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증을 잘 내던 아이

어릴 때부터 나는
무언가에 쉽게 싫증을 냈다.

그래서 부모님을 많이 괴롭히던 아이였다. 어머니께서 맛있는 반찬을 해주셔도 2번 이상은 먹지 않아 어머니를 괴롭히거나, 호기심에 하고 싶다던 플루트를 배우다 금방 싫증 내며 그만두거나 뭐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하던 아이가 바로 나였다.

 

나중의 일이지만 내가 광고인이 되고 싶다는 말을 부모님께서 들으셨을 때 "그래, 너는 계속 뭔가 바뀌고 새로운 걸 좋아하니까 잘 맞을 거야." 하셨을 정도로 쉽게 싫증을 내고 오래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60초만에 꿈을 바꾸게 한 용기

나의 어릴 적 꿈은 국제변호사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자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되면서 이왕이면 큰 꿈으로 국제변호사가 되자고 마음을 먹었다. 국제변호사라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공부를 해온 나에게, 단 60초 만에 나의 꿈을 바꾸어 놓은 계기가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집행된
나이키 광고 'Courage(용기)' 편이다.

 

동물의 태초부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로, 연출법, 스토리라인, 영상미, BGM 등이 60초 만에 나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광고만 보았는데도 숨이 차고 가슴이 뛸 수도 있다는 걸 느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에는 '국제변호사가 되어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나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그런 광고인, 기획자,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겠다고 더욱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

Do what I want to do

남들보다 비교적 빠르다고 생각되는 나이인 고등학교 2학년 때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 최대의 행운 중에 하나다. 비교적 빠르게 꿈을 찾은 덕분에 광고홍보학과에 입학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라는 꿈에는 변함이 없다.

 

연속되는 무언가에 싫증을 자주 내던 내가 '광고의 모든것'이란 소셜 채널들을 운영하면서 매일매일 1~2건의 광고를 5년 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다.

진정으로 내가 좋아했기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고,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광고를 찾아보고 소개하고 있다.

광고에 대한 관심으로 블로그도 시작해보고, 검색광고 자격증도 취득했다. 23살에는 그동안의 소셜 채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를 창업하기도 했는데 주 클라이언트는 병・의원, 헬스케어 분야였다. (지금은 폐업했지만) 직원도 15명 넘게 채용했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

 

회사가 잘 되기도 했지만 위기를 맞은 적도 많았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성장한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지만 나 자신에게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행복하지 않았다. 마케팅과 광고는 내가 좋아하고 자신 있는 분야가 맞지만 병・의원, 헬스케어는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3살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마케팅을 좋아해', '나는 광고를 잘 할 수 있어'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떤 분야의 마케팅을 좋아하는지,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창업 2년 후에 회사가 망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나 자신에게 물었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나이키 광고를 보고 광고인을 꿈꾸게 되었기 때문에 물음에 대한 답은 바로 나이키라는 브랜드였다. 병・의원 마케팅, 헬스케어 마케팅이 아닌 스포츠 마케팅을 하면 행복할 것 같고, 특히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이키라는 브랜드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 26살 나의 생각이다.

 

이제는 대학교 4학년,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라는 말보다 '일단 취업하자' 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취업 준비생이지만, 광고 한 편이 무엇이든 싫증을 잘 내는 나를 한순간에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것도 단 60초 만에.

꿈을 바꾸어 놓은 나이키 광고의 강렬함을 기억하며, 스포츠 마케터로서, 광고인으로서의 꿈을 차근차근 준비해 가려고 한다.

All about AD : 광고의 모든것

마지막으로 덧붙여, '광고의 모든것'이라는 채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약 4년 동안 광고의 모든것을 운영하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궁금함 보다는 광고의 모든것이라는 채널 관리자로서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 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선 현재 운영 중인 주요 채널은 페이스북(294,000명), 카카오스토리(29,000명), 유튜브(3,000명), 홈페이지(PV 100,000/월)가 있다. 이 채널들은 홈페이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혼자 운영 중이다.

 

'학교도 다니는데 혼자서 어떻게 다 운영해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대부분의 콘텐츠는 당일마다 검색해서 당일 올리기 보다는 예약 포스팅 기능을 이용하여 일주일에 몇몇 요일을 정해놓고 미리 며칠치를 예약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포스팅 하는 광고 관련 콘텐츠들은 주로 해외 크리에이티브 사이트를 아카이빙하여 참고하는 편인데, 관련 내용은 기회가 된다면 추후에 각 사이트 별 특징과 함께 한 편의 글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마케팅 채널이 4대 매체 위주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나 같은 예비 광고인 입장에서는 직접 실행해보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포털 사이트의 알고리즘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고, 검색광고를 집행해보면서 광고 효율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으며, 여러 소셜 채널들을 운영해보면서 알게 되는 소소한 지식들과 팁들은 책에서는 알기 힘든 것들이 많았다.

 

그동안 소셜 채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며 내가 얻었던 것은 '실무자들만큼 잘 안다는 자부심' 보다는 마케팅을 함에 있어서 발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마케팅적 센스인 것 같다. 대부분의 소셜 채널들은 통계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채널 마다 사람들이 주로 접속하는 시간대라든지, 유입 경로 등에 대해 파악이 가능하고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짤 수 있다. 또한, 같은 광고를 소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후킹 멘트는 어떤 종류인지, 채널 마다 반응이 좋은 콘텐츠 특성은 어떤 것들인지 체득하며 배우고 있다.

 

올릴 콘텐츠들을 살펴보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는 과정에 있어서 유명 브랜드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광고 및 미디어 업계의 트렌드는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 지에 대해서도 좀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하는 채널 역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최근에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UCC(User Created Content)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저작권 이슈가 커지고 개인 미디어와 창작자들의 채널 파워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광고의 모든것도 이와 같은 트렌드에 맞게 단순히 광고만 소개하기보다는 광고인 인터뷰 영상, 광고 회사 탐방 실시간 라이브 영상 등 직접 기획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퍼블리의 '칸 광고제 프로젝트' 필자로 참여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새로운 도전이 신나기도, 떨리기도 하지만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경험'이란 자산을 얻을 테니 무엇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부딪혀 보고자 한다.

 

[Cannes Lions 2016 - 칸 국제광고제를 가다]
남기용 필자가 참여하는 2016 Cannes Lions 프로젝트는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