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리제이션은 왜 중요할까

Editor's Comment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전 세계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반면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한국과 중국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지에서 통할까? - 그들이 사용하는 로컬리제이션 매뉴얼'의 첫 번째 미리보기를 통해 로컬리제이션이 왜 중요한가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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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Ryoji Iwata/Unsplash

무척 좋아하는 해외 브랜드나 서비스가 드디어 한국에 진출했는데, 내가 알던 이미지와는 너무 달라 실망한 적이 있다면? 반대로 한국 소비자를 너무 고려하지 않아 화나거나 안타까웠던 적은? 

 

이미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어디까지 지키고 바꿀지에 대한 가늠이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이 고민을 거치지 않고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만을 보고 뛰어든다. 좋은 제품, 서비스지만 한국에서 실패한 사례 대부분이 이런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 현지화) 전략의 부재나 실패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가령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가 왜 한국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철수해야 했을까. 한국의 법적, 사회적 환경과 관련 업계를 더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했다면 지금 서울에서도 우버블랙만이 아닌 우버를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로컬리제이션은 번역이 아니다

모든 비즈니스가 로컬리제이션을 신경 써야 하겠지만, 물리적인 경계가 거의 없는 IT 업계에서는 이 현지화가 필수로 다뤄진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테크 기업 종사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현지화가 되는 건지 잘 모른다. 심지어 로컬리제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조차도 아래와 같이 말하곤 한다. 

번역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번역 업계에서도 번역과 로컬리제이션은 다르게 보지만, 솔직히 나도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단어조차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2013년에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 관련 수업이 개설되어 내가 후배들을 가르칠 기회를 누리기도 했다.

 

로컬리제이션은 텍스트를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뿐 아니라 날짜와 주소 형식, 화폐와 거리 단위 등을 현지화하고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행태를 UX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을 포함한, 그 시장의 문화적, 법적, 사회적 요구를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광범위한 작업을 말한다.

 

웹사이트에 주소를 입력할 때 미국 주를 입력하는 게 필수 항목으로 되어 있어 곤란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라. 또는 우편번호를 입력했는데 맞지 않은 형식이라고 오류가 떴던 적은 없는가? '어머니의 날'이라며 마케팅 이메일을 받아본 적은? 

 

미국 회사가 호주에서 비즈니스 할 때는 로컬리제이션 할 필요가 없을까? 뜨거운 12월과 추운 8월을 지내는 호주에 미국의 계절 마케팅 이메일이 그대로 고객에게 전송된다면 어떻게 될까.

©Curtis MacNewton/Unsplash

자, 에어비앤비의 다음 작업 중 로컬리제이션에 해당하지 않는 일은 무엇일까?

a. 홈페이지에 나오는 텍스트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
b. 일본 사용자를 위해 사용 안내 동영상을 새로 제작하는 것
c. 중국 사용자를 위해 웨이보 가입 채널과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d. 한국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한국인 게스트의 경우 체크인 30일 전까지 예약 취소 시 전액 환불되도록 제품을 수정하는 것

모두 로컬리제이션이다.

 

(a)는 말 그대로 번역이다. UI 번역은 로컬리제이션의 기본이다.

 

(b)와 (c)은 한 단계 더 나아간 로컬리제이션이다. UI 등의 텍스트는 여러 언어로 지원하면서 이미지나 동영상은 현지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용자 경험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준다.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입 채널과 결제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구글 플러스 계정을 이용한 로그인은 흔하지만, 한국 사용자 대부분이 가진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계정 로그인을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d)는 현지의 법을 반영하는 로컬리제이션으로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부분이다. 해당 지역의 법과 문화를 존중하는 노력은 현지화의 핵심이다. 로컬리제이션은
단순 번역만으로 되지 않는다

비슷해 보이는 시장도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법이나 정책부터 소비자의 니즈나 문화에서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이런 차이를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로컬리제이션이다. 

로컬리제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사겠다 - 72.4%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가격보다 더 중요하다 - 56.2%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된 웹사이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 72.1%
출처: Can't Read, Won't Buy: Why Language Matters on Global Websites (CAS, 2006.09.29)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CAS(Common Sense Advisory)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8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당연한 결과지만, 어떤 시장을 공략할 때 현지 언어를 지원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같은 기관에서 온라인 사용자 수 기준으로 세계 10대 언어를 조사한 수치를 보면 2007년에는 한국어가 8위였지만 2017년에는 18위로 밀려났다.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지역에 점점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한국어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사업을 구상하고 서비스를 개발할 때 한국 시장만을 고려하면 분명 한계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경쟁하는 상황에서 로컬리제이션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Fancycrave/Unsplash

구글은 어떻게 100개 이상의 언어를 할까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구글은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지원하는 언어는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구글 검색은 140여 개 언어로 제공한다. 구글이 출시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제품이 100가지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많은 제품을 수많은 언어로 지원해야 하는 엄청난 규모의 작업인 셈이다. 

 

구글은 내부에 로컬리제이션팀을 꾸린다. 제품별로 로컬리제이션 프로젝트 매니저(Localization Project Manager)를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언어별로 랭귀지 매니저(Language Manager)를 채용해 주요 언어를 관리한다. 번역 툴 개발과 지원, 데이터 분석과 예산 관리, 집행 등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팀도 둔다.

 

하지만 구글처럼 내부에서 관리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부 외주를 주거나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또는 기계 번역(machine translation)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초기에 사용자들에게 번역 툴을 오픈하고 사용자들끼리 좋은 번역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번역 품질을 관리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크라우드 소싱을 성공적으로 사용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기계 번역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본 리포트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어떤 로컬리제이션 프로세스와 기술이 있는지 알아보고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로컬리제이션 전문가들로부터 그들이 생각하는 현지화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리고 이 분야의 커리어는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지에서 통할까? - 그들이 사용하는 로컬리제이션 매뉴얼]

 

구글에서 로컬리제이션을 담당했고, 현재는 에어비앤비의 로컬리제이션 매니저인 장혜림 저자가 '로컬리제이션도 체계적인 프로세스 구축을 통해 이루어져야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라는 명제 아래 실질적인 로컬리제이션 매뉴얼을 제공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