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최종 후계자는 누구일까?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 에너지, 철도 그리고 다수의 제조 및 소매 기업을 거느린 거대 지주회사이다. 워런 버핏은 반세기 전, 별 볼 일 없던 직물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전망이 어두운 직물 비즈니스를 정리했다. 그 후 버크셔 해서웨이는 수많은 인수합병과 성공적인 주식 투자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위대한 투자자' 버핏이 버크셔의 거의 모든 투자와 인수를 결정한다.

 

이처럼 버핏과 버크셔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존재였으므로 투자자들은 버핏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회사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신용평가사 피치는 2005년 버크셔의 신용등급 전망을 AAA 중립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버크셔의 핵심 경쟁력인 버핏이 늙어가는 게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버핏이 아직 50대였던 1980년대에도 투자자들은 버핏에게 비상시 대비책을 요구했다. 버핏이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회사가 마비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1987년 주주총회에서 본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회장 찰리 멍거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멍거를 대신할 후계자가 필요해졌다. 1924년 생인 멍거는 버핏보다 6살이나 많기 때문이다.

선대보다 먼저 은퇴한 비운의 천재, 루 심프슨

멍거를 제외하고 버핏이 공개적으로 지명한 후계자는 루 심프슨(Lou Simpson)이 유일했다. 그는 1979년 버크셔의 자동차 보험 자회사 가이코(GEICO)에 최고 투자 책임자(CIO)로 부임해서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높은 수익을 올렸다.

 

버핏은 1982년 주주서한에서 심프슨을 "손해보험업계 최고의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했고, 2004년 주주서한에는 "앞의 투자 성적표를 보면, 루는 틀림없이 투자 분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인물"이라고 썼다. 버핏은 "기질과 지능을 겸비한 보기 드문 인재로, 탁월한 장기 투자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출처: 2004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서한, 18p실제로 버핏이 2004년 주주서한에서 공개한 심프슨의 투자 실적은 경이적이었다. 그가 이끄는 가이코는 25년 동안 연평균 20.3%의 수익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S&P500을 평균 6.8% 초과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펀드가 손실을 본 해는 단 세 번에 불과했다.

 

투자 스타일도 버핏과 흡사했다.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를 찾아서 소수 종목에 장기간 집중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루와 버핏은 서로의 투자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둘은 일상적으로 통화하면서 투자 견해를 물어보고, 알만한 기업을 주고받았다. 포트폴리오를 독자적으로 운용했지만 겹치는 종목이 많았다.

 

심프슨은 소수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습관을 버핏에게 배웠다. 버핏은 1995년 주주서한에서 공개적으로 루 심프슨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버핏에게 사정이 생긴다면 주식 포트폴리오 투자는 루 심프슨이, 사업 회사 관리 및 자회사 간 자금 이동은 찰리 멍거가 담당하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심프슨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어받지 못했다. 워런 버핏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1936년 생인 루 심프슨은 74세의 나이로 2010년 가이코에서 은퇴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다시 새로운 후계자를 찾아야 했다.

명예를 더럽히고 물러난 데이비드 소콜

데이비드 소콜(David Sokol)은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의 자회사 미드 아메리칸 에너지(MidAmerican Energy)의 최고 경영자로서 회사를 상장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그의 지도 아래 회사는 수차례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거쳐 가장 수익성 높은 유틸리티 회사로 자리 잡았다. 그는 회사를 버크셔에 매각하고 버핏의 주요 경영진이 되었다.

 

소콜은 버크셔에 큰 이익을 안겨준 특수화학 기업 루브리졸(Lubrizol) 인수에도 직접 관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버크셔의 평판을 어지럽히고 물러나고 만다. 후계자 중 하나로 거론되던 소콜이 버크셔 인수 전에 루브리졸 주식을 매수한 게 문제가 되어 2011년 사임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소콜에게 기업 인수 대상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때 그가 제안한 기업이 바로 루브리졸이었다. 루브리졸이 훌륭한 회사임을 알아본 버핏은 시장 가격에 30% 프리미엄을 얹어서 사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소콜이 루브리졸 주식 1000만 달러치를 미리 매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버크셔의 매입으로 이득을 본 것이다. 버크셔 감사위원회는 루브리졸 주식매입 행위가 버크셔 해서웨이 사규를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버핏은 신뢰와 정직을 그 누구보다 강조했다. 주주서한에도 "돈보다 명예가 중요하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하지만 후계자의 그릇된 행동이 버핏의 명성에 상처를 냈다.

 

이제 팔순을 코앞에 둔 버핏은 다시 새로운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 그 후계자는 능력뿐만 아니라 정직함도 갖춘 인물이어야만 했다.

마지막 경쟁을 벌이는 그렉 아벨과 아지트 자인

2018년 1월 버핏은 그렉 아벨(Greg Abel)과 아지트 자인(Ajit Jain)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둘 중 하나가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렉 아벨은 데이비드 소콜이 물러난 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를 이어받았다. 아지트 자인은 오랫동안 버크셔의 보험 사업을 맡아왔다.

그렉 아벨(위)과 아지트 자인(아래) ©Buffett Online channel/Youtube2019년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주주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렉 아벨과 아지트 자인에게 넘겼다. 찰리 멍거와 버핏, 두 사람이 전담하던 주주총회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를 통해 승계가 머지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누가 제국을 이어받을까? 인지도와 기여도 측면에서는 아지트 자인이 유리하다. 과거 버핏이 "본인과 아지트 자인 둘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아지트 자인을 먼저 구하라"라고 했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버크셔의 핵심 비즈니스인 재보험을 세계 규모로 키워냈다. 재보험에서 발생한 플롯을 바탕으로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버크셔에서 아지트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는 것은 무조건 불가능합니다. 그는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독보적으로 재보험사업을 일으켜왔습니다.

 

- 버핏, 1999년 주주서한

우리의 소급보험사업은 대부분 내가 매년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지트 자인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버크셔에게 아지트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내 걱정은 염려 말고, 그의 건강을 걱정하십시오.

 

- 버핏, 2000년 주주서한

하지만 아지트 자인의 나이가 걸림돌이다. 1952년생인 아지트는 곧 칠순을 앞두고 있다. 이에 비해 그렉 아벨은 아직 50대 중반이다. 또 언론 노출을 꺼리지 않는 그렉 아벨의 성향도 회장직에 부합하다는 평이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그렉 아벨이 회장직을 이어받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주식 천재 루 심프슨에서 보험왕 아지트 자인까지, 버핏의 후계자로 언급된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주식투자와 기업경영을 완벽히 해낸 전례가 없다.

단 한 사람,
워런 버핏을 제외하고는

후계자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에게 부담스러운 자리를 건네받아 본인의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참고문헌
• 앤드류 킬패트릭, <워런 버핏 평전 1>, 월북, 2008
• 앨런 베넬로, 마이클 밴 비머, 토비아스 칼라일, <집중투자: 거대한 부를 창출한 대가들의 진짜 투자 비법>, 에프엔미디어, 2016
• 로렌스 커닝햄, <버크셔 해서웨이>, 이레미디어,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