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자발적 개혁을 통한 불황 탈출, 다이킨공업

장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기업들이 업종과 관계없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디플레이션 현상이었다. 하지만 불황으로 닫힌 지갑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에는 분명 열렸다. 오히려 한번 지갑을 연 소비자들은 특정 기업에 집중적으로 성원을 보내기도 했다. 불황에서 승자가 된 리딩 기업들의 전략적 특징은 무엇이었을까.
적자에 허덕이던 다이킨, 
창업자 일가가 아닌 
이노우에에게 경영을 맡기다 

다이킨(DAIKIN)공업은 원래 일본 최초로 일체형 에어컨, 빌딩용 에어컨을 개발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업무용 에어컨 부문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1980년대 버블기에 다양한 사업 분야에 손을 뻗었다가 버블이 붕괴되면서 문어발식 다각적 경영이 교착 상태에 놓여 적자에 빠진 적이 있다. 바로 그때 창업자 일가로 3대 사장인 야마다는 집안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노우에 노리유키에게 경영을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


야마다는 다이킨에 입사한 이후 에어컨 제조 부문에서 일해 온 이노우에를 불황에 최적화된 경영자로 보았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이노우에는 사업 다각화를 포기하고 에어컨 부문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했는데 그 결과, 물을 공급하지 않고도 가습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에어컨 '우루루와사라라'라는 히트상품을 내놓았다. 타 업체들과의 기술 개발에 있어서 완벽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물을 공급하지 않고도 가습기능을 지닌 에어컨 우루루와사라라의 TV 광고 ⓒDAIKIN

 

한편 다이킨은 2003년 유럽에 폭염이 덮치자 유럽 시장 진출의 호기로 보고 가정용 에어컨의 제조 방향을 유럽 소비자에 맞추었다.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는 자사만의 힘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경쟁업체와 코피티션(협력적 경쟁)을 통해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인버터 형식의 에어컨을 주력 상품으로 출시, 매출을 확대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