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이가 2018 NAB Show로 떠난 이유

Editor's Comment 

기술이 이끄는 미디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렴풋이 보이는 미래의 모습을 '넥스트 미디어, 테크와 AI를 만나다 - 미디어가이 in 2018 NAB Show'에서 소개합니다. 미디어가이가 왜 2018 NAB Show로 향했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첫 번째 미리보기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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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Yiran Ding/Unsplash

스피커와 대화하는 것만이 AI는 아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4월마다 열리는 2018 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 Show*에서 그레이스노트(Gracenote)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케이 요한슨이 'AI는 어떻게 미래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에 영향을 줄까'라는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 미국 방송사 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방송으로 시작해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영역을 다루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는 가장 큰 미디어 기술 및 전략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타데이터* 회사이자 세계적인 통합 정보분석 기업인 닐슨(Nielsen)의 자회사인 그레이스노트의 최고기술책임자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것으로, TV⋅영화에 대한 설명, 장르, 배역, 포스터, 평점 등과 같은 데이터가 대표적

AI는 데이터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사람의 주관에 따라 만들던 데이터는 사라질 예정이며, 머신러닝을 통해 좀 더 진보한 애널리틱스(analytics)를 제공할 것이다. 트레이닝을 통해 수동으로 데이터를 만들고 평가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 거라고 본다.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컨퍼런스에서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니, 유튜브에 대항하려고 했던 방송사들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시작한 듯했습니다.

전통적인 미디어 업계에서도
AI가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느낀 감정을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 NAB Show에서 처음 찍은 사진 ⓒ김조한

시간을 조금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2018년 4월,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240억 원을 투자받은 아이유노(IYUNO)에서 저는 2017년 이맘때 전략이사로 있었습니다. 2017년 4월에는 프랑스 칸에서 열렸던 세계 영상 콘텐츠 마켓인 밉티비(MIPTV)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송 기자재 박람회인 2017 NAB Show에 참가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에서 IPTV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다가 아이유노의 전략이사로 가자마자 처음 떠난 출장이었습니다.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프랑스에서 경험한 밉티비는 황홀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저는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그 환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인사이트가 크게 남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제가 콘텐츠 업계 종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17 NAB Show는 새로웠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행사라서 자칫하면 CES(Consumer Electronic Show)와 흡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랐죠. 오히려 손에 더 잡힐 듯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곳이었습니다.

 

방송 박람회에 구글 부스가 들어온 풍경도 낯설었지만, 방송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더 신기했습니다. 심지어 밉티비에 참가하지 않았던 넷플릭스는 이곳에서 파트너들을 위한 테크 데이를 열었습니다.

 

부스를 지키는 4일 동안 미국의 주요 방송사와 OTT(over the top*)의 임원 및 실무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옆 부스를 지키던 직시(Zixi)의 임원은 아마존이 내년부터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것이고, 직시의 솔루션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직시는 여전히 아마존의 파트너이긴 합니다만, 이 리포트를 읽는 분들은 직시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이미 알았겠죠.) 여기서 얻은 많은 정보와 인맥은 <플랫폼 전쟁>을 출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2018년, 곰앤컴퍼니의 미래전략이사로 근무하게 된 저는 4월에 열리는 미디어 관련 행사를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자비로 항공권과 숙박을 해결하려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밉티비와 2018 NAB Show가 일정이 같아서 잠시 고민했으나 결정은 쉬웠습니다.

NAB Show로 가자!

결과적으로 2018 NAB Show에서 2017년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넥스트 미디어, 테크와 AI를 만나다' 리포트도 내놓을 수 있었죠. 이런 임팩트가 있어서인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은 왜 NAB Show에 왔는가

NAB Show는 방송 기자재 박람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방송가의 고민을 해결하려는 솔루션의 장이자, 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컨퍼런스가 5일 연속 펼쳐지는 곳입니다. 저 역시 20시간 넘게 각종 컨퍼런스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 2018 NAB Show의 슬로건은 M.E.T Effect, 즉 Media. Entertainment. Technology Effect였습니다. 다양한 회사에서 저마다의 기술을 가지고 부스를 마련했고, 부스를 홍보하기 위해 작은 컨퍼런스를 열어서 자신들의 인사이트를 풀어 놓았습니다. NAB Show 곳곳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 부스는 많은 사람이 몰리며 엄청나게 북적였습니다. 아마존은 대표적인 사업군으로 AWS(Amazon Web Service)(이하 아마존 웹 서비스), 즉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공급합니다. 넷플릭스, 닌텐도, 삼성 등이 주요 파트너죠. 단일 사업부 매출만 20조가 넘습니다. 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이기도 합니다.

&#4364;&#4453;&#4523;&#4361;&#4469; &#4358;&#4449;&#4364;&#4469;&#4358;&#4449;&#4520; &#4354;&#4449;&#4527; &#4365;&#4469;&#4520;&#4363;&#4467;&#4523; 아마존 웹 서비스 &#4359;&#4462;&#4361;&#4467; &#9426;김조한

마지막 날 아침, 부스가 열리기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2017년 4월에 아마존에 공식 인수된 엘레멘탈(Elemental)은 '아마존 웹 서비스 엘레멘탈'이라는 아마존 내부 부스로 나와, 동영상에 관한 원스톱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동영상 서비스인 푹(Pooq)도 아마존 웹 서비스 엘레멘탈 기술을 통해 인코딩 및 서비스된다는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마존은 AI를 통해 추천(recommendation), 광고(advertisement), 비디오 인덱싱(video indexing), 자막 제작(subtitle translation) 등의 기능에 맞는 다양한 솔루션도 선보였습니다. 아마존 웹 서비스만 사용한다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핵심 기능인 X-Ray*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고,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저자의 브런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 부스 근처에는 구글 부스가 있었습니다. 미리 서로의 기술을 훔쳐보기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솔루션을 들고나온 구글의 부스를 보면서 아마존 vs 구글 구도를 원하는 걸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구글의 부스. 클라우드, 360, 안드로이드 TV 등을 선보였다. &#9426;김조한

아마존이 아마존 웹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사용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듯이, 구글도 구글 클라우드를 쓰면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순수한 개발이 비용이나 완성도 면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업계 종사자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017년에 아마존이 엘레멘탈을 인수했다면, 구글은 2016년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며 수익창출에 일가견이 있던 안바토(Anvato)를 인수하였습니다. 구글은 아마존과 다르게 안반토의 솔루션을 통해서 이미지 인덱싱(image indexing**) 혹은 동영상의 전체 태그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어떤 기술이 더 뛰어났는지는 최종 리포트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자동 캡션 및 번역 솔루션, AI 광고 삽입 솔루션 등이 나왔습니다.

* 서비스 개발의 시작부터 끝까지 담당하는 것을 가리킨다.

** 사진을 분석해서 나온 데이터를 색인화하는 기술

 

저는 구글 클라우드의 기술 프로그램 매니저(Technical Program Manager)인 주안 다니엘에게 질문하였고, 그는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Q. 구글이 가지고 온 서비스를 보면 유튜브 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그렇게 봐도 되나?

A. 맞다. 그와 비슷한 경험을 당신의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동영상 플랫폼을
유튜브 수준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구글과 아마존은 왜 비장의 AI 무기들을 공개한 걸까요? 지금은 유튜브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방송사나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무서워하는 미디어 회사가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을 얻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반면, 아마존과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은 그들이 지향하는 AI 시대를 위한 데이터 수집의 근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좋은 기술들을 공개하여 많은 회사가 자신들의 클라우드를 쓰길 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의 완성도는 결국 쌓인 데이터가 좌우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최종 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넥스트 미디어, 테크와 AI를 만나다 - 미디어가이 in 2018 NAB Show]

 

미디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했던 미디어가이가 2018 NAB Show로 향했습니다. 미디어 업계의 신흥 강자와 전통 강호가 모인 이곳에서 넥스트 미디어의 가능성을 엿보고 한국 미디어 시장에서는 어떤 기회가 있을지 고민한 흔적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