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하는 공유경제

셰어오피스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이 언제였던가? 그 실물을 처음 눈으로 본 것은 2004년 베를린 취재를 갔을 때였다. 구동독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 있는 동베를린 미테 지구, 이곳에 모인 세계 각국의 젊은 예술가와 창작자들은, 일터와 주거를 막론하고 낡고 너른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이게 베를린만의 특수한 사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얕은 인식이었다. 이런 형태의 거주 방식이 오늘날 도시 생활자 사이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셰어오피스나 셰어하우스는 오늘날 대도시에서 꽤 일반화되어 있다. 이 말을 하는 나조차 2008년부터 지인의 건축사무소와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 일할 때 불편한 건 없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다행히도 불편하기는커녕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서 지적으로 자극되고, 비품 등을 공유하면서 부담도 덜게 되어 오히려 크게 득 보는 느낌이다.

Curator's Comment

한국에도 최근 2~3년 사이에 공유(셰어)오피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공유오피스 브랜드인 WeWork(위워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위치 1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부산 서면점 오픈을 시작으로 30개 규모로 지점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공간 공유에 더해, 물건을 공유하는 등 탈소유의 경제가 다양한 부문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를 '공유경제'라고 부른다.

 

공유경제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미국의 웹사이트 '셰어링 이코노미 뉴스(The Sharing Economy News)'에 따르면, 생활 잡화와 교통수단, 공간과 시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기준 미국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도시 생활의 공유화가 있다

확대하는 공유경제

셰어오피스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이 언제였던가? 그 실물을 처음 눈으로 본 것은 2004년 베를린 취재를 갔을 때였다. 구동독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 있는 동베를린 미테 지구, 이곳에 모인 세계 각국의 젊은 예술가와 창작자들은, 일터와 주거를 막론하고 낡고 너른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이게 베를린만의 특수한 사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얕은 인식이었다. 이런 형태의 거주 방식이 오늘날 도시 생활자 사이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셰어오피스나 셰어하우스는 오늘날 대도시에서 꽤 일반화되어 있다. 이 말을 하는 나조차 2008년부터 지인의 건축사무소와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 일할 때 불편한 건 없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다행히도 불편하기는커녕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서 지적으로 자극되고, 비품 등을 공유하면서 부담도 덜게 되어 오히려 크게 득 보는 느낌이다.

Curator's Comment

한국에도 최근 2~3년 사이에 공유(셰어)오피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공유오피스 브랜드인 WeWork(위워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위치 1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부산 서면점 오픈을 시작으로 30개 규모로 지점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공간 공유에 더해, 물건을 공유하는 등 탈소유의 경제가 다양한 부문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를 '공유경제'라고 부른다.

 

공유경제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미국의 웹사이트 '셰어링 이코노미 뉴스(The Sharing Economy News)'에 따르면, 생활 잡화와 교통수단, 공간과 시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기준 미국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도시 생활의 공유화가 있다

도시는 공공 교통기관에 몇 겹이나 포획되어 있으며, 다수 사람이 아파트와 맨션, 집합 주택, 타운하우스 같이 공유도가 높은 공간에 산다. 공공 도서관과 홀을 이용하고, 일상적 소셜미디어 이용으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며 물건을 사고팔기도 한다.

 

더욱이 대도시의 지가 상승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주택의 매입가뿐 아니라 주차장 요금마저 오르면서, 과거 대형 소비의 상징이었던 '마이카'나 '마이홈'은 그림의 떡이 되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5년 3월 18일에 발표한 공시지가에 따르면, 도쿄·오사카·나고야 3대 도시의 주택지, 상업지 지가는 양쪽 모두 2년 연속 상위권에 있다.

 

경제 뉴스 사이트 블룸버그의 2015년 3월 19일자 기사에서 미즈호 증권의 이시기와 다카시 상급연구원은 "도심의 경우, 지가가 버블 바로 직전 상태인 곳도 있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지가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 집세 상승도 마찬가지다. 로이터의 2014년 2월 6일자 기사를 보면, 미국 전역 100개 대도시권의 집세 상승률은 3.3퍼센트,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San Jose)를 포함한 10개의 하이테크 중심지에서는 5.7퍼센트였다.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샌프란시스코로 12.3퍼센트를 기록했는데, 이곳의 평균 집세는 3350달러였다. 젊은이들이 셰어하우스 말고는 살 엄두도 낼 수 없는 도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도시 환경 속에서, 공간과 물건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은 사람들의 생활 보호 본능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장에서는 '공유'라는 새로운 가치관과 그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불러올 새로운 공동체와 그 경제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카셰어링의 보급

소비와 소유의 상징이었던 자동차 공유도 급격히 느는 추세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카셰어링 서비스의 회원 수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64만 명에서 163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국내에만 134만 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2013년 세계 최대의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집카(zipcar)는 세계적 렌터카 기업 '에이비스(AVIS)'에 약 5억 달러에 팔렸다. 매입 당시, 미국 카셰어링 시장 규모 추정액이 약 4억 달러였던 것을 생각하면, 시장의 기대가 여실하게 드러나는 고액 매수다.

 

일본에서는 시간제 주차장을 경영하는 타임즈(タイムズ)가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해서, 일본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2014년 9월 시점에 회원 수 4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공유 주거와 마찬가지로 카셰어링도 일본에서 확실히 뿌리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타임즈가 마쓰다 렌터카를 사들여서 렌터카 서비스와 연계를 꾀하고 있는 점도, 에이비스+집카의 행보와 가깝다. 광의의 렌터카 사업으로서 카셰어링이 시장의 주목을 모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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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카셰어링 서비스로는 쏘카(SOCAR), 그린카(GreenCar), 카썸(Carssum) 등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가용보다 카셰어링 서비스나 렌터카를 고르는 이유는 경제적 합리성 때문이다. 2013년 11월 도요타가 운영하는 자동차 포털사이트 'GAZOO.com'에는 이런 계산이 게재되었다.

도요타 렌터카에서 비츠를 빌리면 12시간에 7350엔(면책 보상 포함)이고, 여기에 기름값이 추가됩니다. 가령 기름값을 리터당 150엔, 연비를 리터당 15킬로미터라고 하면, 1킬로미터당 기름값은 10엔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달리지 않는다면 하루 평균 주행 거리는 100~200킬로미터로 기름값은 1000~2000엔이 듭니다.

 

결과적으로 렌터카를 하루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8000~9000엔입니다. 매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월간 비용은 3만 2000엔~3만 6000엔입니다. 최근 화제인 카셰어링은 단시간 이용하면 더 적은 비용이 들고, 종일 빌려도 렌터카와 비용이 비슷합니다.

 

자가용을 소유한 경우 월간 비용을 계산해보겠습니다. 렌터카를 비츠로 상정했으므로, 비슷한 크기의 차를 생각해봅시다. 자동차 유지비는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20대 후반 기준으로 대략적인 계산을 하겠습니다.

 

단순히 유지비만 생각하면, 주차장 비용 1만 5000엔(매월), 자동차세 2만 9500엔(연간), 자동차 임의보험 12만 엔(차량보험 포함, 연간), 차량 검사비 15만 엔(2년마다)으로, 월간 유지비를 산출하면 3만 3708엔이 듭니다. 앞서 말했듯 월 기름값은 8000엔(800킬로미터 주행)이므로, 월간 유지비는 약 4만 1000엔입니다.

 

마지막으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차량 구입 비용입니다. 1000cc 미만 소형차의 제비용을 포함한 출시 가격을 150만 엔이라고 해봅시다. 5년 타고 30만 엔에 팔 수 있다고 했을 때, 매월 차량 구입 비용으로 2만 엔을 내는 셈입니다. 유지비, 기름값, 차량 구입 비용을 합산하면, 월간 총비용이 6만 엔을 좀 넘습니다.

즉, 도요타는 차량 이용 빈도가 비슷하다면 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편이 단연 싸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단시간 카셰어링을 하면 더 싸게 차를 쓸 수 있다. 이 말은 운전이 취미 생활이라면 몰라도, 도시 생활자가 차를 사는 데 경제적 이득이 없다는 말이다.

인터넷이 협력 소비를 낳았다

경제적 합리성에 맞지 않아도, 고가의 물건을 소유하는 게 지위를 나타내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여기던 시대가 있었다. 유행하는 값비싼 옷을 입는 것도 그런 행위의 하나였다. 소비의 상징이던 마이카, 독립한 개인이 자리를 잡았음을 증명하던 마이홈처럼, 소비는 그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는 기호였다.

 

그러나 세계적 경기 침체와 선진국의 중산층 몰락, 인터넷에 의한 방대한 정보 취득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격의 가시화(可視化)로, 낭비적 소비에 사람들은 점점 회의적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고가의 물건을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별로 현명하지 않은 행위라는 점은, 공유 주거와 카셰어링의 사례에서 확인한 바 있다.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고가의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입 또는 공유할 수 있는 지다.

이 흐름을 촉진시키는 것이 웹의 존재다

레이철 보츠먼과 루 로저스는 <위 제너레이션>에서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교환하는 새로운 소비 방법에 '협력 소비'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분석한다.

리눅스, 위키피디아, 플리커, 디그(digg), 유튜브 같은 온라인 P2P 커뮤니티의 유비쿼터스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유' 현상은 오늘날 공공연한 사실이다. 협력 소비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실현하는 기술과,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협력 소비가 개인주의를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나누는 것을 즐기며 제2의 천성으로 여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와중에 과거를 돌아보고 인터넷이 협력 소비를 낳았음을(댓글을 달고, 파일과 코드,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지식을 공유하면서) 상기할 게 분명하다. 현재 우리는 커다란 전환점에 서서, 온라인 협력의 원칙과 공유 행위를 일상생활의 다른 분야로 응용하고 있다.

위 글은 2010년에 작성된 글로 공유가 일상화된 현시점에서 볼 때 조금 낡은 인상을 준다. 그 정도로 사례의 다수가 이미 현실화되었다. 현재는 크라우드 펀딩이나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웹을 매개로 리소스를 공유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타인의 집에 숙박하는 공유 서비스

<위 제너레이션>에서는 협력 소비적 공유 서비스를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분류한다. 그 분류에 따라 주요 서비스를 살펴보면서 다음 사항을 확인해보자.

 

첫 번째는 '프로덕트=서비스 시스템'이다. 특정 제품을 소유하지 않고 이용한 만큼 돈을 내는 모델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말한 카셰어링 같은 비즈니스가 대표적이다. 자가용으로 개인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 '우버(Uber)'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버를 실제로 이용해본 것은 2014년 7월 로스엔젤레스에서였다. 로스엔젤레스는 대도시임에도 철도와 지하철이 거의 보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사전에 우버 앱을 아이폰에 다운로드했다. 시내에서 쇼핑을 한 뒤 우버 앱을 실행해 목적지를 입력하자, 빈 차 몇 대가 내 주위에 있다는 걸 알려줬다.

 

이 중 한 대를 골라 터치하니 3분 만에 차가 도착했다. 목적지를 입력하는 단계에서 예상 요금이 나왔고, 팁 없이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현금도 필요 없고 로스엔젤레스에서는 택시보다 쌌다. 우버 드라이버는 러시아에서 이민 온 젊은 남성이었다. 그는 친구들과 앱 개발 벤처를 운영하는데 평소에는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남는 시간에 우버 드라이버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로스엔젤레스의 우버 드라이버 다수가 부업으로 이 일을 한다고 한다.

ⓒShutterstock

우버는 2010년 젊은 벤처 투자가 트래비스 캘러닉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타임(Times)>의 2015년 6월 29일자 기사에 따르면 우버의 시가총액은 400억 달러이며*, 투자가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캘러닉이 트위터에서 직접 밝혔듯, 뉴욕에서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우버 드라이버의 평균 연 수입은 9만 달러로, 이는 뉴욕 택시 운전사의 평균 연 수입 3만 8000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 2019년 상장을 준비 중인 우버의 2018년 하반기 시가총액은 1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사업 모델에 파괴적 충격을 가하는 게 뉴 비즈니스의 숙명인지라, 우버의 급성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2015년 5월에는 샌프란시스코 택시 운전사들이 우버에 규제를 가하라며 대규모 시위를 했다. 또 2015년 6월 25일에 프랑스 파리 택시 조합이 벌인 대규모 시위에서는, 과격해진 일부가 차를 전복시키고 타이어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공유경제의
혁명적이고도 파괴적인 기세와
이에 대항하는 구세력 간의 알력은
다양한 국면에서 격해지고 있다
<위 제너레이션>이 제시하는 두 번째 공유 서비스는 '재분배 시장'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쓸모가 없어진 물건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모델이다. 중고품 매매 플랫폼인 이베이(eBay)의 2014년의 매출 전망은 2조 1838억 엔이었다. 일본에서는 야후 옥션(Yahoo Japan Auctions)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야후 옥션의 2015년 매출 전망은 2조 3595억 엔이었다.

 

세 번째 공유 서비스는 '협력적 라이프스타일'이다. 물질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과 기술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집의 빈 공간을 여행자 숙소로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 예다.

 

나도 이 서비스를 몇 번인가 이용해봤다. 2013년 뉴욕 브루클린에 각각 한 차례씩 다른 곳에서 숙박한 게 첫 경험이고,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이용했다. 신청을 할 때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방의 모습과 위치도 볼 수 있었다. 요금은 사전에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각 방에 대한 사용자 리뷰가 올라오기 때문에, 이용객의 평가가 한눈에 보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커다란 단독주택의 2층 방을 혼자 썼는데, 화장실과 욕실이 독립형이었고 방의 넓이와 인테리어가 3성 호텔 수준이었다.

 

2015년 기준 세계 각지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는 하룻밤 평균 42만 5000명, 연간 1억 5513만 명에 달한다고 <타임>의 기사는 전한다.

 

에어비앤비는 일본에서의 프로모션에도 적극적이다. 쓰타야를 이끄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과 협업해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해외여행 상품을 2014년 여름부터 판매했고, 라이프스타일 제안형 매장인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에서 서가와 이벤트 공간을 조합해 여행 상품 판매 매대를 꾸렸으며, 쿠폰과 웹사이트상의 콘텐츠를 연계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했다.

한편 화제가 된 일본발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도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유휴 시설을 이벤트 공간으로 대여하는 서비스 '스페이스 마켓(スペースマーケット)'이다. 이 서비스의 웹사이트를 보면 "유명 스튜디오에서 망년회를 하자: 스튜디오 알타 4만 5000엔/1시간", "라이브하우스에서 이벤트를 하자: 블루노트 도쿄 홀: 250만 엔/1일", "구장에서 사원 총회를 하자: 코카콜라 파크(미국: 앨런타운) 스포츠 시설: 200만 엔/1일" 같이 유니크한 대여 시설이 빼곡하다. 그 밖에도 시라가와고(白川郷)의 옛 민가나 영화관, 혹은 무인도 같은 비일상 공간을 대여하면서 '협력적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기술 계통 웹미디어 '테크크런치 저팬(TechCrunch Japan)'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이른바 'B to B 지향의 에어비앤비'다. 기업이 보유한 유휴 시설을 회의나 주주총회, 연수, 이벤트용으로 대여해 시장을 창출했다". 2014년 10월에 1억 엔의 자금을 조달한 스페이스 마켓은 기업 확장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프리마켓 앱 '메루카리(メルカリ)'와 '라인몰(LINE MALL)'*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메루카리는 2014년 8월 시점에 하루 10만 개 이상의 업로드가 이루어져 이미 23억 엔의 자금을 조달했다. 미국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 라인몰은 2016년 3월 폐업했다. / 관련 기사: Line shuts down flea market Line Mall (Tech in Asia, 2016.3.1)

공유를 통한 공동체 재생

공유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낳는다. 이 소통이 늘어나면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다. 이때 중요시되는 것이 서로 간의 신뢰다. <위 제너레이션>에서는 신뢰의 새로운 형태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또 이웃 사이를 효율 좋게 연결하는 개인 간(peer to peer) 거래의 거대한 시장이 존재한다. 이미 온라인 거래는 대면 거래로 맺어지는 강한 유대와 비슷해졌으며,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바꿔 말하면, 기술이 낡은 형태의 신뢰를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근대 이후에 공동체의 존재감이 희박해졌고, 선진국에서는 개인화 내지 독립화가 크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공동체 사회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양한 물건을 공유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교육과 육아까지 공동체 내부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은 도시에서 살기 위한 필수적 태도가 되고 있다.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공동체 의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내가 신뢰받고 있지 못하다면 다른 사람이 내게 귀한 자식을 맡기려고 할까? 아무도 내게 아이를 맡기지 않는다는 것은 그 육아 공동체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는 물건 교환이나 공유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됨을 뜻한다. 소셜미디어의 영역에서는 특정인의 평판이 나빠지면, 그것이 가시화되어 다른 미디어로 전파되기 쉽다.

 

에어비앤비나 이베이 등, 주요 공유 서비스는 신뢰를 가시화하는 작업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이용자와 제공자가 각자의 신뢰도를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 측정해서, 새로운 사람이 이용할 때 참고할 수 있게 한다. 공유 서비스 내에서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불충분하다고 해도, 구글 검색이나 각종 SNS 사이트를 통해 다른 사람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실속화하는 사회(中身化する社会)>*에서 말한 대로다.

* <물욕 없는 세계>의 저자가 2013년에 쓴 책

 

이처럼 가시화된 신뢰로 공유경제는 안정성을 유지한다. <위 제너레이션>에서도 사람의 가치가 새로이 정의되고 있다고 말한다.

과잉 소비의 20세기에는 신용 조회나 광고, 소유물에 따라서 그 사람이 정의되었지만, 협력 소비의 21세기에는 평판과 소속된 커뮤니티, 어디에 접속할 수 있으며 어떻게 공유하는지, 또는 무엇을 버리는지로 사람을 정의할 것이다.

ⓒShutterstock

한편으로, 공유경제의 근간은 신뢰가 아니라 '저렴'이라고 하는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온라인판 2015년 1월 28일자 기사 '공유경제는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다(The Sharing Economy isn't About Sharing at ALL)'에서 지아나 에카르트와 플루라 바디는,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서로를 잘 모른다면 그것은 공유가 아니라 접속하고 있을 뿐이므로 '접속 경제'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말한다.

 

그는 소비자가 이전보다 싼 비용에 민감해졌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물건과 서비스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에어비앤비 이용자의 다수가 공유보다 가격을 중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 등을 예로 든다.

 

그러나 한편 그들은 접속 경제가 획득한 새로운 시점이 있다고도 말한다. "소유와 공유의 득과 실을 비교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꼭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건을 원하지 않는 젊은이의 새로운 욕망

오늘날 젊은 층의 특징적 현상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엔도 사토시의 <소셜 네이티브의 시대ソーシャルネイティブの時代>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은 인터넷 세대(엔도의 표현에 따르면 '소셜 네이티브')의 물욕 없는 소비 경향을 분석한 책으로, 그는 컴퓨터 문화에 대한 저작을 발표해온 가도카와 아스키 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이다.

 

엔도에 따르면, 2000년 6월 일본경제신문 지역 연구소는 수도권에서 30킬로미터 이내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지금은 없지만 꼭 가지고 싶은 것"을 물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1위는 '자동차'였다. 반면 2007년 6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차를 가지고 싶다"고 대답한 20대는 25.3퍼센트뿐이었다. 이것은 2000년 조사 결과보다 절반이 줄어든 수치다. 차뿐만 아니라, TV나 에어컨, 이 세대의 필수품이라 생각되는 가정용 오락기,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스포츠 용품 등의 보유율도 일제히 하락했다.

 

물건 소유로 '차이를 만드는' 일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체현하는' 일에 관심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엔도는 한숨을 쉬며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는 세대가 일본 소비의 중심이 될 것이니, 물건을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참 큰일"이라고 말했다.

 

엔도와 나는, 과거 그가 관여했던 전설적 동인지 <도쿄 어른 클럽(東京おとなクラブ)> 시절에 만났다. 여담이지만 오늘날 세계적 키워드가 된 '오타쿠'라는 말은, 이 잡지 속 나카모리 아키오의 칼럼 <오타쿠 연구>에서 탄생한 말이다. 나는 이번 취재를 계기로 오랜만에 엔도와 다시 만났고, 일본의 컴퓨터 및 온라인 문화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그에게 온라인 시대의 물욕에 대해 물었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제 CD를 모르는 사람도 점점 나오고 있고요. CD는 귀찮아서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소유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어요.

그에 따르면 젊은이들의 욕망의 기준이 변했다고 한다.

우리 세대는 1년에 세 번밖에 못 갔지만, 빚을 내서라도 스키 용품을 사들였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은 차도 안 살 뿐더러, 그게 필요하다는 욕망 자체가 없어요. 매년 성인의 날마다 젊은이들이 연애를 안 한다는 게 뉴스거리가 되는데, 실제로 설문 조사를 해보면 20대 남성 중에 여자 친구가 있는 비율은 20퍼센트밖에 안 돼요. 그 반대도 똑같이 20퍼센틉니다. 이렇게 된 것은 그들이 욕망을 콘텐츠 형식으로 해소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우리 마눌(俺の嫁)'이라는 말이 상징하고 있는데요, 이 말은 오타쿠들이 마음에 드는 2차원상의 캐릭터를 언급할 때 쓰는 표현이죠. 무료 콘텐츠도 많으니, 부담 없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니코니코 동화(ニコニコ動画)*'에서처럼 직접 작품에 댓글을 달거나 2차 창작도 해볼 수 있습니다. 완전 재미있는 거죠.

* 유튜브 같은 일본의 동영상 사이트

 

이렇게 되면 사고가 소유하는 쪽으로 갈 겨를이 없습니다. 물론 피규어를 사모으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합성수지를 뭉쳐서 만든 기호 같은 것이라, 가상 아이템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즉 이 세대는 놀랄 정도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세대인 거죠.

물욕은 대체될 수 있다

사람의 정보량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선진국 사람들의 물건에 대한 소비욕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문명의 역설일까? 엔도는 이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정보가 적었기 때문에 물리적 소비에 맹목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이제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늘어나서, 관계성 속에서만 물건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죠. 물욕의 질이 변한 겁니다. 자신이 관여한 것 말고는 원하지 않는 겁니다.

 

과거 미국인 부호들이 호화로운 보여주기식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부를 과시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음의 문제라고 할까요, 본인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을 것인지가 부자의 기준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소비욕은 떨어졌는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올랐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욕은 대체물'이라고 엔도는 말한다.

물욕이라는 건 당초 무언가의 대체물이 아니었나요? 스스로 부유하다고 느끼고 싶다든지,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고 싶다든지 하는 욕구의 대체물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걸 물건으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자기의 마음 상태와 의사를 알리게 되었죠. 그런 뜻에서 자본주의가 끝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욕망과 소비니까요.

정부도 인정한 공유라는 큰 흐름

공유의 범람이나 인터넷 세대의 소유 포기 같은 징후는, 이미 일본 정부도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있다. 내각부 경제사회 종합연구소가 발표한 <회복력 있는 사회의 구축에 필요한 과학기술 혁신에 관한 조사 연구: 연구회 보고서>(2013)에서는 소비사회의 앞날을 이런 식으로 내다본다.

물건 중심 경제에서, 기존 자원을 활용하면서(예: 리노베이션) 가능하면 물건을 공유하고 질 좋은 물건을 적게 소비하는 '질' 중시 사회로 변화한다.

물욕은 줄고 개인이 아니라 공동으로 소유하는 사회, 물건의 소유보다 행위와 서비스, 지식이 더 중시되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과거 회귀일까,
혹은 진화일까?

그렇다면 어째서 20세기 사람들은 물건에 마음이 홀려 있었나? 다음 장에서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필요한 것 즉, '돈'과 물건을 소유해서 얻을 수 있다고 믿어온 '행복'의 미래를 탐색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