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투자가, 황준호를 만나다

퍼블리 박소령 CEO와 김안나 CCO가 '버크셔 & 버핏 프로젝트'를 통해 2016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가는 황준호 투자가를 만났습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나눈 대화의 시간을 공유합니다.

 

퍼블리 팟캐스트 '우리가 나눈 대담'은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김: 안녕하세요, 퍼블리 김안나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프로젝트 PM을 맡고 있고요. 제 옆는 황준호님이 계십니다. 황준호님은 이번 2016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가셔서 저희와 함께 취재를 해주실 분입니다. 직접 소개해주시죠.

 

황: 안녕하세요, 황준호입니다. 투자가이고요. 글 쓰는 사람 중에서 투자를 제일 잘 하고 싶고, 투자하는 사람 중에서 글을 제일 잘 쓰고 싶습니다.

투자란 무엇인가

김: 황준호님이 생각하는 투자는 무엇인가요?

 

황: 일단 투자가의 시각이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투자는 가치와 가격을 판단하는 거예요. 가치가 더 높은데 가격이 싼 애를 사는 거죠. 혹은 가치가 더 늘어날 거라고 보여지는 것에 투자를 하는 거고요. 그 두 개의 괴리를 발견하기 위해 모든 것에 가격을 매겨 보는 게 전 투자가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만남의 가격. 맨날 친구들 만나잖아요. 그런데 오늘 만나는 친구 중에 한 명이 나중에 대통령이 된다, 한 명이 10조원의 부자가 된다, 또 다른 한 명이 유명한 연예인이 된다. 이렇게하면 그 젊었을 때의 만남은 굉장히 비싼 만남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사람의 가능성까지 보고 만나면 그 만남을 굉장히 열심히(소중히) 하게 돼요.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저는 이 책이 천 만원짜리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요. 모든 책을요. 그래서 앞 부분을 읽고 천 만원짜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버려요. 왜냐하면 내 시간이 더 아까우니까.


투자가의 시각으로 세상을 봐서 가장 좋은 건 사람들이 잘못 평가하는 것들의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인 것 같아요.

투자가의 입장에서 보는 인생

황: 워렌 버핏 자서전은 워렌 버핏과 그의 인생 경영에 대한 내용이에요. 결국 투자가는 자기의 인생을 경영하는 거더라고요. 한 사람의 인생은 한정된 시간, 그리고 그 사람이 평생 버는 돈과 자원들, 이런 것들을 엮어서 완성시켜가는 겁니다. 그게 투자가의 입장에서 보는 인생이에요. 그 사람이 가진 시간과 자원을 배분하는 거.


투자가의 시각이 좋은 점은 가격을 제대로 매겨서 제대로 된 행동과 제대로 된 자원배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투자가의 시각으로 본 세상을 좀 더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지금 잘못하는 행동들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한 마디로 인생을 조금 더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이런 게 투자가의 시각으로 본 세상이 의미있는 이유 같아요.

 

버핏도 자서전에서 "내가 이래서 돈 너무 잘 벌었어" 이런 얘기보다는 자기가 한 실수가 무엇이고 자기가 왜 이 때 이런 결정을 했는지 등 인생에 대해 더 많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고요.

버핏의 투자를 따라하고 싶다면

황: 버핏은 좀 약았어요. 실제로 엄청 개고생해서 그 현재의 성공까지 왔는데,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못 따라하잖아요. 그래서 되게 편하게 말해주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투자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만 말해주고, 사람들이 그 간단한 메시지만 받고 투자를 해서 다 망하거든요.

그런데 진짜 버핏의 투자를
따라하고 싶으면,
그 사람의 개고생을 알아야 되죠.

버핏이 투자를 시작했던 26세 때 뭘 했냐면 기록보관소나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지금으로 치면 거의 100년 전이죠) 1900년대 초반 이후 기업들의 기사들과 무디스 메뉴얼, 그리고 핑크 시트라는 비상장 주식회사들 모아 놓은 책들까지 온갖 것들을 다 읽었다고 합니다.

 

버핏에 투자한 사람들이 왜 했냐면, 자기가 잘 아는 기업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자기보다 더 잘아는 거예요, 버핏이. 뭘 물어봐도 그런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은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정직하기도 하구나. 이 두 개를 보고 이 사람을 선택한 거예요. 사실 가장 중요한 게 실력과 신뢰인데, 버핏이 두 개를 모두 갖고 있었던 거죠.

본인을 평가하자면

박: 그런 면에서 황준호님 본인을 평가하자면 몇 점인가요? (버핏이 100점이라고 하면)

 

황: 글쎄요. 지금으로치면 진짜 10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딱 어떤 느낌이냐면, 베가본드라는 만화랑 비슷해요. 무사시라는 일본 무사에 대해 얘기하는 만화인데, 젊어서 50명하고 싸워서 이기고 이랬어요. 칼 싸움에 대한 회의를 좀 느끼고 떠돌다가 어떤 마을에 정착하는데 가뭄이 들고 사람들이 굶어 죽는 거예요. 그래서 무사시가 거기서 논을 일구기 시작해요. 한 마디로 논이라는 건 생명의 터전이잖아요. 생명을 빼앗던 사람이 생명을 일구는 거죠.

 

거기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논을 갖고 있던 사람한테 가서 자기도 논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흙을 씹어 먹어보라고, 이 흙은 다른 흙이랑은 다르다, 이 흙에는 수대에 걸쳐 생명이 죽고 살아서 그게 모두 축적된 것이다, 라고 말하거든요. 제가 지금 그런 느낌이에요.

 

얼떨결에 먹고 살 걱정없이 (아니, 먹고 살 걱정은 사실 돼요.) 옵션과 주식으로 돈을 벌었어요. 그런데 그건 정말 우연히 칼을 휘둘렀는데 상대방이 죽은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이걸 평생하려면, 좀 더 대가한테 가서 배우든지 아니면 생명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를 배워야 돼죠.

 

버핏이 진짜 대단한 건, 60년 동안 아직 (그의 투자가) 죽지 않았다는 거예요. 어떤 투자가들도 60년 동안 그렇게 계속해서 끊임없이 자기의 투자의 확신을 갖고 투자하기가 어렵거든요. 지금 100억만 있어도 신나서 포르쉐 사고 뭐 좋은 집 한 2~3개 산 다음에 50억 가지고 신나게 놀아도 되는 게 현실이에요.

 

그런데 버핏은 자기가 끊임없이 돈을 벌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 이유는 자기 동업자들이 자기한테 돈을 맡겼다는 의무감, 그리고 자기가 잘 하는 일을 계속 한다는 거. 그거 때문에 버핏이 50세 이후에 자기 재산의 99%를 쌓은 거거든요. 저도 그의 흙을 씹어 먹고 싶어서 가는 거예요. 내가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기 때문에.

'버크셔 & 버핏' 프로젝트를 앞두고

황: 여기에 펀딩한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기에 펀딩을 했는가, 사실 이게 되게 고민이었어요.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기에 펀딩을 하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기에 펀딩을 했는가. 그런데 사실 답부터 말하자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게 답이에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가 왜 이 프로젝트를 하냐면, 제가 보는 시각이 펀딩 금액만큼의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딱 그거예요. 버핏을 보고 와서 버핏이 어떤 투자를 하는지, 어디에 투자를 하는지, 그래서 나의 투자에 어떤 도움이 되게 만들어줄지를 원하는 거거든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어요. 버핏을 취재하러 간 기자가 버핏과 사진을 찍고 우리나라에서 버핏연구소를 세웠더라고요.

 

(그걸 보고) 제가 받은 느낌은 어떤 거냐면, 제가 스페인에 가서 메시가 경기하는 걸 보고 한국에 와서 축구 교습소를 여는 거예요. 그 분이 버핏연구소에서 하는 게 종목 추천이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그 사람이 메시 같은) 축구 선수가 아니잖아요. 그 분은 투자가가 아니에요. 심지어 저도 그걸 할 수 없어요. 투자 종목을 추천하고 어떤 거에 투자해야되고, 금에 투자해야 되냐, 유가 어떻게 될거냐, 아무도 모르죠. 그걸 안다고 하는 게 사기인 거예요.

 

그런데 그걸 해줄 수 있다고 하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면, 조금 더 그걸 원하는 사람들의 돈을 받을 수 있겠죠. 주식 종목 추천해주는 사람들이 받는 돈이 최소 30만원에서 한 달에 150만원까지도 되니까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다 사기인 이유가, 그런 사람들이 그런 수익률을 낼 수 있으면 지금 버핏보다 부자여야죠.

 

버핏 연간 수익률이 지금 50년 동안 20%가 좀 넘어요. 그런데 아무도 매년 20% 이상 수익을 못 내요. 그런데 10배 되는 종목 추천해주겠다? 한 달 후에 오를 종목 추천해주겠다? 다 사기인 거죠. 물론 한 두번은 할 수 있으니까 그게 유지가 되는 건데, 계속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도 이 버핏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런 걸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줄 수 있는 건 (저 역시도 그런 걸 얻고 올 것 같은데) '환상이 없다, 비법이 없다' 라는 깨달음이에요. 제가 철인 3종경기를 하는데, 이게 장비병에 걸리기 너무 쉬운 종목이에요. 내가 100만원 짜리 자전거를 타는데 500만원 짜리 자전거 타면 더 잘할 것 같은데, 실제 경기를 해보면 다 필요없고 연습량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투자에서 하는 것도 다 똑같아요. 자기 직장이 있고, 사업이 있고, 짬을 내서 하니까 그런 종목 추천 같은 거에 돈을 들여서라도 수익을 얻고 싶은건데, 그런건 없습니다. 그런게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냐면, 훈련을 할 수 있게 돼요. 버핏은 매일 매일 500쪽 씩 읽으라고 했어요. 그러면 지식이 복리처럼 쌓여서 결국 안목이 생기고, 그 안목 때문에 수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죠.

저도 그런 거에 기대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이번에 주주총회에 가서 '버핏이 그냥 할아버지예요' 라고 말하면 '한 사람이 그렇게 거대한 무언가를 이룰 수 있구나' 에 감탄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사람이 평범해보이는 사람이기에 '나도 그 사람처럼 될 수 있구나' 라는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법이 없다는 걸 깨달음으로써 저도 이제 버핏처럼 개고생하면서도 '다른 비법이 좋은 지름길이 없을까' 이런 잔머리를 안 굴리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고요.

 

그 과정을 누군가에게 전달해줘서 그런 메시지 몇 가지라도 얻을 수 있으면 그건 그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설령 제 프로젝트를 보고 마음에 안 드시는 분이 계시면, 저에게 이메일을 주시면 제가 다 환불해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다.

대담을 마치며

박: 언제 귀국하시나요?

 

황: 신나게 놀다가 12일날 귀국하려고 했는데, 가서도 글을 엄청 쓸 것 같아요. 이거 좀 늦추면 안 되나요? 이메일 저한테 주세요. (웃음) 제가 좀 늦어지더라도 너무 화내지마시고요. 열심히 쓰고는 있는데 정말 후회될 정도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먼저 취소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 글이 마음에 안 든다든지 늦어져서 화가난다든지 하시는 분들은 저에게 이메일을 주시면 5월 중순에 제가 귀국해서 다 환불해드릴테니까, 마음놓고 펀딩하시고요.
 

박: 첫 번째 콘텐츠가 언제 나가죠?

 

김: 저희가 발행하는 콘텐츠가 두 종류인데, 하나는 주총의 현장을 담는 현장 스케치가 있고, 지금 황준호님께서 고통 속에서 쓰고 계시는 버크셔 앤 버핏 리포트가 있어요. 현장 스케치 같은 경우는 5월 1일, 2일 양일에 걸쳐 나가고, 리포트는 5월 3일 첫 발행입니다. 총 10번에 걸쳐서 나가는 걸로 야심하게 일정을 잡아 놨죠. 일단 예정은 그러합니다.

 

박: 5월 3일에 나갈 리포트는 완성이 되었나요?

 

김: 조금 전에 완성 됐어요. 주제는 버핏에 대한 오해인데요. 사람들은 왜 버핏을 어떤 프레임에 넣고 오해 속에서 읽으려고 하나, 버핏이 실제 어떤 사람인지. 1회에서는 그런 것들에 대해 다룹니다.


박: 2회는 언제 나가나요?

 

김: 토요일에 나갑니다. 매주 화요일, 토요일 두 번씩 나가게 되는 걸로 5주 동안 발행이 되거든요.
 

박: 잘 다녀와주세요.

 

황: 막상 가려니 신나고요. 환승을 한 번 하고 가야해서 엄청 비싼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제 돈이 아니니까 엄청 아껴서 소박한 대한항공 타고 갑니다.

 

김: 담고 싶은 메시지는 꼭 담는 것으로...

 

황: 네. 제가 버핏을 되기 좋아하게 된 이유가, 버핏의 투자원칙이 마음에 들어서예요.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거,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지키는 것. 제3원칙은 아무도 모르는데, 빚을 지지 않는 거예요. (책에 나와 있는데 아무도 안 읽어요. 1,2원칙만 계속 뉴스에서 볼 수 있거든요.) 사실 1,2원칙만 알아도 좋은데, 제가 1,2원칙을 제 마음대로 해석해서 돈을 벌었거든요. 그때 저는 생각이 비싼 거라는 것을 느꼈어요. 아 진짜 생각하나로 엄청나게 많은 것이 바뀔 수 있구나.

 

사실 이 프로젝트에서 제 글을 다 읽고 하나의 메시지만이라도 가져갈 수 있으면, 그리고 그 메시지 하나만으로도 아깝지 않은 프로젝트가 된다면 이건 큰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낀게 100이라고 쳤을 때, 100분의 1을 내고 그것의 반 정도라도 얻을 수 있으면 저는 이 투자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만큼 어떤 메시지 하나, 생각 하나를 기필코 얻어 오겠습니다.
 

박: 고맙습니다. 다녀오셔서 또 2차 녹음을 하시죠.

 

황: 네, 그때는 좀 더 말쑥하게 입고와서 촬영을 하시죠. 펀딩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