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런던의 겨울은 최악이었습니다. 여름에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쌀쌀하기로 유명한 도시인데, 하루가 멀다고 겨울비가 흩날렸으니 (그 와중에 런던 곳곳을 활보해야 했을 제 처지가) 오죽했을까요.

 

그럼에도 올림픽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문화적으로 재생되고 있던 이스트 런던을 걷는 발걸음은 마냥 경쾌하기만 했습니다. 이미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던 쇼디치 중심가를 지나, 한참 도시 재생의 좋은 사례들을 줄기차게 만들어 내는 해크니, 혹스턴 등 이스트 런던 곳곳을 탐구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 와중에 한 작은 북 숍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혹스턴 미니 프레스(Hoxton Mini Press)라는 '혹스턴의, 혹스턴을 위한, 혹스턴에 의한' 독립 출판사에서 발간된 <Makers of East London>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이스트 런던이라는 지역이 비록 도시 고도화 과정을 거치며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지만,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몇백 년에 이르는 전통을 이어온 다양한 크래프트 산업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그리하여 단순히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도시 정비와 몇몇 디자인적인 요소들 때문에 지역이 부흥한 것이 아니라, 그 오랜 전통이 나날이 새롭게 배출되는 젊은 메이커들의 등장과 맞물리며 이 지역의 튼튼한 토대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Nick Karvounis/Unsplash

책장을 슬쩍 들춰보기만 해도 19세기부터 그 전통을 이어온 바이올린 메이커와 염색을 기반으로 한 젊은 텍스타일 아티스트와 1932년부터 금속 안경테를 만들어 온 장인과 나무 숟가락을 전문으로 만드는 젊은 목수가 어우러져 있는 곳이라는 것을 황홀한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었으니까요.

 

2년 전, 런던의 겨울은 최악이었습니다. 여름에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쌀쌀하기로 유명한 도시인데, 하루가 멀다고 겨울비가 흩날렸으니 (그 와중에 런던 곳곳을 활보해야 했을 제 처지가) 오죽했을까요.

 

그럼에도 올림픽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문화적으로 재생되고 있던 이스트 런던을 걷는 발걸음은 마냥 경쾌하기만 했습니다. 이미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던 쇼디치 중심가를 지나, 한참 도시 재생의 좋은 사례들을 줄기차게 만들어 내는 해크니, 혹스턴 등 이스트 런던 곳곳을 탐구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 와중에 한 작은 북 숍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혹스턴 미니 프레스(Hoxton Mini Press)라는 '혹스턴의, 혹스턴을 위한, 혹스턴에 의한' 독립 출판사에서 발간된 <Makers of East London>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이스트 런던이라는 지역이 비록 도시 고도화 과정을 거치며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지만,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몇백 년에 이르는 전통을 이어온 다양한 크래프트 산업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그리하여 단순히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도시 정비와 몇몇 디자인적인 요소들 때문에 지역이 부흥한 것이 아니라, 그 오랜 전통이 나날이 새롭게 배출되는 젊은 메이커들의 등장과 맞물리며 이 지역의 튼튼한 토대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Nick Karvounis/Unsplash

책장을 슬쩍 들춰보기만 해도 19세기부터 그 전통을 이어온 바이올린 메이커와 염색을 기반으로 한 젊은 텍스타일 아티스트와 1932년부터 금속 안경테를 만들어 온 장인과 나무 숟가락을 전문으로 만드는 젊은 목수가 어우러져 있는 곳이라는 것을 황홀한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동안 <아레나>에서도 종종 다뤄왔지만 공예 분야의 장인들, 그리고 그 전통을 이으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는 젊은 메이커를 논할 때 일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달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유소라 통신원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도쿄 중심가 곳곳에 포진해 있는 '마을 공장'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보내왔습니다.

 

나사못 같은 작은 기계 부품부터 인쇄 공장, 장난감 공장, 두부 공장, 의약품 개발 공장 등이 대를 이어가며 한 동네에 자리를 잡고 있는 풍경. 그중에서도 아디치구에는 5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이런 유서 깊은 공장이 2천개가 넘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불량하고 다소 삐딱할 거라는 편견을 깨는,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들을 담은 <아디치 공장 남자>라는 인상 깊은 사진집을 이번 달에 건져 냈습니다.

<아다치 공장 남자>에 실린 사진 ⓒ고우사쿠 나가이

자연스럽게 현재 을지로를 중심으로 도시 재생의 방향성에 대하여 다양한 시각이 충돌하고 있는 서울의 현재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정확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예전 종로통과 피맛골의 유서 깊은 뒷골목을 남김없이 밀어버린 채 높은 빌딩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오류를 반복하는 일은 다행히 피할 수 있을 듯합니다.

 

부디 서울에서도 오래된 전통을 가진 노포, 한 때 '로켓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부심이 넘쳤던 을지로의 공구 가게들, 전통과 모던이 적절히 결합된 각종 메이커들이 올곧게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느리게 손으로 만들어내는 크래프트맨십의 가능성과 가치가 오롯이 빛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아레나> 2월호에는 이 연장선에서 7명의 한국의 젊은 크래프트맨들을 심층 기획으로 다뤄보았습니다. 내용이 방대해서 PUBLY에 따로 게재하지는 않았는데 만약 독자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현재 한국의 공예, 다양한 메이커들, 크래프트맨십을 다루는 심층 기사도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여 <아레나>는 전통적인 요소와 지금의 크리에이티브를 잘 혼합해 내는 젊은 메이커들의 가능성을 응원하고 지지하고자 합니다.

 

덧붙여 2019년 들어 호흡이 짧을 수밖에 없는 월드 뉴스와 크리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이 일독을 마치신 후 그 중 더 깊이 읽고 싶은 주제나 아이템에 관해 이야기해 주시면, 2~3개월간의 심층 취재를 거쳐 더 폭넓은 기사로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그 첫 번째 기획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뽑은 지금 주목해야 할 신생 브랜드'라는 특집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매달 꾸준히 발행될 '먼슬리 이슈 리포팅'에 계속 주목해 주시고, 그 안에서 더욱 깊게 읽고 싶으신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의견과 제언 보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큐레이터, 박지호 아레나 편집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