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0년대생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2.10.11]


저는 90년대생 SSG닷컴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돈을 쓰는' 젊은 세대이자 '돈을 쓰게 만드는' 서비스 공급자입니다. 연말정산에 찍히는 카드값만 2500만 원, 한 해에 몇 번 해외여행을 가니 실제로 쓰는 돈은 더 많습니다.

 

저는 뷰티와 패션에 많은 돈을 씁니다. 1인 가구이기 때문에 집밥은 HMR(Home Meal Replacement, 간편가정식)로 간단하게 먹지만 한 번 외출하면 근사한 맛집에서 인스타용 사진을 찍습니다. 랜선 집사로서 여러 고양이·강아지 유튜브 채널을 팔로우하고 있습니다. 저는 '#운동하는_여자'이기도 합니다. 러닝에 매료되어 러닝 크루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21km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아낄 때는 아끼고 저축도 하지만 당장의 행복과 경험, 자기계발이 저에게는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제가 관심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왕성한 소비력을 자랑합니다.

 

기획자로 일하다 보니 새로운 세대를 잡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어떤 것을 욕망하고 소비 패턴은 어떻고 어떤 지점에서 현재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지 아이디어를 얻고자 데이터를 찾고,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고, 여러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SNS의 반응을 끊임없이 뒤적이고, 친구들을 붙잡고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얻어 구매를 결정하는지 질문하기도 합니다.

 

직업 때문에 미디어에서 다루는 트렌드 리포트를 항상 챙겨보는데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 다룬 콘텐츠는 이미 많지만 현업 실무자의 입장에서 더 생생한, 조금 더 인사이트 있는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성하게 소비하는 밀레니얼 소비자가 어떤(what) 아이템을 왜(why), 어떻게(how) 구매하는지 카테고리별로 직접 이야기해 주는 콘텐츠가 있다면 기획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런 콘텐츠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90년대생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2.10.11]


저는 90년대생 SSG닷컴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돈을 쓰는' 젊은 세대이자 '돈을 쓰게 만드는' 서비스 공급자입니다. 연말정산에 찍히는 카드값만 2500만 원, 한 해에 몇 번 해외여행을 가니 실제로 쓰는 돈은 더 많습니다.

 

저는 뷰티와 패션에 많은 돈을 씁니다. 1인 가구이기 때문에 집밥은 HMR(Home Meal Replacement, 간편가정식)로 간단하게 먹지만 한 번 외출하면 근사한 맛집에서 인스타용 사진을 찍습니다. 랜선 집사로서 여러 고양이·강아지 유튜브 채널을 팔로우하고 있습니다. 저는 '#운동하는_여자'이기도 합니다. 러닝에 매료되어 러닝 크루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21km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아낄 때는 아끼고 저축도 하지만 당장의 행복과 경험, 자기계발이 저에게는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제가 관심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왕성한 소비력을 자랑합니다.

 

기획자로 일하다 보니 새로운 세대를 잡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어떤 것을 욕망하고 소비 패턴은 어떻고 어떤 지점에서 현재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지 아이디어를 얻고자 데이터를 찾고,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고, 여러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SNS의 반응을 끊임없이 뒤적이고, 친구들을 붙잡고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얻어 구매를 결정하는지 질문하기도 합니다.

 

직업 때문에 미디어에서 다루는 트렌드 리포트를 항상 챙겨보는데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 다룬 콘텐츠는 이미 많지만 현업 실무자의 입장에서 더 생생한, 조금 더 인사이트 있는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성하게 소비하는 밀레니얼 소비자가 어떤(what) 아이템을 왜(why), 어떻게(how) 구매하는지 카테고리별로 직접 이야기해 주는 콘텐츠가 있다면 기획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런 콘텐츠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발행된 콘텐츠가 제게는 90년대생이 아닌 세대가 90년대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관찰자적 입장에서 서술했기 때문에 표면적인 현상만 나열되어 있어서 90년대생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가 적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영역으로 생각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정보들이 분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콘텐츠를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와 제 친구들이야말로 기업에서 잡고 싶어 하는 왕성한 소비자, 90년대생이니까요. 우리는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을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씁니다. 이미 소비의 새로운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우리 세대는 향후 20~30년 한국 사회의 소비를 주도할 것입니다. 또한 저는 오늘도 어떻게 90년대생을 공략할 것인지 고민하며 매출 그래프와 페이지뷰, CR(Conversion Rate)*을 바라보는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자이기도 하고요.

* 웹 사이트 방문자가 제품 구매, 회원 등록, 뉴스레터 가입,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등 웹 사이트가 의도하는 행동을 취하는 비율.

 

이 콘텐츠의 주요 독자는 밀레니얼, 특히 90년대생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기획자나 마케터입니다. 1)90년대생이 관심을 두는 품목과 이유, 2)정보를 얻는 방식과 마케팅에 대한 생각, 3)제품 구매 방식까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챕터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포인트를 콕 집어 팁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콘텐츠의 목차는 쇼핑몰 카테고리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사업의 방향성을 잡는 단계의 기획자라면 이 세대가 어떤 카테고리에 지갑을 여는지 참고하실 수 있고, 비즈니스를 디벨롭하는 기획자·마케터라면 필요한 카테고리의 챕터를 먼저 읽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여행 액티비티 예약 앱의 기획자나 마케터라면 여행 챕터에 먼저 눈이 가시겠지요.

 

본격적으로 카테고리별 소비 패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90년대생의 소비 배경이 되는 키워드 3가지, '나 중심주의', 'SNS', '1인 가구'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나 중심주의, SNS, 1인 가구

키워드 1. 세상의 중심은 나! 환경이 만든 '나 중심주의'

베이비붐 세대인 제 아버지의 형제는 7남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숫자이지만 당시는 대가족이 흔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반면 저는 동생 한 명뿐입니다. 주위 친구들을 살펴봐도 형제가 둘인 가족이 가장 흔하고, 외동이거나 형제가 셋인 집이 조금 더 적은 비율로 존재합니다. 그 이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자신이 쓰는 돈을 아껴서라도 제 교육에 투자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했던 해의 대학 진학률은 72%에 달했습니다. 교육적인 부분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도 집안의 중심은 저였습니다.

 

학교생활은 통제에서 자유로 가는 과도기였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는 두발 길이 제한은 없었지만 파마나 염색을 하지 말라는 규정은 있었는데요. 두 살 차이 나는 제 동생은 두발 규제 없이 자유롭게 학교에 다녔다고 하더군요. 학교를 지나 사회에 나올 때까지, 저는 제 윗세대가 학교에서 경험한 강한 통제를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한두 명의 자녀만을 낳아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부모님이 계시고, 학생 인권 조례가 확대되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덕분에 우리 세대는 '나 중심주의' 또는 '자기애'가 충만한 상태로 사회에 나왔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는 '나나랜드'라고 표현*하기도 했었죠. 이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의 시선이나 의무가 아니라 나의 행복입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바로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 관련 기사: 라라랜드 아니고 '나나랜드'란? (한경매거진, 2019.3.4)

 

90년대생의 '나 중심주의'는 뷰티, 패션, 스포츠, 여행, 퇴근 후 삶 등등 트렌드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에 유달리 외모에 관심이 많아 뷰티 산업을 성장시켰지만, 이와 동시에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의 억압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의미에서 탈코르셋 운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회사보다 나 자신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야근에 힘을 빼기보다는 퇴근 이후 개인의 삶과 취미에 더 관심을 쏟는데요. 이 덕분에 스포츠와 여행, 원데이 클래스 등을 즐기는 여가 산업이 밀레니얼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키워드 2. '인스타그래머블'과 습관적 SNS 켜기

요즘 세대와 SNS는 떼려야 떼어 놓을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에게 여가는 스마트폰과 함께 쉬는 시간을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쉴 때 인스타그램 피드를 새로 고치고, 유튜브 콘텐츠를 봅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유통, 패션, 여행, 그리고 특히 외식업에서 트렌디해지기 위해서는 사진에 찍혔을 때 타인의 관심을 끌고 부러움을 살 수 있을 만큼 예쁘고 독특한, 말 그대로 '인스타그래머블'한 것이 필수입니다.

*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조어. 인스타그래머블이 젊은 층의 새로운 소비 기준이 되면서 외식, 여행, 쇼핑, 전시 등 다양한 업계에서도 이를 마케팅의 중요 키워드로 삼고 있다.

인스타그램 #브런치 해시태그 인기 게시물. 항공샷으로 촬영한 메뉴 사진이 대부분이다. ©Instagram

종종 인스타그램에서 힙하다고 소문난 카페에 갑니다. 최적화된 항공샷*을 위해 테이블 높이를 의자보다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오래 앉아 있기 힘들고 사람이 가득해 같이 간 친구 목소리가 잘 안 들릴지언정 사진을 찍으면 기가 막히게 나오니 카페에 빈자리가 없습니다.

* 피사체의 위에 카메라를 수평으로 놓고 찍은 사진으로, 인스타그램 게시용 음식 사진에 많이 사용된다.

 

그럴싸한 음식점에 가면 음식에 숟가락을 대기 전에 꼭 사진을 남겨야 합니다. 최신형 아이폰의 인물 사진 모드를 이용해 그럴싸하게 아웃포커싱된 사진을 찍어내죠. 음식이 식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지만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 유튜버 'MINEE EATS'의 중국당면 떡볶이 먹방 ©MINEE EATS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봅니다. 먹방 유튜브를 보며 다음에는 나도 '엽떡'에 중국 당면을 넣어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하울(haul)*을 보며 부러워하다가 '나도 저 브랜드 가방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패션 유튜버의 콘텐츠를 통해 신상 나이키 신발을 누구보다 빨리 확인합니다.

* 주로 특정 제품 혹은 브랜드의 제품을 다량 구매한 후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제작자 나름의 방식으로 품평하며 제품에 대한 솔직한 사용 후기를 다수와 공유하는 것

 

뷰티 크리에이터의 발색샷을 다음 섀도우 구매에 참고하고, 여행 브이로그를 보면서 '다음에는 나도 저기 가볼까?' 고민합니다. 정말로 동영상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유튜버가 맛있다고 극찬한 맛집에서 저녁을 먹겠죠. 랜선 집사가 되어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다가, '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유튜브가 돈이 된다는데, 나도 유튜버나 돼볼까?' 싶기도 한데요. 그러다 프리미어를 돌릴 노트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럼 어떤 모델을 사는 것이 좋을까?' 이때도 영상 편집을 하려면 어떤 노트북을 사야 하는지 비교 분석한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모든 것이 실시간 공유되기 때문에 유행이 빨라지고, 트렌드가 바뀌는 주기도 갈수록 더 짧아집니다. 자발적으로 상품 정보와 후기를 공유하는 뷰티, 그리고 패션, 반려동물, 여행, 식품, 여가까지. 이 콘텐츠에서 말하는 모든 영역과 SNS는 광범위한 관련이 있습니다.

 

키워드 3. 나 혼자 산다, 우리는 1인 가구

저는 대학에 입학할 때 독립해 1인 가구가 되었습니다. 2000년 이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끊임없이 높아졌는데요. 2017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28.6%로 급증하면서,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7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1인 가구의 비율이 28.6%로 최근 몇 년 사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청

'혼자 산다'는 것은 생활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4인 가족이었을 때에는 거의 매 끼니 국과 반찬이 잘 차려진 밥을 먹었습니다. 치킨을 시킬 때는 가족과 나눠 먹으니 남을까 봐 걱정하지도 않았고, 과일을 큰 단위로 사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혼자 사는 지금, 저는 웬만해서는 요리다운 요리를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HMR을 이용하고 외식도 자주 합니다. 너무 커서 혼자서 먹을 수 없는 과일은 사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며 작은 크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방울토마토·바나나·딸기 같은 과일을 선호합니다. 사실은 그마저도 잘 사 먹지 않고, 손질된 채소와 과일이 섞인 샐러드를 삽니다.

 

실제로 마트와 이커머스에서는 수박이나 배의 매출은 떨어지고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과일의 매출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습니다. HMR과 밀키트는 전략 카테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SSG닷컴 역시 마찬가지로 트렌드에 맞춰 밀키트 카테고리를 강화해 상위 노출하는 한편, '오늘 뭐 먹지?'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밀키트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혼밥, 혼술, 혼영(영화), 혼행(여행) 역시 무척 익숙합니다. 혼자 살며 자연스레 혼자 밥을 먹게 되었고, 자기 전 혼자 맥주 한 캔을 먹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게 되었습니다. 집 근처 영화관에 휘적휘적 걸어가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아무렇지 않고,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해지니 여행도 자주 혼자 떠나곤 합니다.

 

2박 3일짜리 일본 여행부터 2달짜리 유럽 여행까지, 여러 차례 혼자 여행했지만 외롭거나 무섭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혼자 사는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개인들이 홀로 하는 활동에 익숙해져감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나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식품 트렌드는 1인 가구가 먹기 편하게 아주 편하거나 밖에서 사 먹는 아주 예쁜 것으로 재편됩니다. 홀로 가볍게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 비용은 점점 더 가벼워지되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1일 투어는 점점 더 발달합니다. 반려동물 시장도 날로 커지고 고급화됩니다.

 

나 중심주의, SNS, 1인 가구까지 90년대생의 세 가지 소비 키워드를 살펴봤으니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이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뷰티, 패션, 반려동물, 스포츠, 식품, 여행에 이르기까지 카테고리별 소비 가이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