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을 맞은 SXSW의 빅 이벤트

이번 SXSW는 30주년을 맞아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참석한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빅 이벤트였죠. 그런데 SXSW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를 모시느라 힘들었을 겁니다. 미셸 오바마를 의전하는 데에만도 새벽부터 오스틴 컨벤션 센터를 통제하고, 미디어 등록을 따로 받고, 키노트를 진행하는 데 활용할 질문을 미리 받는 등 신경 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키노트에 참석할 일반인 참가자를 모으는 데에는 제비뽑기를 활용했고요. 백악관에서 검증한 기자, 단체의 사람만 받아들이면 더 수월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의 키노트 모두, SXSW에 미디어로 등록한 사람에게 두 세션에 미디어로 참석하려면 등록을 따로 하라며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제출하는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이름과 매체 명, 매체 책임자의 연락처 뿐이었는데요. 마감 일자와 시각을 정해 취합한 뒤 대상자에겐 전날 통보하였습니다.

 

미셸 오바마는 전날 자정이 다 되어 연락을 보냈어요. 되든 안 되든, 미디어 등록에 관한 안내 메일을 모두에게 보낸 건 흥미로웠습니다. SXSW에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꼈으니 축제를 취재하러 온 미디어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겠죠.

그래서 저는 미셸 오바마 세션에 프레스로 들어갔습니다.

미셸 오바마 세션 프레스 등록증 ⓒ정보라

미셸 오바마 세션에 프레스로 들어가다

미디어로 접수한 걸 확인한 뒤 에스컬레이터로 가려는데 모여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모두 기자였습니다. 경비 담당은 20명을 채워서 인원을 모았습니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면 모두 가방과 손에 쥔 카메라도 잠시 내려놓고 몸 수색을 했습니다.

 

몸 수색은 간단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기자라서 혜택을 준거라고 했습니다. 일반인은 음료와 음식물은 커녕 가방을 맡기고 입장했습니다. 기자는 가방에 노트북과 긴긴 코드 줄이 있어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도 기자는 반입이 가능했습니다.

 

대단한 자리에 앉은 건 아닙니다. 중간에 카메라와 방송 장비 바로 뒷 자리에 앉았어요. 이게 뭔가요. 무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 석 앞의 단상은 촬영 기자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의 자리가 더 잘 보였습니다. 트위터에서 #FLOTUS를 검색하면 영부인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들이 나올 겁니다. 

자리가 이래서 무대가 보이지 않았어요 ⓒ정보라

제 주변 기자들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지 못할 거면 아예 부르지를 말던가. 몰래 앞으로 가서 앉으려던 어느 기자는 경호원에게 팔꿈치를 붙들렸고, 곧바로 퇴장조치를 당했습니다.

나중에 겨우 찍은 사진 ⓒ정보라

 

Let Girls Learn

미셸 오바마가 들어오기 30분 전 뮤지컬 위키드 노래가 나왔습니다. 왜 이 노래를 틀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옆자리 기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걸파워 얘기 아니더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미셸 오바마가 얘기할 주제가 교육받지 못하는 여성에 대한 거죠.

 

출처 : kxan · First Lady Michelle Obama talks about educating girls at SXSW

 

불과 우리 부모 세대만 하여도 딸이라서 학교 안 보내고, 딸이라서 오빠와 남동생 뒷바라지해야 했습니다. 이런 얘기하면 저는 늘 울컥합니다. 자라면서 주위 어른들에게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제 자신이 아니라 남동생을 위해 살라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로밖에 안 들렸어요.

 

어른들의 뜻없는 말이었겠지만, 말귀 알아 먹을 때부터 그런 말을 듣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SXSW에 오니 갖가지 생각이 듭니다. 한 주제에 집중하는 행사가 아니어서일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미셸 오바마는 생뚱맞게도 음악 축제 기간에 와서 여성의 교육을 얘기합니다. 중요한 얘기이긴 합니다만, 꽤 시끌벅적하게 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행기로도 4시간 걸리는 오스틴 시까지 굳이 왔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 타코 가게를 찾아가서 '공화당'과 '민주당'과 '무소속'을 주문했습니다. (메뉴 이름이 저렇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우호적인 오스틴 시에 찾아온 데에 정치적인 노림수가 없다곤 말 못하겠죠.

오바마 대통령이 주문한 타코 가게 메뉴 Torchy's Tacos ⓒ정보라

정치적 계산을 한 끝에 온 것이라 하더라도 두 사람은 생각할 거리를 남기고 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엔지니어에게 '국가를 생각하는 기술'을 고민할 것을 설득했습니다. 기술이 정부를, 민주주의를 더 낫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럴 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 몇십만 개발자를 양성하겠다는 따위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몇억, 몇십억, 몇백억, 몇천억 예산을 쓰겠다는 공약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의 힘을 옳은 일에 써달라는 얘기를 한 겁니다.

미셸 오바마가 한 얘기는 어떻습니까. 오바마는 SXSW 행사 참석자가 아닌 미국 국민을 청자로 두고 말했습니다만, 미셸 오바마의 얘기는 세계인을 청자로 삼았습니다. 지구촌에 교육받지 못하는 여자 아이가 6200만 명이나 되는데 이 아이들 모두는 교육을 받을 가치가 있다면서요. SXSW가 올해 다양성을 주제로 한 세션 14개를 마련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얘기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여자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 아이의 가족과 아이를 둘러싼 사회가 더 탄탄해질 겁니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은 한 가지 성향의 사람으로 구성된 곳보다 생각의 흐름이 더 탄탄할 것입니다. 기업이 조직을 구성하는 궁극적인 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낫게 만들 것이고요.

 

미셸 오바마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교육에서 소외 당한 아이들, 여자 아이들이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Let Girls Learn 캠페인을 같이 벌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에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캠페인을 위해 미셸 오바마는 3월 18일 일본에 가서 아베 총리를 만날 예정입니다.

ⓒ백악관 웹사이트


* PUBLY와 정보라 기자가 함께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SXSW에서 본 IT/스타트업 핫 트렌드' 데일리 메모 5화의 일부를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