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에 주목하는 이유

Editor's Comment

토큰 이코노미라고 불리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은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요? 이것을 상상하려면 토큰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고, 토큰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이더리움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블록체인이 광고를 만났을 때 - 마케터가 알아야 할 블록체인 광고'의 두 번째 미리보기를 통해 새로운 공유경제 생태계를 열어갈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대해 소개합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7월 26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Marc Sendra martorell/Unsplash

2014년, 신기술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World Technology Awards)'에서 마크 저커버그를 제치고 IT 소프트웨어 분야의 수상자로 뽑힌 20세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하 부테린).

* 관련 기사: 저커버그 제치고 'IT 노벨상' 받은 청년 (시사IN, 2015.1.5)

 

이 젊은 청년은 비트코인 이후 부상했던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의 창시자입니다. 부테린은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가 수행하는 각각의 고유한 기능을 포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생각은 새로운 공유 경제를 비롯해 산업 전반에서 실제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볼 수 있으며 공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장부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보상이 비트코인이라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보상은 이더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그 목적입니다. 비트코인의 목적이 탈중앙화된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었다면, 이더리움의 목적은 탈중앙화된 인프라와 서비스를 더욱 크게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단순한 화폐 발행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언어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지원함으로써 블록체인 위에 사실상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 운영체제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화면 구성이나 프로그램 동작에 필요한 각종 함수를 모아놓은 것

 

즉, 누구라도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해 그 위에 자신들만의 프로젝트나 탈중앙화된 서비스인 DApps(Decentralized Applications)*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구현할 때 그에 필요한 기술을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서 작동하는 탈중앙화된 서비스 혹은 소프트웨어를 말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이더리움 DApps로는 컴퓨터계의 에어비앤비라 불리는 '골렘(Golem)', 집단지성으로 만든 예측시장 '어거(Augur)', 가상의 고양이를 교배하고 길러서 팔 수 있는 가상 게임 '크립토키티스(Cryptokitties)', 30초 안에 350억 원의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유명한 광고 브라우저 'BAT(Basic Attention Token)' 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데는 이더리움의 역할이 큽니다. (중략) 이더리움의 가치는 2018년 6월 현재 시가총액(market cap) 약 598억 달러(한화로 약 64조 원)*로, 이는 비트코인의 50% 정도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 코인마켓 기준

 

여기에 각각의 DApps에서 통용되는 개별 토큰의 가치까지 모두 합하면 비트코인을 넘어서는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이더리움 기반 프로젝트들의 토큰 정보를 제공하는 이더스캔(Etherscan)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토큰은 약 500여 개로, 이 리포트의 뒷부분에서 소개할 광고 프로젝트들 역시 스팀잇을 제외하고는 전부 이더리움 기반 프로젝트들입니다.

이더리움과 새로운 공유경제 '토큰 이코노미'

이더리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토큰 시스템입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 사람들을 끌어모아 함께 키워나가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가 해당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원래 화폐(Native Currency)라면, 토큰은 블록체인 상의 DApps에서 사용되는 하위 화폐 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원래 화폐인 이더 대신에 토큰을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토큰 이코노미가 작동하는 모습을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버는 사용자와 운전자를 중개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입니다. 중개자로서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며, 서비스와 마케팅을 제공하는 대가로 20%의 수수료를 취합니다. 그리고 우버라는 회사가 성장하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이 금전적 이익을 봅니다. 이 생태계에 기여하는 운전자나 사용자가 금전적 이익을 얻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D우버(Decentralized Uber)*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볼 수 있고 공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장부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서비스를 독점하는 중개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20%나 되는 수수료를 가져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 탈중앙화된 우버 / 관련 기사: "참여자 모두 돈 버는 '토큰 이코노미' 가능하죠" (한국경제, 2018.2.7)

 

대신 이곳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토큰을 통해 거래함으로써 참여에 따른 이익을 얻습니다. 운전자는 토큰으로 받은 수입을 바로 현금화할 수도 있고, D우버의 성장 가치를 믿고 가지고 있다가 토큰 가치가 상승할 때 환전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도 토큰을 보유함으로써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환전해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토큰은 이 D우버라는 생태계에서 지불 수단으로서 사용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일종의 지분으로서 투자 가치도 지닙니다. 결국 D우버 토큰의 성장 가치를 믿고 보유하는 사람이 늘수록 보이지 않는 손의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토큰의 가치가 올라갈 것입니다.

* 비트코인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총 발행량(공급)이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은 2030년까지 2100만 개이다.

 

그런데 이더라는 가상화폐는 D우버에서 생태계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보상이 아니라 이더리움 블록체인이라는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한 보상입니다. 그래서 이더는 해당 DApps가 구축하고자 하는 생태계에서 참여자들에 의해 가치가 만들어지고 참여자 모두가 지분을 얻어가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토큰을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토큰 시스템은 개인 간에 탈중앙화된 신뢰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참여자들이 함께 생태계를 키우고 모두가 그 과실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그것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만 과실을 나누는 지금까지의 '주식회사'와는 매우 다른 시스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토큰 시스템은
'토큰 이코노미'로 불리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발전 중입니다

이더리움은 태초부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플랫폼을 지향하며 DApps들의 성장에 따라 사용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급량이 정해진 희소성 있는 최초의 가상화폐로서 비트코인이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큰 그림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부테린은 이미 2015년 이더리움 토큰의 표준을 만들어 이더리움 토큰 간 거래를 쉽게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후에 미스트 월렛*의 창업가가 이를 다듬어 ERC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 20)이라는 이더리움 토큰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 월렛(가상화폐 지갑)은 사용자 간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갑으로, 공개키와 암호키를 보관한다.

 

이로써 토큰은 각자 생태계 안에서 각각의 가치를 구축하며, 필요할 땐 언제든지 이더리움 월렛이나 거래소를 통해 손쉽게 이더 또는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토큰은 비금전적 기여를 통해 얻을 수도 있지만 금전적인 기여로 얻을 수도 있습니다. 비금전적인 보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의 작업 증명(proof of work)*이나 스팀잇의 글쓰기 같은 활동입니다. 토큰 이코노미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가는 사람들의 활동, 예를 들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서 얻는 보상을 쇼핑몰에서 사용하거나 거래소에서 환전하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합니다. 혹은 주소록에 없는 스팸메일을 열면 토큰을 보상함으로써**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기도 합니다.

* 비트코인에 사용된 합의 알고리듬 방식. 참여자들이 새로운 블록에 대해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암호를 찾아내고, 해당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하는 절차이다. 가장 먼저 암호를 찾아낼 경우 비트코인을 보상받는다.

** 관련 웹사이트: 비트바운스

 

한편, 금전적인 기여를 통해 토큰을 보상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방식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초기 토큰 판매인 ICO(Initial Coin Offering*)입니다. ICO는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화폐 투자 열풍 또는 버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본래 취지는 회사의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토큰을 판매함으로써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해 코인을 판매하는 것

 

지분을 판매하고 자금을 마련하는 주식회사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ICO라고 합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상장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IPO와 달리 ICO는 아직 아무런 제도적 요건이 없습니다. 게다가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해 익명의 다수에게서 투자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합니다.

* 기업이 최초로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 매도하는 것

 

개발사는 ICO에서 백서를 통해 자신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밝히고 토큰의 일부를 판매합니다. 토큰은 미리 결정된 가격(주로 몇 원대)으로 판매될 수도 있고, ICO의 진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될 수도 있습니다.

게이머들의 데이터를 활용한 모바일 광고 플랫폼 PLACTAL의 ICO 내용 ©PLACTAL

토큰 이코노미의 출현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등장 초기부터 공유경제 모델로 주목을 받았던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사실상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때입니다. 집이나 차량을 공유함으로써 자원의 남용을 방지하고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었던 두 기업이 이제는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업으로 변하여, 더는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반면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토큰 이코노미는 기술로 신뢰 시스템을 만들어 사람들 사이에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고, 공동으로 서비스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공유경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토큰 이코노미 시대, 이제 모든 것을 토큰화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어떤 것들이 토큰화될까요? 미래에는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의 지분 일부를 토큰으로 사거나, 대규모 복합 컴플렉스 빌딩의 눈꼽만 한 지분을 토큰으로 보유하게 되는 일도 가능할까요? 새로운 공유경제로 떠오르는 토큰 이코노미가 어떻게 발전할지 무척 기대됩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한 광고 사례는 최종 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블록체인이 광고를 만났을 때 - 마케터가 알아야 할 블록체인 광고]

 

블록체인의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블록체인 기반 최신 광고 프로젝트들을 분석해 봄으로써 머지않은 미래에 블록체인이 광고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