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칼라 통신 1호: 일, 직업 그리고 가치

Editor's Comment

'뉴칼라(New-Collar)'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주목한 것은 미국의 IT 기업 IBM입니다. IBM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들"이라고 뉴칼라를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기계의 시대에 인간의 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들을 '뉴칼라'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나가고 싶은 당신에게, 뉴칼라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먼저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뉴칼라 컨피덴셜'에서 보내오는 첫 번째 통신입니다.

리포트는 
2017년 12월 21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Soroush Karimi
당신에게 전할 두 가지 소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나쁜 소식입니다. 인공지능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당신의 일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좋은 소식입니다. 인공지능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당신의 일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입니다.

 

말장난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 3월 이후, 진지하게 일의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많은 해외 석학을 만났고, 일과 교육이 변화하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엄청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불안은 처음이 아닙니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은 역사가 깊습니다. 20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이 출발이었습니다. 베를 짜던 노동자들은 방적 기계에 밀려났고, 기계를 부숴버리겠다고 망치를 들었죠.

 

하지만 인간은 기계를 막지 못했습니다. 망치도 규제도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방적 기계는 베 짜는 노동자를, 자동차는 마부를, 컴퓨터는 주판원을, 자동입출금기(ATM)는 은행원을 밀어냈습니다. 기계는 조금씩 우리 삶을 파고들었습니다.

 

동시에 기계는 인간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했습니다. 기계가 빼앗아간 일자리만큼 인간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가 인터뷰한 인공지능 학자, 제리 카플란 스탠포드대 교수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는 인간의 일과 관련해선 낙관론자입니다. 그가 쓴 베스트셀러의 제목이 「인간은 필요 없다(Humans Need Not Apply)」라는 걸 감안하면 반전이지요. 그는 '알파고 사태'로 한국 사회에 번진 인공지능 공포를 비웃습니다.

컴퓨터가 처음으로 수치 계산을 해냈을 때도, 20년 전에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물리쳤을 때도, 10년 전 컴퓨터가 퀴즈 대회에서 우승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론은 우리가 지금 보는 것과 같은 종말론적 예측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었습니다. 노동 시장은 탄력적입니다. 우리는 이번에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겁니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기술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작곡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한,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근 1년의 인공지능 발전 폭이 앞선 9년의 발전 폭보다 크다."

 

이렇게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은 더 이상 인간에게 일할 여지를 남겨주지 않는 게 아닐까요.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포드대 교수의 목소리는 냉정했습니다. 「전문직의 미래(The Future of the Professions)」에서 그는 변호사와 의사, 회계사와 교사 같은 전문직마저 기계에 적잖이 역할을 내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느끼지 못하며, 사람처럼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을 앞서는 이유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는,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죠. 방식이 다를 뿐, 기계는 판단하고 감정을 느끼며 창의력을 발휘할 겁니다.

이 강력한 기계에 맞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만의 역할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칼 프레이 옥스포드대 교수는 "직업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계의 직업 자동화 가능성을 계산한 연구로 유명합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펴낸 인공지능 보고서는 그의 연구를 인용해 "미국 일자리의 53%가 20년 안에 인공지능에 대체된다"고 전망했죠.

 

프레이 교수는 우리와 만나 "대부분의 숙련 일자리(skilled jobs)는 기계에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건 업무(task)이며 직업(job)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계가 대체하는 건 직업이 아니라 업무입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업무를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면 당신의 직업은 사라집니다. 벽돌공이 사라진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하는 업무의 일부만 기계가 대체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신은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됩니다.

인공지능 때문에 의사란 직업이 사라질 거냐는 질문은 그래서 정확하지 않습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업무만 수행하는 의사라면 직업을 잃게 될 겁니다. 하지만 기계는 줄 수 없는 가치를 전달하는 의사라면, 기계를 활용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겁니다.

직업이 아닌 가치에 매달려야 합니다

결국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우리는 비슷한 주장을 미국의 변호사들에게서 들었습니다. 2016년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를 아십니까. 로스는 1초에 1억 장의 법률 문서를 검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변호사의 사건에 가장 적절한 판례를 찾아주는 일을 합니다.
* 관련 기사: '첫 AI 변호사 ‘로스’, 뉴욕로펌 취직하다' (중앙일보, 2016.5.17)

 

우리는 로스와 협업하고 있는 변호사 세 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뉴욕에 사무실을 둔 코브레앤킴의 마이클 김 변호사는 그중 한 명입니다. 김 변호사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고객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제대로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스는 변호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논리적이지도, 예측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변호사들이 왜 로스를 두려워해야 할까요. 고객에게 전달한 가치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쓴 시간에 대해 대가를 받으려는 변호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일이 효율적으로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같은 일을 더 오래 수행하는 게 그들에게는 이익이니까요.

반면, 고객이 노력보다 가치를 인정해주길 원하는 변호사는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겁니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짧은 답변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잘못된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겁니다.

미래에도 인간의 일이
남아있을까, 라는 고민이
우리의 직업이
살아남을까,라는 질문으로
대체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미래에도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있을까", 나아가 "그 가치는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오랜 취재 끝에 깨달았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세계적인 석학 제레미 리프킨은, 인간의 일을 둘러싼 이러한 불안을 오래전 예측했습니다. 그는 22년 전,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에서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 시장과 생산 자동화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자가 거의 없는 경제로 향한 길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리프킨과의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는,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1차 산업혁명 이후로 우리 삶을 바꾼 핵심 요소는 무엇인지, 이 변화는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통찰력 있게 제시했습니다.

ⓒ중앙일보

리프킨과의 대화 전문(全文)은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뉴칼라 컨피덴셜' 리포트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큰 감명을 받았던 부분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당신이 2060년에 당신의 증손주에게 '증조할아버지는 매일 트럭을 운전해서 20km를 오갔단다'라거나 '증조할머니는 물건을 비닐백이나 종이상자에 넣는 일을 했단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믿을 수 없어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라고 되물을 겁니다.

그 시대가 유토피아가 될 거란 얘기는 아닙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인간의 여정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 창의적인 일을 위해 진보할 것입니다.

뉴칼라 통신 2화에서는, 어떤 사람이 미래 사회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좀 더 논의하겠습니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뉴칼라 컨피덴셜]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다음으로 사회를 이끌어나갈 사람들을 '뉴칼라(New-Collar)'로 이름 붙였습니다. 이들은 어떤 사람일까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변화에 대응하고 있을까요? 뉴칼라가 말하는 인간의 일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 '컨피덴셜(confidential, 기밀)' 리포트로 정리합니다.