포트에서는 FLT에 나온 회사들이 하는 일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Garden Side Chat에서 나눠진 이야기도 재구성하여 독자들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키워먹도록 만든 LED 화분과 씨앗 담요, 논밭에서 직접 사용되는 로보트와 드론, 샐러드와 생야채 쥬스를 파는 자판기, 지금 먹는 음식에 나와 맞지 않는 성분이 들어있는지 바로 체크해 주는 기계, 피자 3D 프린터, 먹을 수 있는 종이컵, 집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에게 직접 배달받는 서비스, 음식을 넣으면 무엇인지 알아서 구워주는 오븐 등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는 그곳에 넘쳤다.

 

[2016 Food Loves Tech in NY]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하며 실행 중인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