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을 앞두고

작년 11월부터 반년을 준비한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드디어 워렌 버핏을 만나러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갑니다. 떠나기 전에 몇 가지 사실을 고백하려 합니다.

첫 번째 고백

저는 가치 투자자가 아닙니다.

수익률을 보시면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주식 베이스의 가치 투자자가 아닙니다. 작년 수익 비중은 옵션이 7, 주식이 3입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제 잘난 맛에 시작한, 파생 투자자가 보는 가치 투자자가의 성공입니다. 그래서 버핏빠와 다르게 누구보다 의문을 가지고 버핏을 대했습니다.

두 번째 고백

버핏을 보고온다고 해서, 경제가 어떻게 될지 어떤 주식이 오를지 알 수 없습니다.

찰리 멍거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가족을 평생 부자로 만들어 줄 기회를 그렇게 쉽게 찾길 바랍니까?" 물론 기회를 대신 찾아 주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과거 버크셔 주총을 취재한 어떤 분께서는, 한국에 돌아와 버핏 연구소를 세운 다음 종목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시더군요. 제가 보기에 이건 La Liga에서 메시를 보고 온 사람이 한국에서 축구 교실을 여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분은 그럴 능력이 있는지 몰라도 저는 없습니다.

세 번째 고백

제가 주주총회를 충분히 이해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주주총회를 충분히 이해할 능력이 있는지 문의하신 분이 있는데 저는 영어 원어민도 아니고 경제학 박사도 아닙니다. '음악을 이해할 능력이 있냐?'고 묻기보다 콘서트 티켓을 먼저 사는 게 저라는 사람입니다.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버크셔 주총에 갈 티켓이 있고, 3일의 주총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서 6개월을 쏟았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고백

저에게 이 프로젝트는 비효율의 끝에 있는 투자처입니다.

효율의 정의는 최소 input, 최대 output입니다. 제가 돈을 바랬다면, 7백만원을 위해서 6개월을 투자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투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위대한 성과는 결과를 바라지 않은 비효율에서 나왔습니다. 100의 output을 위해 input을 줄이는 것을 효율적이라 부른다면, 절대 200의 output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위대한 결과를 위해 최대 input을 넣는 비효율을 택했습니다. 결과는 모릅니다.

다섯 번째 고백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버핏의 진실입니다.

행정병이나 전쟁 영웅담을 떠벌리지,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진짜 전쟁 영웅은 평화를 지지합니다. 버핏의 성공 역시 수많은 생고생을 바위처럼 견뎌온 결과이지만, 이 모두를 그대로 전한다면, 사람들은 치를 떨고 성공에 대한 도전을 포기할 것입니다.  그래서 버핏은 자신의 성공을 겸손하게 행운으로 돌립니다. 그러나 버핏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고생의 과정을 모두 말해줬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치가 떨리는 그의 성공의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