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edu를 알게 되다

2015년은 내게 있어 '탐색의 시간'이었다. 어린아이의 발달과 교육을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무척 전통적이고 변화가 느린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교육이 오늘날 최첨단 혁신과 궤를 함께 하며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걸 점차 알게 되었고, 학교 공부도 뒷전으로 한 채 슬슬 딴눈을 팔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해야겠기에 뉴욕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들을 찾아다녔다. 비즈니스 스쿨이 주최하는 스타트업 콘퍼런스에 가서 이해하지도 못하는 생소한 내용을 꾸역꾸역 들어보고, 교육기술(educational technology) 밋업(meetup)에 가서 뻘쭘함을 참고 사람들과 영양가 없는 이야기도 나눠보고, 첼시 한복판 교육기술 쇼케이스에 가서 기웃거리다가 "너 공부 좀 더 하고 와야겠다"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그렇게 별 소득 없는 탐색을 계속하던 중 "전국 단위 콘퍼런스에 가서 눈이 뜨였다"는 지인의 말이 떠올라 '큰물에 가서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검색 끝에 SXSWedu를 알게 됐고 얼리버드 표를 지른 것이 벌써 작년 9월의 일이다.

SXSWedu는 SXSW가 아닙니다

ⓒ오영주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SXSW는 음악과 영화로 시작해서 첨단기술까지 아우르는, 즐기기 좋은(?) 페스티벌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에 반해 SXSWedu는 2011년에 시작된 교육 전문 콘퍼런스로, 텍사스 오스틴에서 SXSW 직전에 열린다. (이 밖에도 환경을 주제로 한 SXSW Eco와 스타트업과 VC의 만남의 장인 SXSW V2V가 있다.)

 

2011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텍사스 지역 K-12* 교육을 중심으로 했으나 이듬해부터 전국에서 찾아온 교육자, 지도자, 연구자, 정책 입안자, 기업가 등이 모여 2015년에는 참가 규모가 6,000명에 이르렀다.

* K-12: 유치원(kindergarten)부터 고등학교(12th grade)까지의 미국 정규 공교육 과정

 

초기에는 주제 선정 및 운영 측면에 미숙한 점이 있어 좋지 않은 여론도 있었으나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광범위한 교육 관련 화두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교육 전문 콘퍼런스'로 자리 잡았다.

 

아래 2016년 행사의 프로그램 트랙을 보자.

  • Arts 미술, 음악, 창작 등 예술 교육
  • Assessment 학습성취도의 평가 문제
  • Cognitive Process 창의력, 이해력 등 인지과정의 이해
  • Continuing Education 성인을 위한 평생 교육
  • Data Analytics 교육 데이터 분석 및 해석
  • Early Learning 조기 학습, 유아 교육
  • Educational Equality 인종, 경제, 정치로 보는 교육평등 문제
  • Entrepreneurialsim 기업가정신 및 사회혁신 교육, 교육계 스타트업
  • Gaming 게임 기반 교육과 관련 기술 (가상현실, 온라인대중강의)
  • Implementation 교육기술 혁신을 어떻게 포용하고 실행할 것인가
  • Instructional Strategies 수업 전략, 교육 방법
  • Leadership 교육 리더십, 학교 운영
  • Learning Spaces 창의적인 학습 환경
  • 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사회정서교육
  • Special Needs 특수 교육

ⓒ오영주

주제뿐만 아니라 형식도 다양해서 강연, 워크샵, 패널토론, 정책포럼, 대담, 멘토링, 놀이터, 영화 상영, 네트워킹 이벤트 등 매일 100개에 가까운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호기심이 생기고 욕심나는 주제마다 호기롭게 별을 꾹꾹 눌러 북마크 했다가는 몸이 셋이라도 소화할 수 없는 시간표가 나온다.

 

기조연설과 특별세션은 가능하면 모두 사수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내 주요 관심분야인 유아교육과 사회정서교육, 교육 데이터, 그리고 교육기술의 활용에 관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비슷한 내용이 겹치지 않게 골고루 듣기로 했다.

 

아래는 첫날 택한 세션들.

[기조연설]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이들의 문제해결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 템플 그랜딘, 콜로라도 주립대 가축행동 및 복지학 교수

Helping Different Kinds of Minds Solve Problem by Temple Grandin, Professor of Livestock Behavior & Welfare, Colorado State University

 

드디어 SXSWedu 첫날. 기조연설이 진행되는 큰 행사장은 흥분한 청중들로 술렁였다. 총괄 프로듀서 론 리드의(Ron Reed)의 개회사로 SXSWedu의 막이 올랐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SXSWedu를 참관하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이었다. 최대한 체계적으로 꼼꼼히 계획해서 듣든 그냥 뛰어들어 끌리는 대로 듣든, 모든 배움은 유효하다는 것. 이 콘퍼런스의 주제인 '교육'의 정신에 적합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SXSWedu는 'south by southwest edu(에듀)'라고 일일이 읽을 필요 없이 'south by E-D-U'라고 부른다는 것도 알게 됐다.

 

기조연설에는 팀 버튼 영화에 나올 것처럼 주근깨가 잔뜩 나고 괴팍해 보이는 할머니가 연사로 등장해서 의아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활기 넘치는 센 억양의 말투와 거침없는 유머로 좌중을 압도했다. 알고 보니 가축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자폐증(Autism Spectrum Disorder, 또는 ASD)에 적합한 교육 방법을 연구한 학자였다.
 
시각, 패턴, 언어, 청각을 주로 활용하는 여러 종류의 사고방식을 소개하고, 어떻게 하면 보통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아이들의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 논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고려할 요소로 노출, 경험,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을 꼽았다.

 

우리 사회와 교육제도가 어떻게 '다른' 이들의 장애 아닌 '재능'을 매장하는지, 자폐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그의 교육적 통찰이 감명 깊었다.

[패널토론] 어린 학생들에게 큰 생각을 심어주는 법

Inspiring Little Learners to Become Big Thinkers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지지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논한 패널토론. 시각자료도 있고 준비도 충분히 된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질문별로 개별적인 논의가 오가다 보니 다소 산만한 감도 있었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어마어마해서, 3-4살 아이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던지는 질문의 개수가 한 시간에 평균 76개에 이른다고 한다.

 

어떻게 이 호기심을 효과적으로 일깨우고 충족시키면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할지, 그리고 유치원(pre-school)을 지나서도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할지 교육자의 역할과 태도, 접근 방식을 논했다.

[업계 화두] 학습경험의 데이터를 포착하라 & 디지털 시대, 학생의 개인 정보 보호

Capture the Data of Experience & Protecting Student Privacy in the Digital Age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기술 기반 학습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상세히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분야의 데이터나 마찬가지듯, 쏟아지는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통찰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석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한편 모바일 앱, 교육 소프트웨어 등 교육기술 제품에 누적되는 학생의 개인 정보 보호 문제 역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이 정보는 학생과 부모의 것인가, 학교의 것인가, 아니면 공급자의 것인가? 교육 데이터와 개인 정보 문제에 관한 화두와 성공사례(best practice)를 살펴봤다.

[특집세션] 효과적인 사회정서학습: 교실에서 지역사회까지

Effective SEL: From Classroom to Community

 

2012년, 코네티컷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왜 사람들은 연민을 잃고 이렇게 잔혹한 폭력을 저지르는 걸까? 학교에서는 시험 성적으로 아이들의 학습성취도를 측정하고, 학습능력에 초점을 맞춘 교육 제품들이 쏟아지지만 사회정서 능력의 함양은 생명이 오가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사회정서학습(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의 범위를 자기인식(self-awareness), 자기관리(self-management), 사회의식(social awareness), 대인관계 능력(relationship skills),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responsible decision making) 등으로 정의하고, SEL 전용 게임으로 개발된 'Zoo U'의 배경, 설계 및 활용 사례를 통해 SEL이 나아갈 길을 논의한다.

[일반세션] 어린이와 TV: 아이들은 모니터를 통해 어떻게 배우나

Tots and TVs: Children's Learning from Screens

 

TV부터 태블릿까지… 요즘 아이들이 모니터를 보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길다. 어린아이들이 TV나 여타 미디어를 활용하면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인지과정을 이해하고, 최적의 학습효과를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능동적 참여(actively involved), 몰입(engaged), 사회적 교류(socially interactive), 유의미한 경험(meaningful experience) 등 교육적 콘텐츠의 네 가지 기준에 따라 TV와 타 미디어의 효과성을 살펴본다. 최신 연구 내용을 집대성한, 매우 정보 집약적이었던 세션!

 

[교육의 미래, 미래의 교육 - 2016 SXSWedu]
2016 SXSWedu에서 보고 느낀 더 많은 내용들이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